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구명조끼 착용토록 했어야… 규정·지침 보완하겠다"
이종섭, '실종자 수색 중 순직' 故 채수근 일병 조문 예정
軍 오늘도 예천 등 44개 시·군 피해 복구 1만200여명 투입
- 허고운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해병대사령부가 구명조끼 없이 실종자 수색 작업에 투입된 해병대원이 숨진 사건과 관련해 당시 상황 판단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해병대는 수해복구작전 관련 규정과 지침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최용선 해병대사령부 공보과장은 20일 브리핑에서 '순직한 해병대원에게 구명조끼를 입지 않도록 판단한 근거'에 대한 질문에 "당시 상황을 고려한다면 구명조끼를 착용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현장에서 어떤 판단을 했는지 조사를 진행 중이다. 규정·지침을 보완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해병대 제1사단 소속의 고(故) 채수근 일병(20)은 전날 경북 예천 내성천 일대에서 최근 호우피해에 따른 실종자 수색작전에 참가했다가 급류에 휩쓸렸고 실종 14시간 만에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해병대는 이번 실종자 수색작전에서 상륙용고무보트(IBS)를 타고 수상탐색 임무를 수행한 장병들에겐 구명조끼나 드라이슈트를 착용토록 한 반면, 채 일병처럼 하천변 탐색 임무를 맡은 장병들에겐 구명조끼를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최 과장은 "오늘은 현장 부대가 (수색) 작업에 투입되지 않고 애도 분위기를 갖추고 있다"며 "구명조끼 착용에 대해선 현장 부대가 판단해 조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군 안팎에선 이번 하천변 수색에 참가한 해병대원들이 로프(밧줄) 없이 일렬로 서서 물속을 걸어 다니며 '인간띠' 방식도 수색을 진행한 것 역시 부적절했단 평가가 나온다.
사건이 발생한 내성천은 모래 강으로 바닥이 고르지 않은데다 집중호우로 유속이 빨라져 장병들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환경이었단 이유에서다.
최 과장은 '현장 소방당국이 사고 이틀 전부터 인간띠 작전을 하지 말라고 요청했다'는 지적엔 "확인해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최 과장은 앞서 내성천에 투입됐던 상륙돌격장갑차(KAAV)조차 빠른 물살 때문에 철수했던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선 "(KAAV) 시험 운행 지점과 실종자(채 일병) 위치는 약 18㎞ 이격됐다"며 "유속이 빠른 상류에 병력을 투입한 게 아니라 하류에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해병대가 작년 태풍 힌남노로 피해를 입었던 경북 포항에서 KAAV를 활용해 수십명의 민간인을 구조해 국민적 관심을 받으면서 올해 무리한 작전을 펼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는가 하면, 재난 현장조치 매뉴얼 위반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 과장은 관련 매뉴얼 공개 여부에 대해선 "검토 후 얘기하겠다"며 "해병대 수사단은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며, 해병대 안전단은 호우피해 복구작전에 투입된 부대의 안전 분야에 대해 현장에서 점검하고 보완 중"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채 일병 순직과 관련, "우리 군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헌신한 해병 전우가 영원히 기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관련 경위를 철저히 조사해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대변인은 구조·수색 경험이나 기술이 없는 장병들이 작전에 투입된 데 대해선 "좀 미흡했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며 "현장에서 더 완벽한 대책과 상황 판단을 한 이후 피해 복구 작전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 대변인은 "수색·구조활동 때 반드시 안전대책을 강구하고 안전장구류를 착용케 하라는 등의 관련 지시사항이 오늘 아침 시달됐다"고 부연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경북 예천 등 수해 지역을 찾아 장병 안전 등 임무 수행 환경을 확인하고, 채 일병 빈소를 조문할 예정이다.
군 당국은 이날 예천을 포함한 10개 광역시·도의 44개 시·군에 장병 1만200여명과 장비 640여대를 투입해 실종자 수색과 피해 복구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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