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주 국감 "튀어야 산다"…조리사·드웨인 변신한 국회의원들

이색 복장·소품·시연으로 치열한 시선 끌기 경쟁
한복 입은 김재원, 배추 든 박덕흠, '뽑기 통' 이병진

정혜경 진보당 의원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에 대한 국정감사에 급식노동자 복장으로 참석해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2024.10.10/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제22대 국회 첫 국정감사의 첫째 주는 국회의원들이 이색 복장·소품·시연으로 눈길을 끌었다. 학교 급식실 조리사 복장부터, 미국 배우 드웨인 존슨에게 자기 얼굴을 합성한 영상까지 시선을 끌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은 국정감사가 시작된 지난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드웨인 존슨에게 자기 얼굴을 합성한 딥페이크 '드웨인 상휘' 영상을 시연했다.

해당 영상은 1분 만에도 제작이 가능한 딥페이크 영상과 관련 범죄와 관련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제작됐다. 이 의원은 "저는 기술적인 경험이 없다. 구글에서 AI 교환 무료 서비스를 클릭해서 제 얼굴을 드웨인 존슨에게 매칭시켜 봤다"며 "시간이 몇십 초밖에 안 걸린다. 제가 레슬러로 바뀌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정헌 민주당 의원도 국감 이튿날인 지난 8일 세종 과기정통부 청사에서 열린 과방위 국감에서 자신의 얼굴을 영화에 합성한 딥페이크 영상을 시연했다. 이 의원이 30초 만에 만들었다고 설명한 영상에는 영화 스파이더맨·닥터 스트레인지·아저씨에 합성된 이 의원의 모습이 나왔다.

이 의원은 "클릭 한 번만 하면 드웨인 상휘가, 스파이더맨이, 닥터 스트레인지와 원빈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쉽게 만들다 보니까 성범죄로 악용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AI는 우리에게 큰 도전이자 노력이다. 일방적 규제가 아니라 안전과 혁신이 균형을 이루는 AI 기본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국감 사흘 차인 10일엔 정혜경 진보당 의원이 급식실 조리사 복장을 하고 환노위 국정감사장에 등장했다. 정 의원은 앞치마와 고무장갑, 모자, 장화 등을 착용했다. 그의 노트북 앞면엔 '6명이 100인분 만든 흑백요리사', '1인당 214명까지 감당하는 급식 조리실무사'라는 글귀가 적혀있었다.

정 의원은 급식실 조리실무사의 저임금 고강도 노동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 해당 복장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을 본 국회 직원이 외부인으로 오해해 "누구시냐"며 입장을 제지하고, 정 의원이 "저는 의원"이라 답하는 해프닝도 일어났다.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은 10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장에 하늘색 저고리와 보라색 치마의 전통 한복을 입고 나와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에게 한복 착용자의 고궁 입장료 면제와 관련된 질의를 했다.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림축산식품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배추가격 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2024.10.7/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선 배추, 전복, 달걀 등 우리 농식품을 활용한 소품도 눈에 띄었다.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은 7일 농해수위 국감에서 배추 한 포기를 들고나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배춧값 폭등 문제를 질의했다. 이병진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송 장관에게 두 개의 날달걀을 들어 보이며 "어떤 게 1등급인지 맞혀보라"고 했다.

다음날인 8일 농해수위 국감에선 문금주 민주당 의원이 자연산 전복이 담긴 통을 들고나와 주성원 쿠팡 전무에게 금어기에 해당하는 수산물이 무분별하게 판매되고 있는 문제를 질의했다.

이병진 민주당 의원은 8일 농해수위 국감장에서 바다를 형상화한 뽑기 통을 들고나와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통 안에 들어있는 종이를 뽑을 것을 주문했다. 통 안에는 '플루토늄239' '망가니즈 54' 등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사성 물질이 적힌 종이들이 들어있었다.

이 의원은 도쿄전력이 정한 측정 대상 방사성 물질은 30종인데 해수부가 보유한 방사능 분석 장비로 검사할 수 있는 방사성 물질은 8종이란 점을 지적했다. 이 의원은 "뽑기는 확률 아니냐"며 "100% 과학이란 말을 우리 장관님이 굉장히 좋아하시지만, 과학이 꼭 완벽한 건 아니란 얘기를 제가 하기 위해 바다를 갖고 온 것"이라고 말했다.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