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정상 첫 대면, 관계개선·협력 필요 공감…北·대만·우크라 이견 지속
3시간 넘기는 마라톤 회담…협력 필요성 공감 속 쟁점 현안은 신경전
대만 놓고 美 "일방적 현상변경 안돼" 中 "대만은 레드라인"…美, 中 '대북' 역할 촉구
- 김현 특파원, 김정률 기자, 이유진 기자
(워싱턴·서울=뉴스1) 김현 특파원 김정률 이유진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첫 대면 정상회담에서 3시간을 넘기는 마라톤 회담을 가졌다.
양 정상은 미중간 관계 개선과 협력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대만 문제 등 쟁점 현안에 있어선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인도네시아 발리를 찾은 두 정상은 이날 오후 5시36분(현지시간)쯤 시 주석과 중국 대표단이 머물고 있는 물리아 호텔에서 만났다.
백악관에 따르면 양자회담은 오후 5시48분부터 시작해 휴식시간 25분을 포함해 오후 8시48분까지 3시간 동안 열렸다. 정상간 포토타임과 공개발언 등을 제외한 시간으로 보인다.
두 정상간 대면 회담은 지난해 1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두 정상은 5차례 대화를 나눴지만, 모두 화상 및 전화통화로 이뤄졌었다.
백악관과 중국 외교부가 발표한 성명 등에 따르면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양국 관계 개선과 협력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에서 미국은 미국내 힘의 원천에 투자하고, 전 세계 동맹 및 파트너들과 조율 노력을 포함해 중국과 치열하게 경쟁을 지속할 것이라면서도 미중간 경쟁이 충돌으로 비화해선 안 되며 미국과 중국이 경쟁을 책임감 있게 관리하고 열린 소통 라인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미국과 중국은 국제사회가 기대하고 있는 기후변화, 부채탕감을 포함한 글로벌 거시경제 안정, 보건 안보, 글로벌 식량안보 등 초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도 중미 관계에 대해 "대립과 제로섬 경쟁이 아니라 대화와 윈윈 협력으로 정의해야 한다"며 "중국은 현존 국제질서의 변화를 추구하지 않고 미국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으며, 미국에 도전하거나 미국을 대체할 의도가 없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중국과 미국의 성공은 서로에게 도전이 아닌 기회"라며 "세계는 두 나라가 스스로 발전시키고 함께 번영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크다"고 밝혔다.
그래선지 양측은 모두 회담 직후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백악관은 "두 정상은 다양한 이슈에 걸쳐 각자의 우선순위와 의도에 대해 솔직하게 대화했다"고 밝혔고, 중국 외교부도 "두 정상 모두 이번 회담이 깊이 있고 솔직했으며 건설적이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이러한 목표를 진전시키기 위한 원칙 발전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했고, 양국 실무진들에게 이를 더 논의하도록 임무를 부여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이를 위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하기로 했다.
중국 외교부도 "양 정상은 자국 팀에게 이번에 도달한 중요한 공동 인식을 신속하게 실행에 옮기고 중미 관계를 안정적인 발전 궤도에 다시 올려놓기 위해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만 문제 등 현안에 있어선 각자의 입장을 재확인하며 신경전을 이어갔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 미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은 변하지 않았고,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현상변경에 반대하며, 세계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해협과 더욱 넓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고 세계 번영을 위태롭게 하는 대만에 대한 중국의 강압적이고, 점점 더 공격적인 행동에 대한 미국의 반대를 제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도 '하나의 중국' 정책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우리는 양안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길 바라며, 결코 그렇게(대만 침략) 돼선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신장·티베트·홍콩에 대한 중국의 관행과 인권에 대한 우려를 더 광범위하게 제기한 것은 물론 중국의 비시장적인 경제 관행에 대해 지속적인 우려를 표했다.
이에 맞서 시 주석은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에서도 핵심이다. 중미 관계에서 넘으면 안 되는 첫 번째 레드라인"이라며 "대만을 중국에서 분리하려는 사람은 중국의 근본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다. 중국 인민들은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며, 그리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지만, 양안(중국과 대만) 평화·안정과 대만 독립은 물과 불처럼 양립할 수 없다"며 "우리는 미국 측이 언행을 일치시켜 하나의 중국 정책과 3개 공동성명(수교 성명 등 미중관계의 주요 성명)을 준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시 주석의 대만 관련 언급은 과거보다 절제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시 주석은 지난달 당 대회에서 대만과 관련해 "무력사용 포기를 절대 약속하지 않을 것이고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옵션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고,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과의 화상 회담에선 "(대만 문제와 관련해) 불장난을 하는 사람은 스스로 불에 타 죽는다"는 격한 표현을 사용한 바 있다.
시 주석은 또 이번 회담에서 "탄압과 봉쇄는 중국인들의 의지를 강화하고 사기를 북돋울 뿐"이라며 "무역전쟁이나 기술전쟁을 일으키고 벽을 쌓고 디커플링(탈동조화)과 공급망 단절을 추진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나고 국제무역 규칙을 훼손한다. 그러한 시도는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시 주석은 아울러 "과학과 기술 교류와 경제 및 무역 관계를 정치화하고 무기화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했다.
이번 회담에선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회담에서 북한의 도발과 관련해 우려를 표하면서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나 중국의 대북 영향력과 관련해 "중국이 북한을 통제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에서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으며, 모든 국제사회 구성원들은 북한이 책임감 있게 행동하도록 장려하는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인도·태평양 동맹 방어에 대한 미국의 철통같은 약속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저는 시 주석에게 그들(중국)이 북한에게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을 해선 안 된다고 분명히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명확히 했다"며 "저는 또 만약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면 우리는 우리 편에 대해 더 방어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것은 중국을 직접 겨냥한 것이 아니라 북한에 대해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는 게 될 것"이라면서 "우리는 동맹뿐만 아니라 미국의 영토와 능력을 방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저는 중국이 (북한을 통제할)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는 것은 어렵지만, 중국은 북한이 추가 긴장고조에 관여하는 것을 기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면서 "왜냐하면 저는 처음부터 우리의 역량과 우리 자신, 동맹인 한국 및 일본을 방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앞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1일 미중 정상회담 의제를 설명하면서 "북한이 계속 이같은 길을 걸으면 역내에 미국의 군사·안보 주둔을 더 강화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는 점을 (시 주석에게) 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방장관을 비롯한 당국자들이 중국의 카운터파트와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도 소개했다.
중국은 그러나 회담 후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아울러 두 정상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그러나 회담 직후 양측이 내놓은 강조점은 달랐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잔혹한 전쟁과 러시아의 무책임한 핵사용 위협을 거론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핵 전쟁은 결코 일어나선 안 되며 승자가 없다는 그들의 합의를 확인했으며,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 사용이나 위협에 대한 반대 입장을 강조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반면 시 주석은 "중국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매우 우려하고 있다"는 뜻을 전했다.
시 주석은 또 중국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 협상 재개를 지지하며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유럽연합(EU)과 러시아간 전면적 대화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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