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공격 사주' 김대남 "날 탄핵 도구로 이용…조사 응할 것"

'한동훈 치면 김 여사 좋아할 것' 발언 "짜깁기" 해명
"김여사와 친분 없어…공작·사주와 아무런 상관 없다"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 2021.4.15/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공격을 언론에 사주했다는 의혹으로 당내 조사를 받게 된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은 7일 "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과의 녹취 파일을 공개한 언론 보도가 악의적 짜깁기라고 비판하면서 "공작, 사주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나를 희생양으로 만들어서 탄핵의 도구로 이용하려고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잘 기획해서 (한 후보를) 치면 여사가 좋아할 것'이라고 발언한 배경에 대해선 "여사와는 대통령실 재직 시절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며 "친분도 없다"고 해명했다.

"'한동훈 치면 김 여사 좋아할 것' 통화가 공작처럼 비화"

KBS는 이날 김 전 행정관 요청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자신과 관련한 의혹에 대한 김 전 행정관의 주장을 보도했다.

김 전 행정관은 "서울의소리와 통화하기 일주일 전쯤 일부 유튜브를 통해 총선 백서에 여러 의혹이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여의도에서 작은 모임을 하는데 그곳에서도 관련 얘기가 회자될 정도였다"며 "당시에는 비중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추후에 알아보자 정도 생각했다. 서울의소리 기자는 다른 진영에 있는 기자이지만 혹시 아는 게 좀 있나 해서 소통을 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일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는 김 전 행정관과 서울의소리 이명수 씨가 나눈 통화 녹취를 공개했다.

해당 녹취에는 지난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시 김 전 선임행정관이 "김 여사가 한동훈 때문에 죽으려고 한다"며 "이번에 잘 기획해서 (한동훈을) 치면 여사가 좋아할 것"이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한 대표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수십억 원의 당비를 들여 여론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개인 이미지 조사를 실시해 당비 횡령 의혹을 받을 수 있으니 이를 문제 삼아야 한다는 취지의 김 전 행정관 발언이 문제가 됐다.

김 전 행정관은 "내가 3급 행정관이었는데 여사하고는 대통령실 재직 시절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친분도 없다"며 "윤석열 대통령과는 과거 (강남)구청장 출마했을 때 함께 찍은 사진이 전부다. 출마자 입장에서는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것처럼 과시할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울의소리 이 모 기자가 전화 왔을 때 강원도 후배라고 해서 편하게 만나게 됐다. 본인이 지난 대선 기간 논란이 됐던 김 여사 녹취의 장본인인데 그 뒤로 여사와의 사이가 소원해졌다면서 저를 통해 (여사와의) 만남이 한번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며 "'이런 내용을 여사와 소통하면 여사가 좋아할 수도 있겠네' 라는 생각에서 나눈 사적 대화 차원이었는데 지금 보니 마치 한동훈 대표를 무너뜨리기 위한 공작인 것처럼 비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원모 잘못되면 이철규 날아가' 발언 "속상한 마음에…사과"

김 전 행정관이 서울의소리 기자와 나눈 대화 중 "아주 그냥 여사한테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 하나 어떻게 국회의원 배지 달게 해주려고" "이원모 (공천) 잘못되면 이철규가 날아가"라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해당 발언은 김 여사가 이 전 비서관을 공천하기 위해 당시 공천관리위원이었던 이철규 의원을 통해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으로 번졌다.

지난 총선에 출마했지만 공천을 받지 못했던 김 전 행정관은 "당시 내가 (경기 용인갑에서)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데 이원모 비서관이 전략공천으로 내려올 것 같다는 소식을 들었다. 속상한 마음에 술 한 잔 먹고 집에 왔는데 그때 서울의소리 기자가 전화로 '이철규 의원이 너무한 거 아니냐', '여사가 개입한 거 아니냐'는 식으로 이야기를 꺼냈다"며 "유도 질문에 그냥 '공천에 개입하고 있는 거지'라고 대답을 했던 것 같다. 거론된 당사자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지난 전당대회 당시 서울의소리와 한 대표 관련 의혹을 담은 USB를 주고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당시 (한 대표가) 개인 여론조사를 했다는 기사가 나오면서 총선 백서 내용을 나 또한 알고 싶었다"며 "'알아볼 수 있는 게 있으면 알아봐 달라'고 했고 이후 마포 일대에서 만나 USB를 받았다"고 했다.

이어 "우리 진영에 있는 후보를 위해서 쓰려는 의도가 아니고 개인적으로 의혹을 알아보고 싶은 생각이었다"며 "받고 나니 USB 자료가 선거에 이용되는 것도 바람직 않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버렸다"고 했다.

"서울의소리, 악의적 편집…나를 탄핵 도구로 이용"

김 전 행정관은 지난 2일 입장문을 통해 서울의소리 보도가 '악의적 편집'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이를 증명할 녹음파일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가진 녹음파일은 없다. 개인적으로 녹음을 할 줄도 몰랐고 1년 넘게 관계를 이어온 사람이 녹음해서 이렇게 이용한다는 건 상상도 못 했다"며 "내 신분이 잠시나마 공직자로서 대통령실의 직원이었다는 신분 때문에 제3자가 들었을 때 상당히 신뢰가 있는 말이 아니냐 이렇게 볼 수도 있는데 내 처세와 당시 행동들이 너무나 어리석고 한심하고 송구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녹취 보도가 나가기 전날 내가 서울의소리 대표에게 전화했다. '이게 방송에 나가면 내가 난처해지게 되고 정말 망신스러운 개인적 대화이기 때문에 방송이 안 됐으면 좋겠다' 그랬더니 매체 대표는 오히려 '자기 쪽으로 와서 영웅이 돼라'고 회유하더라"며 "나를 희생양으로 만들어서 탄핵의 도구로 이용하려고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또 "서울의소리 녹취록 보도는 짜깁기, 악의적 편집일 뿐이다. 공작, 사주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관련한 보도에 대해서는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로 고소를 한 상태고 앞으로도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행정관은 '한동훈 공격 사주' 의혹 파장이 확대되자 국민의힘 탈당에 이어 이날 SGI서울보증 감사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녹취록 때문에 언론에서 굉장히 관심을 가지고 회사에 많은 문의가 들어와 업무 수행에 지장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날 당 중앙윤리위원회는 김 전 행정관에게 당헌·당규 위반 소지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당무감사위 조사를 의뢰하기로 결정했다.

김 전 행정관은 "내가 진상조사를 받기 싫어서 탈당한 것처럼 보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탈당은 저의 불미스러운 일로 지지율이 또 떨어질까 봐 했던 것"이라며 "조사에 협조할 생각이다. 해명에 필요한 조치라고 하면 적극적으로 응하려 한다"고 말했다.

b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