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닌·또라이·게엄' 막말·음모론에…여야 협치 기류 흔들
여 강선영 "이재명, 레닌"→민주 "또라이"…국민 없는 막말 경쟁
이재명 대표까지 계엄론 가세…민주, 역풍 우려 침묵 모드 전환
- 신윤하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국회의원 임기 시작 96일 만에 개원식을 가진 22대 국회가 음모론과 막말로 충돌하고 있다. 민생법안 합의 처리와 11년 만의 여야 대표 회담으로 모처럼 조성된 여야 협치 분위기가 다시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양당 정책위의장은 오는 6일 만나 민생 공통 공약 추진 협의기구를 구성하기 위한 논의에 나선다. 민생 공통 공약 협의기구는 국민의힘 한동훈·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회담을 통해 합의한 내용이다.
최근 여야 관계는 오랜만에 훈풍이 부는 모습이었다. 여야의 극한 정쟁으로 3개월간 개원식도 열지 못했던 국회는 지난달 28일 전세사기특별법, 구하라법 등 비쟁점 민생법안을 합의 처리했다. 성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11년 만의 여야 대표 회담도 지난 1일 성사됐다.
하지만 협치 분위기는 여야의 막말 경쟁 속에 금방 사그라들었다.
강선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일 김용현 국방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이재명의 평화혁명론. 이 책을 읽으면서 저는 1917년 레닌 볼셰비키(혁명이) 연상된다"며 "레닌이 주장한 군주제혁명·토지혁명·빵혁명·평화혁명은 이재명 대표의 정치·경제·복지·평화 혁명과 유사한 궤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강 의원을 향해 "또라이"라고 했고 청문회는 파행했다.
민주당에선 강 의원을 제명할 것을 촉구했고, 강 의원은 '또라이' 발언을 한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윤리위원회 제소를 검토하기로 했다.
야권이 꺼낸 '계엄령 의혹'도 여야 갈등 뇌관으로 떠올랐다. 계엄 음모론은 지난 2022년 11월 부승찬 민주당 의원이 언급하고, 최근 정부의 외교·안보라인 인사와 함께 김민석·김병주 민주당 최고위원이 꺼내 들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에 이재명 대표도 계엄 음모론에 가세하면서 여야 충돌은 커졌다. 이 대표는 한 대표와의 회담 모두발언에서 "최근에 국회가 계엄 해제를 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들을 계엄 선포와 동시에 체포·구금하는 계획을 꾸몄다는 이야기가 있다"는 주장을 했다. 국민의힘은 "근거를 제시하라"며 즉각 반발했다.
민주당의 계엄 음모론은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을 저지하기 위해서 계엄령을 선포한 후, 계엄 해제를 막기 위해서 국회의원의 체포·구금도 계획하고 있단 내용을 담고 있다. 윤 대통령이 충암고 선배인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을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고, 방첩사령관도 '충암고 라인'으로 채운 것은 국지전과 북풍 조성을 염두에 둔 결정이란 의혹도 제기됐다. 계엄사령관을 지휘·감독하는 권한은 국방부 장관에게 있다.
민주당은 계엄령 의혹 제기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내놓지 않는 모습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 대표의 1일 계엄령 발언 이후 민주당은 최고위원회의와 당 논평에서 더 이상 '계엄'을 언급하지도 않았다.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무리하게 의혹만 제기하다간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단 판단으로 보인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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