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확장억제 협의 절차 '상설 위원회' 수준으로 격상해야"
이상현 세종연구소장 "'워싱턴 선언' 후속조치 구체화 필요
국방대 '6·25전쟁 73주년, 한국 국방정책의 현안·과제' 포럼
- 허고운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한미 양국 정부가 지난 4월 정상회담을 계기로 합의·발표한 '워싱턴 선언'의 후속조치로서 확장억제의 구체화·제도화 협의 절차를 '상설 위원회' 수준으로 격상시킬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시됐다.
이상현 세종연구소장은 21일 국방대 국가안전보장문제연구소가 주최한 '6·25전쟁 73주년, 한국 국방정책의 현안과 과제' 포럼에서 '워싱턴 선언 후속 조치와 과제'란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소장은 "워싱턴 선언 후속조치로서 가장 중요한 건 확장억제의 구체화·제도화"라며 "확장억제를 강화하려면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합의한 협의 절차를 고위급부터 실무급까지 상시화하는 한편, 공동 기획·실행방안을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현재 한미 양국 간에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 한미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한미억제전략위원회(DSC) 등 양자 협의체를 운영 중임을 들어 "향후 과제는 이런 협의 제도· 절차를 상설 위원회 수준으로 격상해 내실 있게 운영하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정상회담 당시 발표한 '워싱턴 선언'엔 △한미 간 핵협의그룹(NCG)을 신설해 확장억제를 강화하고, △한국은 이 같은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핵확산금지조약(NPT) 규범을 준수함으로써 사실상 '자체 핵무장'을 포기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확장억제'란 미국이 적대국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동맹국을 보호하기 위해 핵능력과 재래식전력, 미사일방어능력 등 억제력을 미 본토 방위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제공하는 개념을 말한다.
한미 NCG는 앞으로 핵운용에 관한 양국 간 공동기획·실행 등 실질적 사항을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의 한미 EDSCG가 핵과 재래식 전력을 포함한 포괄적이고 전반적인 확장억제를 다룬다면 NCG는 '핵운용'에 관한 사항에 좀 더 집중한다는 게 특징이다.
아울러 이 소장은 "미국의 확장억제 의지를 가시적·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는 한반도 안보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를 대비해 미국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를 위한 준비 협의를 공식적으로 시작하는 것"이란 견해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 소장은 "이는 (미군) 전술핵을 당장 혹은 가까운 시기에 반드시 한반도에 들여와야 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면서도 "한미 양국이 이런 기획을 논의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북한·중국에 미국의 확장억제 의지를 충분히 전달하고 한국인들의 확장억제 신뢰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지금 한미관계는 '동맹'이 처음 결성됐을 당시처럼 일방적인 '피보호-후견' 관계가 아니다. 한국은 이제 동등한 '가치 동맹'의 자격을 갖출 정도로 충분히 성장했다"며 "미국은 그런 한국을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할 준비와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런 가운데 김보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북한 핵전략 및 핵태세 평가와 대응방안'을 주제로 한 이날 포럼 발표에서 북한이 '공세적 핵태세'를 전개하는 데 적합한 핵능력을 달성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특히 올해는 (북한의) '국방과학발전·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의 3년차로서 일정 성과 도출이 필요한 시기인 만큼 (관련 개발 등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한미연합훈련을 민감하게 주시하면서 대응적 성격의 군사도발을 계속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올 들어 북한은 작년과 달리 한미훈련 등에 건건이 대응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달 31일 정찰위성 발사를 시도한 데 이어 이달 15일엔 한미의 연합·합동 화력격멸훈련을 비난하며 탄도미사일 도발을 재개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한미훈련의 정상화·정례화는 한미동맹의 정상적 작동을 보여주는 하나의 신호"라며 "(북한과의) 긴장관계가 심화된 현재는 협상의 대상이 되도록 하지 않고, (훈련을) 지속적으로 실시해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김정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교수는 '미중 간 과학기술 패권시대: 한국의 과학기술 강군 건설'에 관한 발표에서 미래의 전쟁은 '인공지능끼리의 전쟁'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교수는 △1세대 전쟁(베트남전·공군기 폭격) △2세대 전쟁(이라크 전쟁·토마호크 미사일) △3세대 전쟁(아프가니스탄 전쟁·드론) △4세대 전쟁(미래전쟁·인공지능) 등으로 세대별 전쟁과 핵심 전쟁 수단을 분류했다.
김 교수는 AI가 사용되는 분야가 △1세대(물류·의료·심리·재무·인사) △2세대(경계·탐지·도청·분석·훈련) △3세대(대화형 소통·명령·게임·전략) △4세대(작전·결정·지휘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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