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7조 내년 예산안, 야당 무차별 칼질…법정시한 처리 난항
정부 예비비' 협상 제자리…운영위·법사위 특활비 전액 삭감
국힘 "이재명 보복성 삭감"…민주 28일 자동부의 폐지법 처리
- 한병찬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여야가 677조 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두고 평행선을 이어가며 법정 처리 시한을 올해도 넘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예산안을 대폭 '칼질'하려는 야당과 '건전재정' 기조를 지키겠다는 여당이 곳곳에서 격돌하고 있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내년도 정부 예비비 편성을 두고 제자리걸음을 거듭하고 있다. 기재위는 잠정 합의를 이룬 듯했지만 절차의 문제를 두고 부딪히며 결국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추가로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당초 올해 예산보다 14.3% 늘린 4조 8000억 원 규모의 예비비 편성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3일 정부안의 절반인 2조 4000억 원 감액안을 기재위 예산결산기금소위원회에서 단독으로 의결했다. 여야는 18일 간사 간 협의를 거쳐 내년도 정부 예비비를 정부안보다 3000억 원 삭감한 총 4조 5000억 원 편성안에 잠정 합의했지만 이마저도 수정안의 절차 문제가 발목을 잡으며 원점으로 돌아갔다.
기재위뿐만 아니라 운영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야당 주도의 삭감과 여당의 반발이 이어졌다. 운영위는 전날 야당 단독으로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의 특수활동비를 전액 삭감했다. 법사위도 야당 주도로 검찰·감사원의 특활비와 특정업무경비를 전액 삭감했다.
반면 민주당은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이재명표 공약'이라 불리는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을 2조 원 증액해 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정부는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을 '0원'으로 편성한 바 있다. 교육위원회에서도 고교 무상교육 예산 9438억 원의 부담 주체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거대 야당의 압박에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1심 판결에 대한 '보복성 예산 삭감'을 복원하고 이재명표 포퓰리즘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강조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25일까지 소위원회에서 예산 증·감액 심사를 마친 후 29일 전체회의에서 예산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예산안 처리의 법정 시한은 12월 2일이다. 여야가 증액·감액 심사에 돌입했지만 견해 차이가 커 법정 시한 내에 처리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양측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자 민주당은 '준예산' 집행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9일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시한에 얽매이지 않고 불필요한 예산 감액을 과감하게 진행해 국회가 가지고 있는 예산 심사권을 확고히 하자는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준예산은 이같이 12월 31일까지 국회에서 예산안이 의결되지 않을 경우, 최소한의 정부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경비를 전년도에 준해 집행할 수 있게 한 제도다.
한편 민주당은 운영위를 통과한 '예산안 자동부의 폐지법'을 27일 법사위를 거쳐 28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해당 법안은 정부 예산안을 법정 시한까지 합의하지 않을 경우 정부 원안을 본회의에 자동 부의하는 조항을 폐지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민주당은 예산안 논의를 최대한 지연시켜 정부 여당을 압박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통해 민주당이 요구하는 증액·감액을 관철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방침으로 예상된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31일 "민주당은 예산안 처리 지연을 무기로 포퓰리즘성 예산을 끼워 넣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신종 이재명 예산 방탄 행태에 대해 반드시 저지할 것이고 당연히 재의요구권 행사가 건의돼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 경우 또다시 '입법 강행→거부권→재의결' 도돌이표 정국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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