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병철 인사청문회, 여야 모두 '부자격' 의혹 쏟아내(종합3보)
박지원 "현병철, 답변 공손하게 하라"…용산 참사 유족 증인 출석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한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 관련 질의에 답하고 있다.2012.7.16/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figure>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 청문회에서 여야 청문위원들은 모두 현 후보자의 자질과 자격에 대한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공세를 펼쳤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시작돼 자정 가까이 이어진 인사 청문회에서 민주통합당 등 야당 소속 청문 위원들은 현 후보자에 대해 △논문 표절 의혹 △아들 병역 비리 의혹 △부동산 투기 의혹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 △민간인 사찰 직권조사 사전 조율 의혹 △용산 참사와 쌍용차 사태에 대한 인권 현안 축소 문제 등을 집중 제기했다.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소속 일부 의원들 역시 현 후보자의 자질에 문제를 제기하는 등 이날 밤 늦게까지 이어진 청문회에서 위원들은 현 후보자에 대한 전방위 압박을 펼쳤다.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현 후보자가 교수 재직 시절 발표한 논문 7편이 명백한 표절"이라며 "학술단체협의회에 의뢰한 소견서에 따르면 타인의 논문 짜깁기와 베끼기, 자기 표절 등으로 판정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현 후보자는 "논문 인용 기준은 2004년에 생겼으며 그 논문들은 기준이 생기기 전의 행위일 뿐"이라고 옹색한 답변을 했다.
이어 진 의원은 "2001년 연구비 300만원을 수령한 후 연구기간이 6년이나 지난 2007년 논문을 제출했다"며 "심지어 해당 논문은 제자인 조모 한양대 석사의 논문을 표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 후보자는 이에 대해 연구기간이 지난 후 논문을 제출한 것은 인정했지만 조모씨는 모르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현 후보자의 아들 A씨가 2001년 고등학교 3학년 당시 키 177cm에 체중이 100kg이었지만, 이듬해 병무청 신체검사 때는 체중이 113kg으로 불어나 4급 보충역(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은데 대한 의혹 제기도 거듭 이어 졌다.
김기선 새누리당 의원은 "후보자의 아들이 의도적으로 체중을 늘렸다는 의혹과 함께 수차례에 걸친 병역 연기 사유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현 후보자는 "아들이 재수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운동을 못해 몸 관리가 안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현 후보자에 대한 부동산 투기 의혹도 제기됐다.
한정애 민주통합당 의원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전후로 부동산 광풍이 불때 1987년 4월부터 약 2년 6개월간 서울 강동구 명일동 아파트 두채를 사고 팔면서 4500만원의 부당 이득을 취했다"며 "이는 현재 시세로 환산하면 2억~2억 5000만원의 차익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서영교 민주통합당 의원은 현 후보자가 인권위원장 재직 시절 업무 추진비 등을 부당하게 사용했다는 의혹을 들고 나왔다.
서 의원은 "현 후보자는 국가인권위원장 재직시절 곳곳에 인권관련 강의를 다니며 회당 100만원 이상의 강사료를 받았다"며 "국가공무원법이 규정한 것보다 더 받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위원장으로 재직하면서 3년간 1등석만 타고 다니며 여행경비로만 1억 2000여만원을 썼다"며 "국민의 혈세를 흥청망청 쓴 것은 윤리성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업무추진비 1억 7000여만원 중 1억 6500여만원이 식당에서 술값과 밥값으로 사용됐고 그 중에 일식집이 총 300여 차례"라고 지적하며 "업무와 다르게 썼다면 사퇴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에 대해 현 후보자는 "저는 술도 못하고 생선을 잘 먹지도 않는다"며 "업무외에 업무추진비를 썼다면 사퇴하겠다"고 대답했다.
송호창 민주통합당 의원은 현 후보자가 인권위가 진행중인 민간인 불법 사찰 관련 직권 조사에 대해 청와대와의 사전 조율 의혹을 제기했다.
송 의원은 지난 5월 22일 현 후보자가 청와대를 방문해 하금열 대통령 실장을 만난데 대해 "조사대상이 되는 청와대 관계자와 만나 '법대로 조사하겠다'며 대통령한테 부담이 안가게 직권조사를 할테니 걱정말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 아니냐"며 "청와대와의 관계에서 독립성이 중요하다면 하 실장이 물어보는 질문에 답변이 적절하지 않다고 말해야 했다"고 비판했다.
송 의원은 "청와대가 현 후보자와 만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현 후보자에 대한 연임 발표(6월 11일)를 했다"며 "연임 결정을 얼마 남기지 않고서 대통령실장이 현 후보자에게 민간인 사찰 직권조사와 관련해 질문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 역시 인권위원장으로서 현 후보자의 자질에 의문을 제기하며 몰아세웠다.
김도읍 새누리당 의원은 "현 후보자 취임 이후 국가인권위원 6명과 전문위원 57명 등 총 63명이 사퇴했다"며 "각종 시민단체와 언론에서 후보자에 대한 자질 부족, 인권에 대한 이해 부족 등을 지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현 후보자가 "사퇴하신 분들은 인권위를 보는 시각, 운영하는 방법에서 저와 견해를 달리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하자 김 의원은 "그렇게 말하는 것 자체가 인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김을동 새누리당 의원은 "일본군에 의해 강요된 성노예 할머니,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인권위에 '행정조치에 대한 자료요구서'를 보냈지만 인권위에서는 '해당사항이 없다'는 답변을 보내 논란이 됐다"며 "이는 현 후보자가 친일파 현준호의 증손자라서 그랬다는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 후보자가 "오늘 처음 듣는 이야기라서 담당자에게 알아보고 대답하겠다"고 하자 김 의원은 "언론에도 나오고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사실을 처음 들었다는 말이 나오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상정 통합진보당 원내대표는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를 청문하면서 온갖 비리·부패사건을 규명하는데 이렇게 장시간을 소비한다는 것 자체가 국민들께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심 원내대표는 "해외 인권위원장들이 어떤 자격을 갖고 있나 조사해봤다"며 "태국 위원장은 여성인권과 사회복지 분야에서 활약했고, 필리핀 위원장은 민주화와 인권증진을 위해 평생 싸운 운동가였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어느나라에도 현 후보처럼 현장에는 발걸음도 안해본 무자격자가 국가인권위원장을 하는 나라는 없다"며 "오늘로서 임기가 끝났으니 조용히 명예롭게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송호창 민주통합당 의원 역시 국가인권위원회 직원들이 현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신문 광고를 개재한 것을 언급하며 "최선을 다해왔다고 주장하는데 상황이 이 정도라면 능력과 자질이 이것 밖에 안된다는 것 아니냐"고 압박했다.
한편 이날 현 후보자의 답변 태도를 둘러싼 의원들의 질타도 이어졌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등은 위원들의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 적극적으로 해명하려는 모습을 보인 현 후보자의 답변 태도에 대해 "국민들도 보고 있는데 현 후보자 답변 태도는 후보자의 자세가 아닌 것 같다"며 "좀 더 진지하고 공손하게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br><figure class="image mb-30 m-auto text-center border-radius-10">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가 정회된 후 회의장 밖으로 나오자 용산참사 유가족들이 "5분만 면담해달라고 했잖아"라며 격한 항의를 하고 있다. 2012.7.16/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figure>이날 청문회에는 용산 참사 유가족들이 증인으로 출석해 현 후보자가 면담 신청을 거절하는 등 무성의한 태도를 보인데 대한 원성도 쏟아냈다.
특히 청문회를 방청하던 유가족들이 정회 시간에 잠시 청문회장을 빠져 나가는 현 후보자에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가벼운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날 청문회를 진행한 김기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청문회 직후 "18일 오전 9시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을 위한 회의를 연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통합당 등 야당은 현 후보자의 임명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함에 따라 인사청문보고서 채택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청문회 직후 기자와 만나 "현 후보자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며 "(현 후보자의 연임 반대에 대한 입장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현 후보자를 임명해서는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새누리당 소속 일부 의원들 역시 정두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 논란 등의 여론을 감안해 청문보고서 채택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국회 본회의 동의가 필요한 대법관 임명과 달리 국가인권위원장은 국회가 오는 18일까지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하면 19일 이후 대통령이 임명 절차를 강행할 수 있다.
yd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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