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의사·국민 자극에 여당도 부글…차관 경질-유임 윤 선택은?

"피 많이나도 경증" 박민수 복지차관 잇단 설화…대화 걸림돌
문책론 공개표출 속 신중론도…"지금 인사문제 거론 부적절"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제전자센터에서 열린 '제17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2025년도 건강보험료율'을 안건으로 논의해 확정한다. 2024.9.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박소은 기자 = 의료대란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자 7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을 겨냥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박 차관이 "배 아프거나 찢어져서 피 많이 나도 경증" 등 발언으로 국민들의 공분을 산 데다, 정부와 갈등을 겪고 있는 전공의도 박 차관의 경질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다만 여권 내에서 박 차관의 경질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의 의료개혁 추진 의지에 대한 후퇴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한번 발탁한 인사는 외부 요인으로 쉽사리 교체하지 않는 윤석열 대통령의 스타일도 거론된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응급실 뺑뺑이' 등 의료대란을 지적하며 "의료 개혁을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그 시작은 책임질 사람이 책임을 지는 것이라 믿는다"고 지적했다.

'특정인에 대한 공격이 아니다'라고 단서를 달았지만 "고열이나 복통, 출혈 정도는 경증이니 응급실에 가지 말라는 정부의 주장에 동의할 국민이 얼마나 되겠나"라고 꼬집으면서 박민수 차관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차관은 지난 4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본인이 전화할 수 있으면 경증으로 봐야", "배 아프거나 찢어져서 피 많이 나도 경증"이라고 말해 논란을 자초한 바 있다.

5선 중진 나경원 의원은 이같은 박 차관 발언에 대해 5일 "조정하고 해결하기보다는 순간순간 잘못된 발언 등으로 갈등을 더 증폭시킨 부분이 있다"고 질타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의원도 국민의힘 원외 소장파 모임인 '첫목회'가 개최하는 의정 갈등 토론회에 박 차관이 불참을 일방 통보한 것을 두고 "여당 소속 의원과 당협위원장들을 만나 토론하고 설득할 용기도 없으면서 무슨 수로 국민을 설득하나"라고 힐난했다.

여당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박 차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배경에는 의료 대란 사태가 추석 민심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걱정이 깔려 있다. 응급실 수요가 많아지는 명절 연휴에 '응급실 뺑뺑이' 등 의료 사고가 단 한 건이라도 발생하면 정부·여당을 비롯해 지역구 민심에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의료계 '공공의 적'이 된 박 차관은 의료대란 해소의 핵심 열쇠를 쥔 전공의들과의 협상에 걸림돌이라는 점 또한 경질론에 기름을 붓고 있다.

앞서 박 차관은 공식 브리핑 자리에서 의사들을 비하 용어인 '의새'라고 들릴 수 있는 발음으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국내에서 의사가 사라질 경우 외국으로 환자를 이송해 치료하고, 그 비용을 모두 의사들에게 청구하겠다고 밝히며 의사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현재 정치권은 의료 대란을 풀기 위해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을 논의 중이다. 각종 설화로 여론을 크게 악화시킨 박 차관을 경질할 경우 전공의들과의 협상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가 문책성 인사로 대화 의지를 보일 경우 4자협의체에 의료계 참여를 더욱 압박하는 효과도 예상된다.

그럼에도 박 차관 경질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권에선 적지 않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지난 5일 "지금 시점에 인사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일부 소통 중에 부족함이 있으면 그것을 시정하면서 꼼꼼히 현장 문제를 살피면 된다. 지금은 의료개혁을 차질 없이, 일관성 있게 준비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sos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