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대표가 尹 부하냐"…빈손 만찬, 마이크도 못잡은 한동훈
독대 불발에 인사말 기회도 안줘…친한계, 부글부글
"대통령, 한 대표에 대한 존중도 대화 의지도 없어"
- 신윤하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 여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이 별다른 성과 없이 빈손으로 끝났다. 만찬이 독대는커녕 한 대표의 발언 기회도 없이 종료되자, 친한계 의원들 사이에선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부하로 보는 것 같다"는 볼멘소리가 분출되고 있다.
25일 만찬 참석자들에 따르면 한 대표가 요청했던 독대가 불발된 건 물론이고 당대표 인사말 순서도 없었다. 통상적으로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만찬은 대통령과 당대표, 원내대표 등의 인사말과 함께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대목이다.
전날 만찬은 윤 대통령이 체코 방문, 원전 등을 주제로 발언을 이어나가면, 참석자들이 반응하며 말을 얹는 정도의 분위기였다고 전해진다. 야외 테이블에서 20명이 넘는 참석자들이 자리해 깊은 대화를 나눌 분위기는 아니었단 게 여당 지도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에 친한계에선 "윤 대통령이 한 대표에 대한 존중이 없고 대화 의지도 없다"는 불쾌감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한 대표가 의정 갈등과 김건희 여사 의혹과 관련한 언급을 하지 못하게 발언 기회조차도 안 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친한계 여당 핵심 관계자는 뉴스1에 "한 대표를 앉혀놓고 윤 대통령 혼자서 이야기하는 게 말이 되냐"며 "부하를 앉혀놓고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한 대표를 향한 대통령실의 태도에선 진정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친한계 의원은 "한 대표와 윤 대통령은 대형 테이블에서 마주 앉는 형태여서 대화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한 대표에게 마이크도 주지 않은 건 아예 대통령실이 한 대표가 꺼낼 현안들에 대한 논의를 막겠단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친한계 핵심 장동혁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SBS라디오에서 "보통 그런 자리면 당대표가 인사 말씀하고 원내대표도 인사 말씀을 한다. 민심도 전달하거나 하시고 싶은 말씀을 하실 수 있었을 텐데 어제는 그런 기회 없이 곧바로 식사했기 때문에 현안에 대해 논의할 기회는 따로 없었다"며 "(만찬 성격과 결과에) 아쉬움은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날 만찬에선 의정 갈등과 김건희 여사 의혹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독대 자리 등이 마련됐다면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을 위해 의료계가 요구하고 있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재논의'를 설득했을 것으로 보인다. 부정적 여론이 팽배한 김 여사 의혹에 대해서도 논의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친한계 김종혁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한 대표가 말씀할 기회를 기다렸던 것 같다"며 "한 대표는 혹시라도 독대를 안 한다고 했지만 대통령이 좀 일찍 오셔서 '한 대표 나하고 잠깐 이야기합시다' 이런 상황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친한계에선 빠른 시일 내 한 대표와 윤 대통령이 독대해 현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한 대표는 전날 만찬이 끝난 직후 주차장으로 이동하며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에게 "대통령과 현안을 논의할 자리를 잡아달라"는 귓속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친한계 의원은 "대통령실이 독대 요청을 흔쾌히 받아주시는 게 당연하다. 독대를 피하겠다는 건 여당 대표로 인정을 안 하겠다는 거 아니냐"며 "친한계 의원들 전반이 부글부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최고위원도 "대통령과 여당의 대표가 만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고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며 "이게 무슨 007작전처럼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냐. 국민들께 '우리가 이렇게 자주 소통하고 만나고 있다' 고 알리고, 다만 그 독대에서 어떤 내용이 있었는지를 얼마큼 공개할지 여부에 대해선 그 대화의 성격에 따라 결정될 문제"라고 했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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