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독대 앞둔 한동훈 '김여사 공세'…두 토끼 잡기

김여사 겨냥한 대통령실 인적쇄신 요구…'한남동 라인' 타깃
부산 금정 선거 민심 달래기…윤 대통령 독대 협상 주도권도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필리핀, 싱가포르, 라오스 아세안 +3 회의를 마치고 귀국하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2024.10.11/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0.16 재·보궐 선거와 윤석열 대통령과의 독대를 앞두고 연일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통해 선거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고 독대에서 협상력을 키우며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재보선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리더십에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독대가 '빈손 회담'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대표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김건희 여사 비선 의혹이 있다'는 질문에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와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해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 대표가 말한 인적 쇄신은 대통령실 내에 김 여사 측근 인사들을 타깃으로 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 '한남동 라인'으로 불리는 인사들인데 친한계는 이들이 김 여사의 공개 활동에 영향을 미치고 이해를 대변한다고 보고 있다.

친한계 한 핵심 인사는 한남동 라인에 대해 "대통령실 내에서 자신의 직책 범위를 넘어선 정치적 일탈 행위를 일삼는 인물들"이라며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당정 지지율 하락 '김건희 의혹' 결정적…윤과 차별화 본격화

한 대표는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당정 지지율 하락의 결정적 원인으로 보고 이 문제를 시급히 풀지 못하면 당정이 공멸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재보선을 앞두고 부산 금정과 같은 텃밭마저 접전 지역으로 분류되면서 위기의식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한 대표가 김 여사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수록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 전략은 선명해진다.

이 때문에 한 대표는 최근 점차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9일에는 김 여사가 활동을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여권 일각의 의견을 두고 "저도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0일에는 "당초 대선 과정에서 이미 국민들에게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김 여사가 대선을 앞두고 조용한 내조를 약속했던 발언을 꺼냈다.

여기에 한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연루된 김 여사의 기소 여부를 두고 "검찰이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 내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 대표가 이처럼 김 여사 문제에 정면 돌파를 시도하는 것은 재보선을 앞두고 민심을 달래는 동시에 윤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김 여사 문제를 대화 테이블에 올리는 등 협상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대표의 계속된 독대 제안해도 묵묵부답이던 대통령실은 '명태균·김대남' 등 김 여사를 둘러싼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재·보선 이후 독대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이다.

부산 금정·인천 강화 중 한 져도 책임론…독대 발언권도 약화

하지만 리스크도 따른다. 한 대표의 승부수에도 부산 금정이나 인천 강화 둘 중 한 곳이라도 패한다면 김기현 지도부 사퇴를 불러온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

더군다나 한 대표 리더십의 상처가 생겨 윤 대통령과 독대하더라도 발언권이 약해질 수도 있다. 김 여사 문제에 아무런 해법을 찾지 못하고 빈손 회담이 된다면 독대를 요구해 온 한 대표에게도 타격이 크다.

다만 한 대표가 선거에서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올 경우 리더십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김 여사를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이는 등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더 집중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독대가 성사되더라도 윤한 갈등이 최고조에 달해 두 사람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널 것이란 전망도 뒤따른다.

여권 관계자는 "한 대표가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거둔 후 윤 대통령을 만나면 김 여사의 사과나 공식 활동 자제 약속, 제2부속실 설치 등의 결과물을 가져올 수 있다"며 "선거에서 패배한다면 윤·한 갈등은 더 악화하고 당정관계가 더 꼬일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songs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