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관계 예상 외 변수 '미군 월북' 사건… "선택은 북한에"

美 '신변 안전' 이유로 송환 요구 전망… 北 공식 반응은 아직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현역 미군 병사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무단 월북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향후 북미관계에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단 관측이 제기된다.

미국 국방부와 주한유엔군사령부 등에 따르면 18일 오후 JSA 견학 중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월북한 미국인은 지난 2021년 1월 미 육군에 입대한 트래비스 킹 이등병(23)이다.

킹 이병은 주한미군에서 복무하던 중 폭행 혐의 등으로 40여일간 구금 처분을 받은 뒤 이날 추가 징계절차를 밟기 위해 미 본토로 복귀할 예정이었다.

그러니 그는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지 않은 채 출국장을 빠져나와 판문점 견학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이를 계기로 북한으로 넘어갔다.

당시 킹 이병은 군복이 아닌 사복 차림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외국인 대상 판문점 견학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신분을 숨겼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판문점을 관할하는 유엔사는 "현재 북한이 해당 인원(킹 이병)의 신병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사건 해결을 위해 북한군과 협조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미국 측에서도 현재 유엔사를 통해 북한 측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북한 측은 아직 이번 사건에 대한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안팎에선 미국 측이 일단 킹 이병의 '신변 안전'을 이유로 북한 측에 송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북한을 방문한 미국인이 석연찮은 이유로 장기간 억류되는가 하면 그 후유증 때문에 목숨까지 잃은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말 북한 여행을 갔다가 호텔에서 '체제 선전물'을 훔치려고 했단 혐의로 당국에 체포돼 '노동교화형 15년'을 선고받고 억류돼 있다가 2017년 6월 혼수상태로 풀려난 뒤 결국 사망에 이른 대학행 오토 웜비어 사건이 대표적이다.

북한에 장기간 억류돼 있다가 혼수상태로 풀려난 뒤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추모행사./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다만 킹 이병은 정황상 징계를 피하고자 '도피성 월북'을 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웜비어 사건 때와 달리 본인 스스로 미국으로 송환되길 거부할 수 있단 관측도 제기된다.

킹 이병은 주한미군 복무기간 중 다수의 폭행사건에 연루됐으며 우리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된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결국엔 북한 당국이 킹 이병의 신병 처리에 대해 어떤 판단을 할 것인지가 이번 사건의 향배를 가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북한 측이 킹 이병을 계속 데리고 있는 게 정치적 효용성에 부합한다고 본다면 미국 측의 송환 요구를 거부할 테고, 그렇지 않다면 자체 조사 등을 거친 뒤 일정 시일 뒤 '추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최근 북미 간에 군사적 긴장이 재차 고조되고 있는 점이 킹 이병 문제 해결이나 이를 위한 북미 간 '접촉' 등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킹 이병의 월북 당일 서울에선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 강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한미 핵협의그룹(NCG)의 첫 회의가 열렸고, 같은 날 부산엔 미 해군의 전략핵잠수함(SSBN) '켄터키'가 입항했다.

또 지난 12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발사와 17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명의 담화 등을 통해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 전략을 비난하며 추가 도발 가능성을 시사했던 북한은 19일 오전 일찍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동해상에 발사하며 이를 실행에 옮겼다.

북한이 이날 평양 순안 일대에서 발사한 SRBM의 비행거리는 550여㎞로서 평양에서 부산까지 거리와 비슷하다.

이와 관련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 체제·정권은 '인도주의'와는 거리가 멀지만 때론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이를 과시하는 경우도 있다"며 "미국과 북한은 이번 월북 사건 때문에라도 반드시 소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번 사건 해결 과정이 앞으로 북미 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아니면 부정적 요인이 될지는 결국 북한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간 북한은 '대북 적대시 정책과 2중 기준 철회' 등을 주장하며 우리나라와 미국의 대화 제의를 거부해왔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