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희생돼도 되는 하찮은 존재"…환자 호소에 숙연해진 국감장

[국감현장] 조규홍 "의료공백으로 피해 본 환자분들께 죄송"
강원대병원장 "적자 폭 3배 늘어…내년까지 버틸까 의문"

조규홍 보건복지부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4.10.8/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조유리 이비슬 기자 = 정부의 의대 증원 등으로 촉발된 전공의 이탈, 의료공백으로 인해 병원 노동자들이 무급 휴가를 강요받고, 지방 국립대병원은 재정난을 겪는다는 증언이 나왔다. 또 중증난치환자들은 병원 예약이 밀려 증상이 악화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오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난 6월 의료계 비상상황 청문회에서 의료대란으로 인한 병원 경영의 어려움을 병원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했는데, 이 문제가 해결이 되었는가"라고 물었다.

박민숙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의정갈등 이후에 각 병원들은 비상 경영을 하면서 (병원 노동자들에게) 무급으로 휴가를 가게하고, 병동을 통폐합하고 신규 채용 인원을 발령하지 않는 등 보건의료 노동자에 대한 불이익을 이어오고 있다"며 "복지부는 위법 부당한 일이 얼마나 발생하고 있는지에 대한 현장 조사나 지도도 없었다"고 답했다.

이어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음에도 현재 병원들은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 명의 간호사들이 병원마다 채용 대기 상태에 놓여있다"며 "간호인력은 안그래도 숙련된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데, 정부에서는 간호서비스 확대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계획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서 대단히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정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는 의사단체 뿐만 아니라 보건의료노조, 시민단체, 환자단체와 적극적으로 대화해야 한다"며 "빠르게 의료 공백이 정상화되어서 전공의들도 환자 곁으로 돌아오고 환자분들이 제대로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의원 남우동 강원대병원장에게 병원 재정상황 등에 대해 물었다. 이에 남 원장은 "올해는 지난해 적자의 3배로 예상하고 있다"며 "물론 정부에서는 지금 유동성에 해당하는 재정 지원 성격으로 전문의 당직수당, 신규채용 의료진에 대한 재정 지원이 있었지만 역부족이다. 내년 초까지 버틸 수 있을까하는 위기감으로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병상 가동률은 지난해 70%에서 올해 40%까지 감소했고, 교수진 또한 계속 이탈하고 있다"며 "올해 초부터 비상경영 TF(태스크포스)를 운영하면서 인원 재배정, 사업계획 유예 등 여러가지를 실행하지만 병원의 특성상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만큼 재정 절감은 효과를 못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의료대란으로 인한 환자 피해 사례에 대한 증언도 이어졌다. 이수진 의원은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회장에게 "환자단체의 (의정갈등에 대한) 심정, 피해실태를 알려달라"고 질의했다. 안 회장은 "환자들은 '우리 환자들의 생명은 의정 갈등으로 희생되어도 되는 하찮은 존재'라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며 "지난 8개월동안 그렇게 느끼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회원 중 한 명은 백혈병 환자로, 1차 항암 치료를 끝내고 2차 항암치료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의료파업으로 인해 2주 정도 미루어졌고 이 기간 동안 백혈병이 재발했다"며 "결국 이 환자는 1차 항암치료를 다시 받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희귀난치질환 환자들은 서울의 빅5 병원에 가야 검사를 받고 치료를 받을 수 있는데 가지 못하고 있다"며 "임상시험에 참여해야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데 8개월동안 임상시험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 피해는 누구도 보상해줄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하루빨리 의정갈등이 해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학 입시가 시작된 지금 의대 정원보다는 2026년도 논의를 했으면 좋겠다. 2000명이 뭐가 중요하고 0명이 뭐가 중요하느냐"며 "지금도 환자들은 의료 공백 사태로 수없이 절망하고 피해를 보고 있다. 의료대란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이에대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공백으로 고통을 갖고 계시는 환자분들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하루빨리 의료공백이 해소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