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 회동' 한동훈, 마이웨이 광폭행보…친한 '세몰이' 친윤 '견제'

친한계 22명 '번개 만찬'…한 "김 여사 문제 해결" 정면돌파
친윤 "민주당 나쁜 수법 똑같아"…중립지대 엉거주춤 '관망'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저녁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당내 친한계 의원들을 긴급 소집, 만찬 회동에 앞서 김상훈 정책위의장, 한지아 수석대변인과 대화하고 있다. 2024.10.22/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조현기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간 '빈손 회동' 책임 소재를 두고 여권이 다시 분열상을 보이고 있다. 감정의 골이 이미 깊게 파여 있던 친윤계와 친한계 사이에선 날선 말이 오고가며 일촉즉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신구 권력간 세력다툼 양상으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며 여당 중립지대에 위치한 의원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계파 갈등의 향배를 좌우할 이들의 움직임은 결국 민심과 여론 향배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대통령실 사실상 '3대 요구' 수용 불가…한동훈 "국민만 볼 것"·친한계 세 과시도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전날(22일) 면담 18시간 만에 윤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했다. 한 대표는 면담에서 민심 악화를 언급하며 3대 요구 수용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전날 대통령실에서 전한 윤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상 이들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의 공식 입장이 나오자 한 대표 측의 움직임도 급박해졌다. 한 대표는 22일 강화군 풍물시장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직 국민만 보고 민심을 따라서 피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면담 하루 만에 연 번개 만찬에는 20명 이상이 참석하며 세몰이에 나섰다.

친한계 인사 22명은 한 대표로부터 윤 대통령과 면담에 대한 설명을 듣고 김건희 여사 관련 문제를 두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민심을 거스르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을 모으며 한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

만찬 직후 정성국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모여 있는 사람으로 다 생각하지 마시고, 연락이 돼도 일이 있어서 못 오시는 분도 많다"며 "실제로는 거의 한 30명 정도 된다"고 여당 내 많은 사람들이 한 대표와 뜻을 같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이날 첫 확대당직자회의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심 선고 전까지 김건희 여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하며 대통령실 추가 압박에 나섰다. 그는 "이 대표에 대한 재판 결과가 11월 15일부터 나온다"며 이 대표의 선고 전까지 "김건희 여사와 관련해 국민들의 요구를 해소한 상태여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친한계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YTN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2년 반 동안 김건희 여사 문제가 거의 블랙홀처럼 다른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며 김 여사 문제와 관련한 대통령실의 결단을 재차 촉구했다.

친윤계 "여당 본질 생각해라" "민주당 수법과 똑같다"…중립지대 관망

친한계에 맞서 친윤(친윤석열)계는 면담 후 한 대표의 행보를 강력 비판하며 대통령실 엄호에 나섰다.

윤 대통령 대선 캠프 당시 메시지와 일정을 총괄했던 강명구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우리 당원들이, 지지자들이 대통령 망하라고 한동훈 대표 세운 거 아니다"라며 "여당의 본질을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똘똘 뭉쳐서 막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강 의원은 한 대표가 면담에서 김건희 여사 라인으로 거론되는 인사 8명의 실명을 직접 언급하면서 인적 쇄신을 건의한 것과 관련 "여사가 약한 고리라 생각하고 밀어붙이는 민주당의 나쁜 수법과 똑같다"고 비판했다.

특히 친윤 핵심인 권성동 의원도 전날 TV조선 유튜브 채널 '강펀치'에서 친한계가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지렛대 삼아 대통령실을 협박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한동훈 대표나 한 대표 측근에서 이걸 지렛대로 삼아 요구 사항을 관철하는 듯한 그런 발언을 하고 압박을 가하는 모습은 보기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또 권 의원은 면담과 관련해서도 "지엽말단적인, 형식 문제를 갖고 본질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고 친한계를 겨냥하며 "본질은 대통령과 당 대표가 대화를 나눴고 허심탄회하게 서로 의견을 교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윤계와 친한계로 분류되지 않은 60~70여명의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중립 지대에 위치한 의원들은 당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계파색이 옅은 중립 지대에 위치한 여당 내 대다수 의원들은 현재 상황을 관망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계파색이 옅은 국민의힘 한 의원은 "면담 후 친윤계와 친한계 의원들이 목소리를 많이 높이고 있지만, 당내 대다수 의원들은 말을 아끼면서 상황을 지켜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면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10.21/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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