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국민 눈높이 정치…한동훈표 ‘공론화’ 전략 성패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9.3/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9.3/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확고하게 택한 전략은 '국민 눈높이 정치'다. 당내 세력 기반이 취약한 데 여론조사에선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니 한 대표가 민심에 기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민심에 밀착해 있다는 점은 한 대표가 대통령을 비롯해 여권 내 그 누구와 견주어도 밀리지 않는 가장 큰 차별화 지점이다.

한 대표는 정치 초보로서 총선 참패 과정을 지켜봤다. 이후 비상대책위원장을 내려놓으면서 절절히 깨달은 교훈이 있을 것이다.

한 대표는 지난 총선에서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것에 대해 "연극 2막에 대체 투입된 주연 배우 같은 상황"이었다고 말한다. 자신이 주도적이고 치밀하게 판을 읽고 그려보지 못한 채 지휘봉을 잡았다는 아쉬움의 표현이다.

그러면서 이종섭 전 장관의 대사 임명과 대파 논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의대 증원 등을 총선 참패의 원인으로 꼽는다. 결국 정부와 당이 민심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며 논란을 키우고 여론은 악화했다는 것이다. 당시 한 대표의 이런 문제의식은 명품백 수수 의혹들 두고 대통령실을 향해 작심 발언하는 것으로 이어졌고 '당정갈등'의 시작점이 됐다.

한 대표는 비대위원장 시절의 아쉬움을 담아 취임 이후 "민심의 파도에 올라타겠다"고 했다. 하지만 해병대원 특검법이나, 의대 증원 문제처럼 한 대표가 민심이란 기준을 들이댈 때마다 당정갈등으로 번지곤 한다. 한 대표의 주장이 정부 방침이나 당론에서 이탈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왜 그러는 걸까? 혹자의 평가처럼 '주인공 병'에 걸렸거나 '나르시시스트'이기 때문일까.

한 대표의 항변에도 귀를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 한 대표는 늘 자신의 주장이 국민 눈높이에 맞춘 '대안'이라고 말한다.

해병대원 특검법의 필요성과 관련해선 국민들의 의구심을 사그라들게 하기 위해 "합리적 대안을 제시해 이 문제를 정면 돌파해야 한다"고 했다. 의대 증원 유예안에 대해서도 "국민 여론과 민심을 다양하게 들어본 결과 현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대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한다.

정치 초보이자 원외에 있는 한 대표에게 여권 내 우군은 많지 않다. 대안을 내도 당정을 설득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지난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의료 대란과 같은 시급한 문제에 당내 프로세스나 당정 관계 따윈 거추장스러웠을지도 모른다.

한 대표가 택한 방식은 결국 '민심'에 기대는 것이다. 민심에서만큼은 가장 탄탄한 지지를 받기에 당 대신 대중을 향해 불쑥 말을 걸고 시끄러운 상황을 만든다. 그리고 의제를 공론장으로 끌어내 정치권을 넘어 국민적 관심사로 환기하고 격렬한 토론이 오가게 한다. 한 대표는 당정갈등 프레임을 경계하지만 외려 이는 사안의 관심도를 높이는 촉매제가 된다. 민심의 지지를 받는 한 대표는 자신이 가진 말의 파괴력을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한 대표의 대안 제시 이후 국민 70%가 필요성에 공감한 해병대원 특검법을 두고 여야 간 견해차가 좁혀지고 있고, 의대 증원 유예안의 경우 수용할 수 없다던 대통령과 원내대표가 '원점' 논의를 말하는 상황이다. 문제 해결을 위한 가능성의 씨앗은 뿌려놓은 셈이다.

다만 취임 48일째 한 대표가 낸 대안이 해법으로 이어진 경우는 아직 없다. 한동훈표 민심 전략이 결과물을 보여줘야 할 때가 됐다. 민심은 오래 기다려주지 않는다.

songs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