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찬 후폭풍' 친한-친윤 공방전…지도부 갈등으로 커질라

친한 신지호 '추 원내대표 저격' 발언…지도부 갈등설
한동훈 "균열 아냐" 진화에도…원외 대표 한계 재부각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10·16 재보궐선거 후보자 추천장 수여식에 참석해 후보자 인사말을 들으며 손뼉치고 있다. 2024.9.23/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빈손 만찬' 이후 당 안팎서 분출하는 갈등 수습에 진땀을 빼고 있다.

친한동훈계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이 추경호 원내대표를 저격한 발언을 두고는 친윤석열계와 친한계 갈등이 본격화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을 앞둔 여당의 단일대오 유지에 적신호가 켜질 우려가 커졌다.

29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만찬 이후 친한계 신 부총장이 내놓은 발언이 당내 친윤계와 친한계 갈등설을 증폭했다.

추 대표는 지난 24일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 사이 만찬이 한 차례 연기되기 전 식사 자리 마련을 직접 조율한 당사자로 알려졌다.

당시 대통령실이 만찬을 추석 이후로 연기하자고 전달하는 과정에서 이를 추 원내대표 측에만 사전 통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한동훈 패싱'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후 만찬은 한 대표의 독대 요청과 대통령실의 거절로 우여곡절 끝에 열렸다. 그러나 의료대란, 김건희 여사 문제는 다루지도 못한 채 맹탕으로 끝났다는 비판을 받으며 거센 후폭풍을 낳았다. 한 대표도 "만찬의 성과는 저녁 먹은 것"이라고 했다.

만찬 다음 날인 25일 신 부총장은 자신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한 참석자가 만찬에 대해 '가을밤을 즐기는 여유로운 분위기였다'고 표현했는데 성질 같아서는 뺨 한 대 때리고 싶은 심정"이라며 "지금 이게 그런 자리인가. 사교 파티하나"라고 말했다.

'뺨 한 대' 발언이 알려진 당일 친윤계로 분류되는 한 최고위원은 지도부 단체 대화방에 신 부총장 발언을 공유하며 '당 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발언'이라며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신 부총장은 지난 26일에도 한 진행자가 '추 대표가 매일 한 대표 욕만 하고 다니는 것 아니냐. 한 대표를 욕해서 될 문제가 아니지 않나'라고 하자 "그렇다. 한 대표를 비판해서 뭔가 잘 될 수 있다면 그것도 필요하다고 보지만 잘 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친한계 핵심 인사인 신 부총장이 추 원내대표에게 곤란한 발언을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지적하는 인상을 남기자 지도부 내부 갈등을 자인한 것이란 해석을 낳았다.

다만 추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유튜브 발언)내용과 관련해 진위를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정확하지 않은 것을 감정적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고 일축했다. 한 대표 역시 전날 기자들에게 "균열이 드러난 게 아니다"라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전국 시·도당 위원장 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4.8.19/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지도부 '투톱' 사이 불편한 기류는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인 정점식 전 정책위의장 교체 당시부터 이어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친윤계 정 전 정책위의장 인선에 추 대표 의사가 비중 있게 반영됐지만 한 대표가 대표 취임 직후 임기 2개월여를 지낸 정 전 의장을 무리하게 교체하는 과정에서 둘의 신뢰관계에 균열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당 고위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추 대표가 대구·경북(TK) 출신이기 때문에 당시 부산·경남(PK) 출신으로 정책위의장 지역을 안배하는 데 많은 신경을 기울였다"며 "추 대표가 정 위원장을 직접 추천했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당정 갈등에 이어 추 대표와의 당내 갈등 핵심에 놓이면서 대표 취임 이후 약점으로 거론된 당 장악력의 한계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 대표는 취임 후부터 당내 의원들과 비공개 식사 자리를 통해 주기적으로 소통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과 만찬 이후인 지난 26일에는 의원총회에도 참석하며 의원들과 스킨십을 확대하고 있지만 '원외' 대표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특히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 결단이 임박한 가운데 친한계 결속력이 세질 경우 당의 단일대오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한 대표식 식사 정치에도 불구하고 한 대표를 향한 의원들의 인식 변화가 크지는 않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b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