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신화' 국회에서…고동진 "찍힐까봐 못 했던 일 하려"
[인터뷰] 반도체특별법 당론 발의 예고…"미래 국가 경쟁력"
한동훈 "정치신화 써달라" 영입…민생 현안 발맞춤
- 이비슬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기업 신화를 쓰신 것처럼 대한민국 경제와 미래를 살려달라. 정치에서도 신화를 써보시면 좋겠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총선 직전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에게 영입을 제안하며 이렇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 평사원으로 입사해 사장까지 오르며 샐러리맨 신화를 쓴 인물.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 개발을 총괄한 주역으로 꼽히는 고 전 사장은 국민의힘 입당 후 서울 강남병에 전략공천을 받으며 정치 신화의 첫발을 뗐다.
고 의원이 국회에 입성한 뒤 낸 1호 법안은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법'이다. 대통령 직속으로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를 설치해 국가 전략을 수립하고 기업에 국가 보조금을 지원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만난 고 의원은 "우리나라가 선진국 초입에는 들어갔지만 여기서 도약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반도체를 초격차 산업으로 만들어 놓는다면 12~13년 길게는 15년 뒤 우리나라 경제를 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일본과 같은 국가가 막대한 보조금을 쏟아부으며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을 심화하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2022년 제정한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을 통해 반도체 산업 투자 시 세제 혜택을 주는 간접 방식의 지원에 초점을 두고 있어 전략 재수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김태년·이언주 의원이 반도체 산업 육성에 국가 책임을 강조한 법안을 발의해 상임위 심사에 돌입했다. 기존 세제 혜택이 이미 있다는 지적이나 대기업 특혜라는 논란에도 여야가 모처럼 반도체 산업 국가 지원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한국의 반도체 경쟁력에 속도가 붙을지에 관심이 모인다.
고 의원은 "직접 보조금이란 국가가 벤처 캐피탈이 되어준다는 이야기"라며 "보조금이 기업의 불쏘시개가 되면 중소·중견 기업에도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 의원은 같은 당 송석준·박수영 의원이 각각 발의한 반도체 특별법을 하나로 통합하는 당내 실무 작업을 마치고 상임위,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이다.
국민의힘은 9월 정기국회 내 고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을 당론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대표는 고 의원에게 기업 직접 보조금 지급 방안에 일찌감치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여야가 준비 중인 법안의 차이점은 직접 보조금 여부다. 고 의원이 대표 발의할 법안에는 국가가 반도체 산업에 보조금을 직접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을 명문화한 반면 야당 법안에는 해당 내용이 빠져있다.
고 의원에게 '그간 정치권에서의 반도체 특별법 논의가 활발하지 않았던 이유'를 묻자 "찍힐까 봐 그렇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저도 기업에 오래 있었지만, 정치인에게 기업의 문제 상황을 전달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그냥 거기서 포기한다. 자꾸 이야기하면 이상하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제 국회의원이 됐으니 기업과 국민이 바라는 일에 신경쓰려 한다"고 설명했다.
고 의원은 한 대표가 삼고초려 끝에 당에 영입했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친한동훈계' 의원으로 분류됐다. 정치 계파색을 드러내는 공개 발언을 삼가고 있지만 사회 현안에 정치권이 기민하게 반응해야 한다는 점에는 뜻이 통한 것처럼 보였다.
그는 "보좌진에게 '우리가 반도체 특별법을 열심히 하는 것은 좋지만 민생 현안에 빠르게 반응하자'는 지침을 줬다"며 "좋은 보좌진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에서 발생한 일본도 살인사건 이후 한 대표가 "국민께서 불안하지 않도록 총포·도검 소지 전반에 대한 재점검과 감독이 필요하다"고 하자 고 의원 등이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 개정안, 부천 호텔 화재 이후 발의한 '스프링클러 신속 설치 의무화 소급적용법'(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 '포괄적 딥페이크 방지 및 처벌법'(형법 개정안) 발의를 통해 여당 대응 기조에 발맞추기도 했다.
그는 끝으로 "나는 삼성에서 40년간 일하면서 마지막 15년간은 삼성은 당연하고 국가를 위해서도 일한다고 생각했다"며 "내가 돈을 벌어야 소외 계층과 사회에도 간다는 사명감으로 일했다. 자라나는 어린이와 청년의 미래를 위해 일하겠다"고 다짐했다.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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