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대 불발…윤 대통령·한동훈 모두 상처뿐인 만찬 우려

윤 대통령, 의정갈등 출구 전략 없어…당정 갈등도 재부각
한동훈 리더십 타격…친한·친윤 갈등 재점화, 장악력 흔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체코로 출국하기 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체코 방문을 통해 지난 7월 한국수력원자력이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후속 조치에 매진한다는 방침이다. 2024.9.1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독대가 불발되면서 의정갈등의 출구전략을 찾을 기회가 날아간 모양새다. 의료 공백 우려 속 지지율에 큰 타격을 입은 윤 대통령은 물론 당내 입지가 불안한 한 대표 역시 적잖은 상처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예정된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 만찬에서 한 대표가 요청했던 윤 대통령과의 독대는 성사되지 못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전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독대 여부에 대해 "별도의 협의 사안"이라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전했다.

이로써 한동안 잠잠했던 당정갈등은 물론 친윤(친윤석열계)과 친한(친한동훈계)의 갈등도 재점화하는 분위기다. 친윤계는 독대를 요청한 사실이 사전에 외부에 유출된 것을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한 대표를 비롯한 친한계는 사전유출에 선을 그으면서 독대 요청 보도가 나간 것이 "무슨 잘못이냐"며 맞받아쳤다.

이번 독대에서 한 대표는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위한 설득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한 대표는 의료계의 협의체 참여를 끌어내려면 2025년 의대 정원 재조정도 안건으로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대통령실은 2025년 정원을 수정하기엔 현실적으로 늦었다며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는 의정 갈등 정국을 돌파할 출구전략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지난 2월 의대 증원 발표에 반발해 떠난 전공의 등이 현장으로 돌아오지 않으면서 의료 공백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은 커져만 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의료 개혁에 기대를 걸던 여론도 사태 장기화에 추석을 앞두고 응급실 공백 우려가 고조되면서 점차 부정적으로 변했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18세 이상 유권자 2503명을 대상으로 한 9월 2주 차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 응답 비율은 취임 이후 최저인 27.0%를 기록했다. 9월 3주 차에 30%대(30.3%)에 턱걸이 하긴 했지만, 의료 대란 여파에 따라 언제든 다시 20%대로 고꾸라질 수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의료 개혁 완수 의지가 강하긴 하지만 언제까지 의료계와 강 대 강 대치만을 지속할 순 없는 상황"이라며 "출구 전략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당밖에 없는데 독대 기회를 날려버린 건 아쉬운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한 대표 또한 독대 불발로 리더십에 타격을 입었다. 독대 요청이 언론보도로 유출되고 끝내 거절당하자, 범친윤계는 기다렸다는 듯이 한 대표를 향한 공세를 시작하는 모습이다.

한 대표가 취임 이후 민심을 좇으며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 전략에 나섰지만, 아직 문제해결 능력에서 의문 부호가 따라다니는 상황이다. 여기에 당내 지지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연거푸 용산과 불편한 관계를 만들면서 당 장악력 확보는 요원한 모습이다.

한 대표가 여야의정 협의체 발족에 성공한다면 중재자를 넘어 해결사로서의 존재감을 키우는 기회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기도 했다.

야당 역시 이번 만찬에서 의료 대란과 관련한 당정 간의 실질적인 성과물이 나오지 못할 수 있다며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전날 더불어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박주민 의원은 "배만 채우고 성과는 없는 빈손 만찬이 돼선 안 된다"라며 "구체적인 성과 없이 회동 자체를 성과로 포장하는 관행을 되풀이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songs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