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이장 "사이렌? 이태원 묵념인가 싶었다"· 전문가 "北 의도적 오발 가능성"

3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동해상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중장거리 이상급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1발을 추가로 발사했다. 군 당국은 현재 사거리, 고도, 속도 등 제원을 분석 중이다. 앞서 북한은 전날도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하는 등 무력 도발을 감행했다. 특히 북한이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공해상 방향으로 미사일을 쏜 것은 분단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한미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4일까지 진행하는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을 빌미 삼아 도발한 것으로 보인다.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NLL을 침범, 울릉도 쪽 공해상에 떨어진 것에 대해 전문가는 '오발'로 판단했다. 다만 기술적 결함에 의한 오발이라기보다는 '진짜 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적 오발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북한은 지난 2일 오전 8시51분쯤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SRBM 3발을 발사했다. 그중 1발이 울릉도 방향을 향해 날아오다 동해 NLL 이남 26㎞ 지점(속초 동쪽 57㎞, 울릉도서북쪽 167㎞)에 낙하했다.

이에 관계당국은 오전 8시55분 울릉도에 공습경보를 발령하고 전 주민 대피령을 내렸다.

북한은 3일에도 장거리 탄도미사일 1발, 단거리 2발 등 3발의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 울릉도 이장 "이태원 참사 묵념인가 싶었다…펜션 떠나는 손님 말렸지만 그냥 가더라"

공습경보 당시 상황에 대해 경북 울릉군 울릉읍 저도3리 윤시영 이장은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공습경보는) 60 평생 처음 겪어봤다"고 했다.

펜션을 운영하고 있다는 윤 이장은 "퇴실하는 손님에게 인사하고 마당에 있었는데 한 3분가량 사이렌이 울렸다"며 "이태원 참사 추도 묵념인가 싶어서 시계를 보니까 (9시) 5분 전으로 묵념을 하더라도 정각에 할 텐데 이건 뭐지, 뭐지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뭐지 하면서 있었는데 TV 자막에 빨갛게 자막으로 경보라고 떠 깜짝 놀랐다"고 했다.

공습경보임을 안 뒤 움직임에 대해 윤 이장은 "손님들에게 방에 계시라 했다. 퇴실하면서 차를 가지고 나오는 손님에게도 ' 공습경보랍니다. 나가지 마이소'했지만 손님은 가만히 있다가 그냥 차 타고 슬슬 내려가더라"며 처음 겪은 일이라서 다들 우왕좌왕했다고 설명했다.

◇ 김동엽 "의도된 오발 가능성…오발일 경우 우리 반응 떠보는 한편 '진짜 쏠 수 있다'는 의도"

북한 미사일의 NLL이남 낙하에 대해 김동엽 북한대학원 교수는 "국방부는 (미사일 궤적) 연장을 그어보면 정확히 울릉도는 아니다라고 일단 발표 했다"며 "북한이 발사한 3발 중 두 발은 다른 곳으로 날아가서 떨어졌고 한 발이 NLL 넘어왔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한 발이 왜 그렇게 발사했을까는 건 좀 더 생각해 봐야 될 것 같다"며 "오발 가능성과 의도적 오발 가능성을 반반으로 본다"고 했다.

의도적 오발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우리한테 메시지를 주려는 것,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등에 어떤 미끼를 던진 것일 수도 있다"라는 점을 들었다.

구체적으로 김 교수는 지난달 4일 우리 군이 쏜 지대지 미사일(현무-ⅡC) 중 한발이 앞이 아니라 거꾸로 뒤로 날아가다 발사지점으로부터 1㎞가량 떨어진 군부대 골프장에 추락한 일을 들면서 "만약 그게(오발) 북쪽으로 날아갔으면 어떻게 됐을까, 북한이 (강릉 미사일 낙탄) 오발을 흉내내서 실제적으로 이렇게 한번 던져본 것(일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김 교수는 "(전날) 북한의 미사일에 대항해 우리군이 3발을 쐈다"면서 "전쟁은 여러 가지 상황에서 벌어지는데 오인이나 오해가 돼서 전쟁이 에스컬레이션 될 가능성이 많다"라며 지난 2일 북한 미사일의 오발도 이런 다양한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단순 오발이 아니라면 오발에 따른 우리군의 반응을 떠보는 한편 "진짜 너희 쪽으로 쏠 수 있다, 행동으로 보일 수 있다는 맛보기 차원, 의도된 오발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buckba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