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선 우 의장 "300명 처음" 치열했던 재표결…여 '당혹' 야 '탄식'
한동훈도 의총서 부결 당부…민주당은 '흔들기' 시도
여, 부결 성과에도 4표 이탈에 침울…야당석에선 탄식
- 박기현 기자, 임윤지 기자
"긴장되는 투표인가 봅니다. 제가 17대 때부터 국회의원을 했는데, 국회의원 전원이 참석해서 투표하는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서울=뉴스1) 박기현 임윤지 기자 = 우원식 국회의장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해병대원 특검법', 지역화폐법(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 개정안에 대한 재표결이 이뤄진 4일 본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국회의원 300명이 총출동한 이날 본회의에서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아온 이들 3개 법안은 모두 부결돼 최종 폐기됐다.
이날 국회는 본회의가 열리기 이전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국민의힘은 본회의 출석 의원을 관리하기 위해 이날 오전 10시와 오후 1시 30분 의원총회를 두 차례 열었다.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한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동의로 의결하는 통상의 표결과 달리, 108석의 국민의힘이 자력으로 부결할 수 있다. 다만 국민의힘 출석 의원이 줄어들면 가결 정족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출석 의원 관리가 중요한 상황이었다.
첫 번째 의원총회에서는 추경호 원내대표뿐 아니라, 이례적으로 한동훈 대표까지 참석해 김 여사 특검법을 비롯한 이들 법안에 대한 부결을 당부했다. 의총에서는 이들 3개 법안에 대한 부결 당론이 별다른 이의 없이 확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8표 이상의 이탈 표를 확보해야 하는 더불어민주당은 '흔들기'를 시도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심을 거역하는 권력은 국민에게 버림받는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라며 "김건희 한 명 지키려다 보수 세력을 궤멸시키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말라"고 말했다. 민주당도 이날 오전 의원총회를 열었다.
300명의 의원이 모두 모인 본회의장 역시 개표 직전까지 긴장감이 흘렀다. 바쁜 일정 와중에 참석한 여야 의원들은 신속히 투표하고 다음 일정에 가기 위해 투표가 시작되기 전부터 길게 줄을 서기도 했다.
무기명으로 진행된 3건의 법률안에 대한 투·개표는 50분가량 이어졌다. 의원들은 수다를 떨거나 자신의 휴대전화를 만지는 등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다만 우 의장이 투표 결과를 발표하자 야당에서는 아쉬움이 담긴 탄식이 합심한 듯 터져 나왔다.
김 여사 특검법은 총 300표 중 찬성 194표·반대 104표·기권 1표·무효 1표로 부결됐다. 해병대원 특검법은 찬성 194표·반대 104표·무효 2표, 지역화폐법은 찬성 184표·반대 111표·무효 2표로 부결됐다.
본회의 후 당황한 쪽은 여당이었다. 국민의힘은 의도한대로 법안을 모두 폐기함으로써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지만, 예상보다 많은 이탈 표에 당혹스런 분위기를 감출 수 없었다. 민주당이 김 여사 특검법을 또 다시 발의할 경우 이보다 많은 이탈 표가 나오면 부결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한 대표는 이날 본회의 결과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아까 회의에서 말씀드린 걸로 갈음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추 원내대표는 "모든 108표에 대해 공개 의사를 확인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숫자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었다"면서도 "오늘 표결은 총의를 바탕으로 재의요구에 부결을 시켰다는 의미가 있다. 단일대오가 확고히 유지되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등 야 5당은 이날 본회의가 끝난 후 로텐더홀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김 여사 특검 재발의 방침을 확인했다. 박 원내대표는 "대한민국은 김건희 왕국이 아니다"라며 "김건희 특검이 통과되고 공표될 때까지 계속해서 발의하고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master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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