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경지 주민 "살려달라"…우 의장 "대북 확성기 중단해야"
우원식 "남북 모두 최소한의 군사적 채널 가동해야"
주민들 대남·대북 확성기 소음 호소 "여기 사는게 죄냐"
- 임세원 기자
(파주=뉴스1) 임세원 기자 = 우원식 국회의장이 21일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잠정 중단할 것을 국회의장으로서 요청한다"고 밝혔다.
우 의장은 21일 오전 파주 통일촌 민방위대피소에서 열린 접경지역 주민 간담회에서 "우리가 먼저 (방송을) 멈춰서 남북 간 긴장 완화를 주도해 가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한 국내 민간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상대 지역에 대한 전단 살포는 1972년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남북이 네 차례나 합의했던 사안으로, 남북 모두 우발적 충돌이 군사적 충돌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알고 있단 뜻"이라며 "특정 단체의 표현 자유가 국민 안전보다 앞설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북한 경의·동해선을 폭파하는 등 도발을 이어나가는 데 대해서는 "북한 당국이 반평화적 도발을 이어가며 한반도와 국제사회의 긴장감을 높여가고 있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라며 특히 "경의·동해선은 남북이 함께 번영하는 길이자 한반도의 미래를 여는 길인데 이를 끊어버린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남북 간 긴장 완화를 위해 최소한의 군사적 채널을 즉각 가동할 것을 공히 요구한다"며 "남북 당국 모두 대결적 태도를 중단하고 긴장 완화를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을 거듭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간담회에 앞서 통일촌 인근에서 들려오는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을 들은 우 의장은 "무슨 소린지 모르는 귀신 소리 같은 게 들리는데 (주민들이)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간담회에 출석한 민간인 통제선 내 파주 주민들은 한 목소리로 대남·대북 확성기 방송으로 인한 소음 공해를 호소했다.
대성동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최고의 고문은 잠을 못 자는 것인데, 우리 주민들 모두 양쪽 확성기 소리에 잠을 못 자고 살려달라고 말하고 있다"며 "이쪽 주민들이 얼마나 절박한지 정부가 알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주민은 "처음에는 대남 방송을 듣고 전쟁이 난 줄 알았다. 밤이 되면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귀신 소리도 들려 잠을 못 잔다"며 "접경 지역에 사는 게 죄냐"고 울먹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간담회에 참석한 박정 민주당 의원(파주시을)은 "국회에서 예산편성을 포함해 전면적인 접경지역 주민 지원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당 윤후덕 의원(파주시갑) 또한 "접경지역 주민의 농업 활동 위축과 피해에 대해서는 국가나 지자체에서 보상해 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논의해 보겠다"고 했다.
끝으로 우 의장은 "오늘 주신 말씀을 토대로 국회에서 충분히 상의해 제도적 뒷받침을 앞당기고, 정부에도 촉구하며 접경지대 주민이 편안하게 살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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