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섭한 혁신당, 달래는 민주…장외투쟁 앞두고 '따로 또 같이'
10·16 재보선 후 '앙금'...조국 "12석 작은 정당 무시해선 안 돼"
혁신당 '선명성·정책차별화'…민주 지지층 "대여투쟁에 집중하자"
- 한병찬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10·16 전남 영광·곡성군수 재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에 패배한 조국혁신당이 다시금 '따로 또 같이'를 강조하며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다만 재보선 당시 양당이 치열한 네거티브 공방을 주고 받은 만큼 깊어진 감정의 골이 봉합될지는 미지수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조국 혁신당 대표는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을 향해 "혁신당이 12석짜리 작은 정당이라고 해서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그것은 정권 교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재보선 참여를 계기로 민주당 일부 인사 또는 지지자들의 혁신당 조롱과 공격이 거칠어지고 있다"며 선거를 거치며 쌓였던 불편함을 토로했다. 그는 "민주당 안팎에서 '재보선에서 왜 지민비조(지역은 민주, 비례는 조국혁신당) 기조를 버렸냐'고 비난한다"며 "지민비조라는 선택은 민주당과 혁신당을 모두 키우기 위한, 깨어있는 시민들의 집단 지성의 결과였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협력과 경쟁'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조 대표는 "협력과 경쟁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것임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며 "누구도 혁신당에게 지역구 후보를 내지 말라고 강요할 권리는 없다. 그 판단과 결정은 혁신당이 한다"고 말했다.
앞서 혁신당과 민주당은 재보선이 끝난 후에도 날 선 신경전을 주고받았다. 지난 18일 황현선 혁신당 사무총장이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 패배에 대해 "민주당이 공성(攻城)보다 수성(守城·성을 지킴)에 더 공을 들인 증거가 아닌가. 민주당의 전략적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이에 황명선 민주당 10·16 재보선 지원단장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보궐선거로 나타난 민심은 민주당엔 지역 현장과 중심 역할을, 혁신당엔 정책 중심의 쇄빙선 역할을 충실히 하라는 것"이라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혁신당은 이번 선거 승리를 통해 비례 정당의 한계를 극복하고 호남을 기반으로 삼아 입지를 확대하려 했지만 민주당에 패하며 세력 확장에 경고등이 켜졌다. 특히 '월세살이'를 하며 공을 들였던 영광군수 재선거에서 진보당에도 밀려 득표율 3위를 기록해 야권 내 입지도 큰 타격을 입었다.
혁신당은 이번 선거 결과를 토대로 내년 4월 재보선 준비에 올인할 계획이다. 꺼내든 무기는 '선명성'과 '정책적 차별화'다. 혁신당은 이재명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공개 석상에서는 탄핵을 언급하지 않는 것과 달리 지난 9월부터 '탄핵추진위원회'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다. 혁신당은 오는 26일 서울 서초동 검찰청 앞에서 '검찰 해체 윤 대통령 탄핵 선언 대회'를 여는 등 탄핵의 '쇄빙선'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혁신당은 민주당과 검찰 개혁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관련해서도 방향을 달리한다. 민주당은 비리 검사 일부 탄핵을 추진하며 검찰개혁 입법엔 신중한 모습을 보인다. 또 민주당은 금투세 또한 유예에 무게를 두며 쉽사리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반면 혁신당은 검사 일부 탄핵이 아닌 검찰 해체로 가야 한다며 민주당에 "검찰개혁 4법 통과에 동참해달라"고 압박하고 있다. 금투세에 대해서도 폐지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된다면 혁신당은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며 정책 차별화를 통해 정체성과 지지층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다만 양당은 내달 2일 시작되는 야권의 대규모 '장외투쟁'을 시작으로 관계를 새롭게 정립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제대로 내지 못하는 탄핵 메시지를 혁신당이 끌고 가고 민주당이 참여하는 등 '우당' 관계를 회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지층도 장외 투쟁을 앞두고 혁신당은 '우리의 우군'이라며 대오 정비에 나서고 있다. 전선을 흩트려 놓기보다는 대여 투쟁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이 대표 지지층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재명이네 마을'에는 "외계인이 침공한다면 어떨 것 같나. 한 마음이 돼 단결해 외계인과 싸워야 하지 않겠냐"며 "민주 진영 내 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우리의 우군이다. 이제는 더 큰 원팀으로 김건희 특검, 윤석열 탄핵 한 목소리로 뭉쳐야 한다는 것 아무도 부정할 수 없다"고 공지했다. 그러면서 "모두가 납득되시지는 않을지언정 오직 '윤석열 탄핵', '이재명 대통령'을 목표로 이제부터 혁신당 관련 일체 언급을 금지한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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