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또 폭로하면 야당 먹잇감"…'김건희 카톡' 수렁 빠진 여권

추가 폭로 시사에 "명태균 도발 자제" 전전긍긍
"당에서 대응할 수준 넘어서…대통령실 나서야"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1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왓타이 국제공항에서 귀국하기 전 전용기에 올라 환송객들과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10.11/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현 기자 =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가 무차별 폭로에 나서면서 여권 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급기야 전날에는 김건희 여사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까지 공개하자 여권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탄식도 터져나온다. 명 씨 발언이 블랙홀처럼 정국을 집어삼키고 있지만 뾰족한 대응방안이 없다는 무기력함도 상당하다.

16일 여권에 따르면 명 씨가 김 여사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가 공개된 이후 국민의힘 안팎에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간의 명 씨 주장을 종합하면, 그는 윤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토대로 여권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해 온 것으로 보인다.

명 씨 주장대로라면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대통령 후보 단일화에도 관여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를 윤 대통령 측과도 연결했다. 대선 전략을 두고 갈등을 빚던 윤 대통령과 이 의원이 화해하고 가진 '치맥 회동'도 본인이 성사했다.

이 밖에도 △서울시장 경선 △전당대회 △국회의원 선거 등 명 씨는 여권의 주요 이벤트마다 물밑에서 크건 작건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당사자로 지목된 이들의 진술과 다른 부분이 있지만, 일부 부합하는 정황도 나오면서 명 씨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전날엔 김 여사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하면서 파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메시지에서 김 여사는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 용서해 주세요"라며 "제가 명 선생님께 완전 의지하는 상황에서 오빠가 이해가 안 가더라고요, 지가 뭘 안다고"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대화에 언급된 '오빠'가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의 친오빠라는 해명을 내놨다.

이날도 추가 폭로를 경고하면서 명 씨의 입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명 씨는 페이스북에 "십상시 같은 보수 패널들이. 공적 대화도 공개할까? 멍청한 놈들! 피아 구별도 못 하냐?"라고 적었다. 전날엔 한 라디오에 출연해 "내 말이 맞는다는 것을 녹취를 틀어 증명하겠다"며 "자료 정리해서 매일 퍼다 주겠다"고 날을 세웠다.

여권에서는 김 여사 카카오톡 공개로 폭로전이 새 국면을 맞았다고 보고 있다. 명 씨는 이전까지 대통령 부부에 대한 발언을 삼갔으나, 이날부터는 이에 대한 발언도 서슴지 않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명 씨는 대통령 내외와 6개월간 매일 통화했다고 주장했는데, 만약 내밀한 대화나 문제 소지가 있는 대화 내용이 공개된다면 여권이 감당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빠져들 수 있다.

한 중진 의원은 "대통령 내외가 불법을 저지른 정황이나 경선 과정에서 문제가 될 만한 폭로가 나올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며 "그렇게 되면 야당에 먹잇감을 던져주는 꼴"이라고 우려했다. 초선 의원은 "국감 시즌에 정책 얘기는 안 나오고 명 씨 얘기만 나와서 다른 의원들도 화난 분위기"라며 "그러면서도 걱정하는데 어떻게 풀어야 할지에 대한 답이 안 나오니까 그걸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명 씨에 대한 도발을 자제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앞서 김재원 최고위원의 경고에 명 씨가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김 여사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공개로 이어진 것에 대한 자성이다. 다른 초선 의원은 "당에서 대응할 수준은 넘어섰다"며 "대통령실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자연스레 명 씨 주장에 힘이 빠질 것이란 희망 섞인 관측도 있다. 한 재선 의원은 "유명 인사와 관계를 맺고 그걸 통해서 자신을 과시하는 사람에 불과하다"며 "사실관계가 안 맞는 주장들이 나오기 시작하면 '이 사람 말에 완전히 놀아났구나'라는 분위기가 생기면서 논란이 가라앉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masterk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