러북 무기거래 정황 잇따라… 한미일 '對러시아 제재'도 공조하나

이번주 3국 북핵대표 협의… 관련 평가 공유 및 대응 모색
美백악관 "북한 탄약 등 컨테이너 1000여개 러시아에 지원"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국제사회의 우려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북한 간의 군사협력에 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러북 양측은 지난달 열린 정상회담 전부터 일련의 무기거래를 진행해온 정황이 재차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이번 주 진행되는 한미일 3국 북핵수석대표 간 협의에서도 관련 대응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뿐만 아니라 러시아에 대한 제재 논의도 이뤄질 가능성이 있단 관측이 제기돼 주목된다.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나마즈 히로유키(鯰博行)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16~17일 이틀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만나 한미·한일 및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에 임할 계획이다.

한미일 3국 대표들은 이번 협의를 통해 최근 한반도 정세와 더불어 러북 간 무기거래 등 군사협력 동향 등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관련 대책들을 논의할 전망이다.

그간 국제사회에선 러시아 측이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 이후 전쟁 장기화로 부족해진 포탄·탄약 등 재래식 무기를 충당하기 위해 북한과도 접촉해왔단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관계당국과 전문가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간의 지난달 13일 회담에서도 무기거래·군사기술 이전 등 상호 군사협력에 관한 사항이 핵심 의제로 다뤄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 정부는 이달 13일(현지시간)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의 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최근 수 주간 컨테이너 1000여개 분량의 군사장비와 탄약을 러시아 제공했다"며 관련 위성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미 백악관에 따르면 러북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인 지난달 7일부터 이달 10일 사이 러시아 화물선이 무기·탄약 등을 적재한 것으로 추정되는 컨테이너를 북한 라진항에서 러시아 연해주 두나이항으로 실어날랐다.

그리고 이들 컨테이너는 다시 열차에 실려 러시아 서부의 티호레츠크로 옮겨졌다. 러시아군의 탄약창이 있는 티호레츠크는 우크라이나 국경으로부터 290㎞ 정도 떨어져 있다. 러시아 측은 이곳 티호레츠크를 우르라이나전에 필요한 각종 물자 보급기지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백악관이 공개한 북한제 무기의 러시아 지원 경로. ⓒ AFP=뉴스1

또 이달 5일엔 러시아 접경지인 북한 두만강역에 화물열차가 집결해 있는 모습이 상업용 인공위성사진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 또한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거래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이에 대해 우리 외교부 당국자는 15일 "러북 간 무기류 거래 및 관련 협력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자, 한반도 평화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라며 그 중단을 거듭 촉구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특히 "앞으로도 미국을 포함한 우방국들과의 긴밀한 공조 하에 러북 간 무기거래를 비롯한 군사협력 동향을 지속 주시하며 추가 조치를 검토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외교가에선 우리 정부가 러북 간 무기거래 동향과 관련해 미국·일본 및 유럽 주요국 등과 북한뿐만 아니라 러시아에 대한 제재 부과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리 정부는 앞서 러북정상회담 뒤 지난달 19일 안드레이 쿨릭 주한러시아대사를 초치해 "북한과의 군사협력을 중단하고 안보리 결의를 준수할 것"을 요구했고, 같은 달 20일(현지시간)엔 윤석열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러북 군사거래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장호진 외교부 제1차관도 지난달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 출석 당시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협력 물증이 확인될 경우 제재 공조를 할 수 있다. 우리 독자제재도 당연히 할 수 있는 것"이라며 대(對)러시아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우리 정부는 그간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미국·유럽 등 서방국가들의 대러시아 경제·금융제재에 동참하면서도 한러관계를 고려해 우크라이나 측에 '·살상무기'는 직접 지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러시아 측이 북한으로부터 탄약 등을 공급받는 대가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정찰위성 개발·완성에 필요한 기술을 이전해주기로 합의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등의 관측이 제기되면서 일각에선 우리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도 '변화'가 올 수 있단 전망도 제시된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러북 간의 불법 무기거래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며 "한미일이 북핵수석대표 등을 통해 현재 포착된 정황을 평가한 뒤 대응방안 등 후속조치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yellowapoll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