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朴 탄핵 찬성 62명, 尹 탄핵 투표 3명 이유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민의힘 표결 불참하며 의결 무산
정치권 "朴 탄핵 트라우마에 발목"…과제는 악화된 여론 극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로 초대해 오찬 전 마중나와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12.29/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탄핵소추안이 부결됐다. 8년 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와는 정반대의 결정을 내린 것이다.

정치권에선 결국 '탄핵 트라우마'가 보수 정치인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행동이라는 데에는 모두가 동의하지만, 탄핵이 이뤄졌을 경우 보수층의 지지 기반을 통째로 잃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일각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와 비교해 야당의 탄핵소추안 발의가 '일렀다'는 분석도 나온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진행한 결과, 정족수 미달로 폐기처리됐다. 국민의힘은 '반대' 당론에 따라 안철수, 김예지, 김상욱 의원을 제외하고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에도 국민의힘의 주류 의견은 줄곧 '탄핵 반대'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조치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지만, '범죄자' 이재명 대표에게 정권을 넘길 수는 없다는 게 주된 이유에서다.

모 여당 중진 의원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결코 옹호할 수가 없는 행동이며, 탄핵에 반대하는 것도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다"면서 "야당에 정권을 바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영남권 의원은 "(탄핵이 가결되면) 우리가 맡은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해 오히려 더 많은 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朴 국정농단보다 더 심각한 尹 비상계엄,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

이번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는 8년 전 박근혜 대통령의 '최순실 국정농단'에 비하면 더 심각한 사안이라는 게 각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유신 시대의 잔재인 '계엄'을 45년 만에 꺼낸 데다, 국회에 무장 계엄군을 진입시켜 장악하려 한 점, 여야 대표를 비롯한 주요 정치인에 대한 체포를 시도한 점 등 현재까지 나온 구체적 정황만 고려하더라도 국정농단에 못지않다는 것이다. 이미 윤 대통령은 내란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8년 전과 정반대의 결정을 했다. 2016년 탄핵소추안 표결에선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의원 128명 중 최소 62명, 사실상 절반에 달하는 이들이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이번 표결에선 단 세 명만이 표결에 참여했는데, 그나마 김상욱 의원은 반대 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여당이 겪었던 후유증이 생각보다 크게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었던 여당 인사는 뉴스1에 "결국은 '트라우마'"라고 털어왔다. 그는 "당시 최순실 국정 농단에 대한 국민들의 울분을 수용한 결과가 무엇이었나"라며 "대통령을 퇴출시킨 정당이, 다시 집권하려는 게 논리적으로 맞겠나"라고 했다.

당시 새누리당에서 탄핵에 찬성했던 이들 상당수는 바른정당이라는 새로운 보수당을 창당했다. 이후 국민의당과 합당해 '바른미래당'으로 저변을 키웠으나, 결국 주류로 올라서지 못하고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에 통합됐다. 그 과정에서 상당수의 정치인들이 낙오됐다.

여권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보수 지지층은 '탄핵에 찬성한 정치인'을 사실상 배신자로 규정했다"며 "이후 아직까지 돌아오지 못하는 이들도 있지 않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지층이 있으면 다시 회복하고 재건할 수 있지만, 지지층이 떠나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며 "탄핵 외에도 현재 거론되고 있는 책임총리제, 임기단축 개헌 등 대안은 여러가지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이뤄진 7일 여의도 앞에선 탄핵에 찬성하는 시민들이 모여 신속한 표결을 촉구했다. 반면 광화문에선 탄핵 반대 집회가 열렸다.

매일 터져 나오고 있는 비상계엄 의혹…"민주당, 다소 일렀다" 지적도

일각에선 더불어민주당이 다소 '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주요 정치인 체포 시도 폭로 등 새로운 의혹이 터져나오고 있는 만큼, 탄핵 여론을 더 조장해도 늦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 집회는 탄핵소추안 표결 전까지 약 한달 반에 걸쳐 6회나 열렸다. 새로운 의혹이 생겨날수록 집회 참가자들은 더 불어났다. 주최 측 기준으로 1차 촛불 집회엔 5만여 명이 참석했으나, 탄핵 직전 6차 집회엔 232만 명이 자리를 채웠다.

여권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땐 야당이 계속해서 의혹을 제기하며 세를 불리고 여론을 키웠는데, 이번엔 다소 갑작스러운 면이 있다"고 했다.

여권 여론 악화일로…민주당, 매주 탄핵소추안 발의 예고

가까스로 윤 대통령의 탄핵을 저지했지만, 여권을 향한 여론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점은 숙제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4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5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73.6%(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로 나타났다.

앞으로 더불어민주당은 일주일 단위로라도 탄핵소추안을 계속해서 발의하겠다는 계획이라, 국민의힘의 고심도 커질 전망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은 퇴진 시까지 사실상 직무가 배제될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hy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