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 "홍범도 공산당 가입은 독립운동 위한 것… 지금과 달라"

"北 공산주의와 혼동해선 안 돼… '1948년 건국'은 잘못된 주장"

이종찬 광복회장. 2023.9.25/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이종찬 광복회장이 일제강점기였던 1920년대 당시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의 소련 공산당 입당은 조국 독립운동을 위한 것이었던 만큼 "지금 북한의 공산주의와 혼동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독립유공자 후손 단체 광복회를 이끄는 이 회장은 25일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언론 간담회를 열어 최근 군 당국이 육군사관학교 내 홍 장군 흉상의 교외 이전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그가 생전에 소련 공산당에 가입했던 사실 등을 문제삼은 데 대해 "홍 장군은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 뭐든지 잡으려고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회장은 특히 "홍 장군을 '공산주의자'라고 배척한다면 카자흐스탄의 50만 (고려인) 동포를 다 배척해야 한다"며 "우리가 왜 그런 어리석은 짓을 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홍 장군은 1930년대 연해주 거주 당시 소련이 극동지역 한인들을 대상으로 중앙아시아 강제 이주정책을 펴는 과정에서 카자흐로 이주해야 했고, 1943년 10월 카자흐 현지에서 숨을 거둬 1945년 8월 조국 광복을 보지 못했다.

이와 관련 이 회장은 1920년 10월24일자 미국 '뉴욕 트리뷴'에도 '1920년대 만주·시베리아 거주 한국인이 볼셰비키와 연합한 건 공산주의 이념에 동조해서라기보다 단 하나의 목적인 독립을 이루기 위해서였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고 소개하면서 "자꾸 그 사람(홍 장군)을 '공산당'이라고 뒤집어씌우면 우리만 손해다. 당시 미 기자도 그렇게 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지난달 육사가 홍 장군을 비롯해 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과 이회영 선생 등 생도 교육시설 '충무관' 입구에 세워져 있는 무장독립운동가 5명의 흉상 모두를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란 보도가 나왔을 때 "다 뜻 있어서 거기에 세운 거니 함부로 결정하지 마라"는 뜻을 육사 측에 전달했다거 한다.

이 회장은 일제강점기 만주에서 광복군 양성학교 '신흥무관학교'를 세운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로서 육사(16기) 출신이다.

이런 가운데 육사는 지난달 말 이들 5명의 흉상 가운데 홍 장군의 것만 외부로 이전하고 나머지는 교내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이 회장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육사 40기)이 이달 초 국회 답변에서 "육사의 정신적 뿌리를 (남조선) 국방경비사관학교(1946년 5월 창설)라고 본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역사에 너무 무지하다"며 당시 일본군 출신 군 경력자들이 국방경비사관학교에 대거 입교했던 사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이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2008년 불거졌던 이른바 '건국절' 논란이 유인촌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현 후보자)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법통 계승'을 인정하면서 일단락됐다고 전하며 "이번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건국절' 주장이 잘못됐다는 점과 오늘날 대한민국이 헌법상 대한민국 임시정부 법통을 계승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 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유인촌 후보자에게 보냈다고 소개했다.

광복회는 '3·1독립선언'이 있었던 1919년을 대한민국의 원년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이를 기초로 1919년 4월 중국 상하이(上海)에 설치됐었던 이유에서다. 따라서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을 '건국절'로 지정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게 이 회장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 이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1948년 건국' 주장은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대한민국 정부 수립 기본방침에도 어긋날 뿐더러 △당시 내각에선 '건국'이란 표현을 한 번도 쓴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1948년 건국'을 주장하면 일제의 침탈이 합법적이었다고 인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