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주주이익 놓고 '상법 전쟁'…배임죄 폐지 '합의 가능성'

(서울=뉴스1) 구교운 서상혁 기자 = 여야가 금융투자소득세에 이어 상법 개정을 두고 '입법 전쟁'에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이 '주주 이익 보호'에 방점을 둔 상법 개정을 추진하자 국민의힘이 '경영진에게 과도한 책임을 부과한다'며 맞불 개정안을 내놓았다.

19일 민주당에 따르면 당 정책위수석부의장 이정문 의원은 이날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민주당은 지난 14일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는데, 이를 이 수석부의장이 대표로 제출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상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일반 주주들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현 상법 체계 아래에선 횡령, 배임 등 내부 비리가 생겨도 소액주주들이 받은 피해를 구제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현행 상법 제382조의3은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은 개정안에서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 및 주주'로 수정해 주주를 추가하고, '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주 보호 의무 조항을 신설했다.

이밖에 상장회사의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하고 이사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되도록 비율을 상향토록 했다. 사외이사는 회사의 경영진에 속하지 않는 이사로, 대주주와 관련 없는 외부 인사를 이사회에 참가시켜 대주주의 독단 경영과 전횡을 사전에 차단하는 제도인데, 이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상장회사의 경우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했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선임할 때 각 주주가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받아 이를 한 사람에게 몰아줄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소액주주의 의결권이 강화된다. 상장회사 특례 중 감사위원 분리 선출 규모를 확대하고 병행형 전자주총의 근거도 마련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다. 주주들의 이사회 대상 소송이 남발되고 해외 투기자본의 '먹튀'를 조장할 것라고 지적한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15일 "자칫 잘못하면 민주당식의 무리한 상법 개정안 추진은 '코리아 부스트업 프로젝트'가 아니고 '코리아 기업을 부러트리는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에 맞서 경영진의 자유로운 의사 결정 환경을 보장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김성원 국민의힘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에는 '이사의 경영 결정이 법령 또는 회사의 정관에 위반된 것이 아닌 한 회사의 이익을 위해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등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를 다한 것으로 추정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별배임죄는 폐지한다. 배임죄는 형법상 배임죄와 상법상 특별배임죄가 있는데, 형법상 배임죄는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하는 경우 처벌하는 규정이고, 상법상 특별배임죄는 이사 등이 배임으로 회사에 손해를 가하면 처벌하는 규정이다.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이 일반 주주까지 확대될 경우 배임죄 소송이 남발할 것이란 우려에 따른 것이다.

배임죄 폐지의 경우 민주당과 합의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권 남용 수단이 되는 배임죄 문제는 신중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배임죄에 관해선 협상 여지가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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