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북러 군사협력'에 연일 경고… 대러 독자제재 나설까

尹대통령 "우리 안보·평화 겨냥한 도발… 좌시 않겠다"
국제사회에 "굳게 연대해 힘 모아야" 단합된 대응 촉구

윤석열 대통령. ⓒ AFP=뉴스1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우리 정부가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 강화 움직임에 대한 비판 수위를 연일 높이고 있다.

정부는 일단 러시아 측을 상대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북한과의 무기거래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선 북한이라 러시아에 대한 독자제재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할 수 있단 관측도 제기된다.

북러 양측은 지난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통해 상호 군사협력 등에 관한 사항을 논의했다.

북러 양측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다룬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으나, 러시아 측이 북한으로부터 포탄 등 재래식 무기를 공급받는 대가로 일정 수준의 군사기술 또는 군용 장비 생산·개발에 필요한 원자재를 공급하는 데 합의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러시아는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 이후 당초 예상과 달리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포탄 등 재래식 무기·탄약 등 물자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한미 당국도 러시아 측이 포탄 등 물자를 지원받기 위해 북한과 접촉해온 정황을 포착하고 이미 수개월 전부터 이를 추적해왔다고 한다.

이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 중 고위급 회기 일반토의 기조연설을 통해 "북러 군사거래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안보·평화를 직접 겨냥한 도발"이라며 동맹·우방국과 함께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 대통령의 이번 연설에 앞서 장호진 외교부 제1차관도 19일 안드레이 쿨릭 주한러시아대사를 청사로 불러들여 "북한과의 군사협력 움직임을 즉각 중단하고 안보리 결의를 준수해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엄중한 입장"을 전달했다.

러시아 측은 북한과의 무기거래 등 군사협력에 관한 일련의 관측을 애써 부인하고 있으나, 이미 김 총비서의 13~18일 러시아 방문 과정에서도 다수의 안보리 결의 위반행위가 포착됐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왼쪽)과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이를 테면 김 총비서의 방러 수행원에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등 안보리 대북제재 대상자 명단에 오른 인물이 포함됐고, 김 총비서는 귀국길에 정찰·공격용 드론 등을 러시아 연해주 주지사로부터 선물 받았다.

리 부위원장 등의 경우 국외 출장을 위해선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의 제재 면제 승인을 받아야 하나, 이 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국내외에선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대북제재 위반을 문제삼기는커녕 조장·방관했다"는 등의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 윤 대통령도 이번 유엔총회 연설에서 러시아의 관련 행동이 "자기모순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나라마다 군사력 크기는 다르지만 우리 모두 굳게 연대해 힘을 모을 때, 원칙에 입각해 일관되게 행동할 때 어떤 불법적 도발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북러 간 군사협력 등 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와 관련한 국제사회의 단합된 대응을 촉구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반대'로 최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도발에 따른 안보리 차원의 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점을 감안할 때, 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주요국들의 간의 독자제재 연계·강화를 통한 대북·대러시아 압박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다만 우리 정부가 독자 대북제재에 더해 대(對)러시아 제재까지 가동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한 편이다. 우리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상황과 관련해서도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경제·금융제재에 동참하곤 있지만, 독자 제재조치를 취하진 않은 상황이다.

엄구호 한양대 국제대학원 러시아학과 교수도 윤 대통령의 이번 유엔총회 연설 내용에 대해 "북한과의 군사협력은 유엔 제재 위반이란 점에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제재 위반에 대한 원칙론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도 우리 정부가 러시아에 대해 즉각 독자제재를 발동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면서 "다만 러시아가 북한과 무기거래를 할 경우 우리 정부도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할 수 있단 측면에서 윤 대통령의 유엔총회 메시지엔 '억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개전 초기 미국 등 서방뿐만 아니라 우리 정부를 상대로도 무기·탄약류 지원을 요청했지만, 우리 정부는 한러관계 등을 고려해 '우크라이나에 군수물자를 지원할 경우 비살상 목적에 한한다'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정부는 현재도 이 같은 입장엔 "변함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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