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만남 대신 의사단체 달려간 한동훈…여야의정 협의체 '올인'
정부 추계위원회와 엇박자 우려도…우 의장·복지차관 연쇄 회동
한동훈 "협의체 출범 마지막 단계 근처"…의정 기류도 변화
- 송상현 기자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정부가 의료인력 수급 추계 논의 기구인 '인력수급추계위원회'를 꺼내 들면서 명분이 약해질 위기에 처한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을 위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막판 스퍼트를 올리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가 전향적인 메시지를 내며 협의체 출범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자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판단이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대표는 전날 한 언론사 창간기념식 참석 일정을 돌연 취소하고 의료단체 핵심 관계자를 만나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설득했다.
이 행사엔 윤석열 대통령의 축사가 예정돼 있어서 독대 불발 후 두 사람 간의 갈등 기류를 완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피했다는 오해를 살 수 있는 상황에서도 이 같은 선택을 한 데는 현재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날 만남에 대해 "한 대표가 의료계 관계자에게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설득했고 전향적으로 고려해 보겠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휴일(1일)에도 의료계 관계자를 만날 기회가 생긴다면 계속 접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지난달 6일 처음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이래 협의체 출범의 중재자 역할을 자처해왔지만 아직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특히 '2025년 의대 정원 재조정' 안건을 협의체에 올릴지를 두고 정부와 의료계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추석 전 협의체의 닻을 올리려던 한 대표의 구상이 차질을 빚었다. 이어 한 대표가 이를 중재하기 위해 윤 대통령에게 요청한 '독대'가 거절당하면서 당정갈등까지 재점화한 상황이다.
더군다나 대통령실이 의료계와의 소통 채널인 의료개혁특위 산하 인력수급추계위를 연내 신설하겠다고 밝히면서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의 명분도 약해질 위기에 처했다. 추계위와 협의체에 역할이 중복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정부가 한 대표가 주도한 협의체를 무산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여야의정 협의체가 계속해서 미뤄진다면 한 대표의 중재자 역할이 희미해지는 것은 물론 아예 협상 테이블에서 형식적으로 한 자리를 차지하는 수준으로 머물 가능성까지 있다. 이 때문에 한 대표는 협의체의 불씨를 살려놓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 대표는 전날 의료계 관계자 외에도 협의체의 또 다른 주체가 될 우원식 국회의장과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을 연이어 만났다.
한 대표는 우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협의체 출범의 마지막 의사 결정 단계 근처에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우 의장 예방을 마친 한 대표는 곧바로 박민수 2차관을 만나 정부가 인력수급추계위와 여야의정 협의체의 연계 가능성도 의논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 측은 정부가 의료계를 향한 전향적 메시지를 내 의료계도 화답하는 등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위한 막바지 준비 작업이 무르익었다고 자신하고 있다.
조규흥 보건복지부 장관이 전날 "전공의를 생각하면 매우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라며 처음으로 사과 입장을 밝히자,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충분하진 않지만 긍정적인 변화"라며 평가하며 모처럼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대표의 꾸준한 의료계 설득 작업의 영향력을 언급하며 "정부와 의료계에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가시적 성과 기대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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