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 참배' 여파 장기화할듯...韓日관계 악화일로

2월 '다케시마의 날', 3월 교과서 검정 발표 등 日 정치일정 이어져
정부, 대응 '카드' 아끼며 국제사회 공조 압박 수위 높힐 듯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figure class="image mb-30 m-auto text-center border-radius-10">

지난 26일 오전 야스쿠니 신사를 전격 참배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 AFP=뉴스1 정은지 기자

</figure>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인해 더욱 가중된 한일관계의 최악 국면이 장기화할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27일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같은 관측은 내년 초에 이어질 일본 내 정치일정과도 맞물려 있어 한일관계의 개선은 그야말로 '첩첩산중'일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부는 아베 총리의 참배로 인해 한일관계가 역행하고 있음에 따라 일본과의 사이에 예정된 모든 정치·외교 일정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이달 말 혹은 내달 초로 예정됐던 한일 차관급 전략대화는 사실상 취소하는 방안을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우리가 일본에 요구했던 과거사 반성 등이 지켜지지 않는 지금 상황에서 양국이 만나 무엇인가를 협의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양국간 정상회담 관련 논의도 더욱 꽁꽁 얼어붙을 것이 자명하다.

또 오는 2월 22일이 일본 시마네현이 지난 2005년 선포한 '다케시마(독도)의 날'인 것도 악재다.

양국은 올해에도 이미 일본이 제작한 '독도 동영상'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등 독도 문제로 인한 갈등도 여전히 현안으로 부각돼 있는 상황이다.

특히 올해 진행된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는 일본 국회의원은 물론, 시마지리 아이코(島尻安伊子) 해양정책·영토문제 담당 내각부 정무관(차관보급) 등 정부 차관보급 인사도 참석해 우리 측을 더욱 자극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행보를 보인 상황에서 내년도 다케시마의 날 행사는 아베 총리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올해보다 더 많은 공식 인사들이 참여하며 한층 크게 치러질 수도 있다는 전망을 제기한다.

이어 3월에는 일본의 교과서 검정결과가 발표될 예정으로 또 한차례 신경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지난 1월 교과서 검정기준 개정을 총괄하는 교육재생 실행 회의에 극우 인사를 대거 등용한 바 있어 내년 3월 발표될 결과를 놓고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방위백서 및 외교청서 발표 등 연례적으로 예정돼 있는 일련의 일본 내 정치일정도 양국관계 악화에 기름을 부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한 내부적 논의도 내년 봄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돼 양국의 관계가 개선될 계기는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 대법원의 일본 강제 징용자에 대한 배상판결도 중요한 갈등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내년 초 판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법원이 징용 피해자들의 승소를 확정할 경우 지난 1965년 맺은 한일 청구권 협정 자체를 뒤흔들 수 있을 정도의 파장이 일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봉영식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아베 총리 본인 스스로는 과거사 문제와 주변국 외교에 대해 절제하고 양보했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측면이 있다"며 "내년에도 일본 정부의 외교적, 정치적 행태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베 총리는 실제 전날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마친 뒤 발표한 담화에서 "두번 다시 전쟁의 참화로 고통받는 사람이 없는 시대를 만들기 위한 부전의 맹세(不戦の誓い)를 했다"며 "한국, 중국 사람들의 감정을 상하게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는 전날 아베 총리의 참배에 대해 이례적으로 정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분노와 개탄을 금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힌데 이어 쿠라이 다카시(倉井高志) 주한 일본 대사관 총괄공사를 대사 대리 자격으로 불러 "참배로 인해 발생할 모든 일의 책임은 일본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이병기 주일 대사 역시 같은날 오후 일본 외무성을 방문해 우리 정부의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정부는 또 대일본 외교기조와 관련, 향후 미-중 및 동남아시아 국가들과도 공조해 대응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이병기 주일 대사의 소환 등 당장의 강경책을 구사하기 보다는 내년 일본 내 정치일정을 고려해 우리 정부의 대응'카드'를 아끼겠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집단적 자위권, 방공식별구역 등 일본이 관련된 동북아 현안이 있는 만큼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대일본 압박 수위를 높이며 일본의 잘못된 역사인식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적 분위기를 고조시켜 나가는 방식을 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seojib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