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세치혀' 여권 쥐락펴락…거명 인사들 "곧 철창" 발끈

윤 부부·오세훈·이준석·나경원…10여명 거론 거침 없는 인터뷰
홍준표 "검찰이 조속히 수사" 김재원 "반드시 교도소 보내겠다"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법무부, 대한법률구조공단,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정부법무공단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건희 여사 4.10 총선 공천 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주장하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다. 2024.10.8/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여권 주요 정치인들과 접촉했다고 주장하면서 여권을 뒤흔들고 있다. 명 씨로부터 거론된 일부 인사들은 명 씨에 대한 조속한 검찰 수사를 촉구했지만, 대다수 정치인들은 침묵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명 씨의 주장을 받아칠수록 진실공방으로 번져 논란이 가중될 수 있단 우려가 읽힌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명 씨가 이날 하루 동안 공개적으로 언급한 여권 정치인은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나경원·안철수·조은희·이준석 의원,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홍준표 대구시장,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10여 명에 달한다.

명 씨는 자신이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안철수 의원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단일화 과정을 주도하며 '선거판을 짰다'는 주장을 재차 강조했다.

"오세훈·이준석 만들었으니 윤 부부 당연히 날 찾아"

그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안철수(의원이) 원래 가만히 놔뒀으면 서울시장"이라며 "오 시장과 이준석 (의원을) 만들었으니까 당연히 그쪽에서(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 저를 찾으러 다니지 않았겠냐"고 했다. 당시 서초구청장으로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던 조은희 의원에게 "나경원 의원은 제사보단 잿밥에 관심이 많다"며 "수치로 얘기하면 나 의원은 아무 말도 못 할 것"이라며 조언했단 이야기도 덧붙였다.

명 씨는 윤 대통령 부부와의 친밀한 관계를 강조하며 여권 주요 정치인들의 이름을 거명하기도 했다.

명 씨는 자신이 윤 대통령에게 이준석 의원을 소개해 준 장본인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을 '듣보잡'이라고 칭했던 김재원 최고위원에 대해선 "바깥에 묶어놓은 개가 방안에 애완견이 어떻게 사는지 (어떻게) 아느냐"고 직격했다. 정진석 비서실장과 관련해선 "정진석이가 나를 아냐. 그 사람이 코바나콘텐츠는 왔냐"며 "그 사람이 뭘 아냐. 내가 전화를 두 번이나 했는데 전화도 못 받더구먼"이라고 했다.

"정진석, 그 사람이 뭘 아나" "홍준표·김종인 화해 내가 만들어"

이외에도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선 "김종인 전 위원장과 홍 시장을 30년 만에 만나게 해서 화해하는 자리도 (제가) 거기에 배석하고 만들어드렸다"고 했다. 대선 경선 당시 국민의힘 당원 57만명의 명부가 명 씨에게 유출됐다는 의혹에 대해선 "제가 미래한국연구소하고 아무 상관이 없다"며 "제가 영업을 좀 도와줬는데 홍 시장 쪽에서 캠프와 관련 있는 사람이 의뢰해서 연결만 시켜줬다"고 주장했다.

이에 일부 여권 인사들은 명 씨에 대한 검찰의 조속한 수사와 관련자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홍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대선후보 경선 때 명 씨가 운영하는 PNR에서 윤 후보 측에 붙어 여론조작 하는 걸 알고 있었지만 문제 삼지 않았다"며 "어차피 경선 여론조사는 공정한 여론조사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명 씨가 조작해 본들 대세에 지장이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그런데 그 조작된 여론조사가 당원들 투표에 영향이 미칠 줄은 미처 계산하지 못했다"며 "더 이상 선거 브로커 명 씨가 날뛰는 것은 정의에 반하는 짓이다. 검찰에서는 조속히 수사해서 관련자들을 엄중히 사법처리 해 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재원 "교활하고 가증스러운 범죄자…허풍쟁이 듣보잡"

김재원 최고위원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제가 악질 사기 전과가 있는 허풍쟁이 듣보잡이라고 했더니 곧바로 (명 씨가) 페이스북에 '김재원 씨, 지난 대구 남구, 대구시장, 대구 수성을 왜 떨어졌는지 알고는 있나. 헛소리는 누가 하는데' 이런 글을 올렸다"며 "문맥상으로는 명 씨와 친하지 않아서 공천에서 떨어졌다 이런 얘기 같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스스로가 공천에 영향을 미쳤다면 교활하고 가증스러운 범죄자이고 이게 헛소리라면 그야말로 정치 사기꾼에 준하는 허풍쟁이 듣보잡이라 봐야겠죠"라며 "이 사람에 대해 검찰에서 수사가 지지부진한 것 같은데 제 손으로라도 반드시 교도소로 보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오후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명 씨의 "바깥에 묶어놓은 개가 방안에 애완견이 어떻게 사는지 (어떻게) 아느냐" 발언에 대해서도 "그 집이 곧 교도소 철창 안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일갈했다.

상당수 인사들 반응 안해…"자칫 '명태균 게이트' 휩쓸릴라"

하지만 대다수 정치인들은 명 씨의 주장에 반응하지 않는 것을 택했다. 명 씨가 정치인들의 반박에 즉각적으로 SNS와 라디오를 통해 반박하며 진실공방이 이뤄지고 있어 자칫 '명태균 게이트'에 휩쓸릴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명 씨가 거론한 한 정치인 관계자는 뉴스1에 "명 씨의 일방적 주장에 대해 우리가 입장을 내고 말을 얹는 게, 오히려 명태균 게이트와 우리가 정말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명 씨가 짜놓은 프레임에 말리는 것은 좋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