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읽기] 삶의 터전을 살리는 생명보듬정치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90일이 지났다. 언제나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정치인으로, 나아가 국민이 주인이 되는 정치를 해야겠다는 신념으로 국회의원직을 시작하였다. 미래칼럼의 기고를 씀과 동시에 앞으로 남은 1370일 동안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를 다짐하며 '삶의 터전을 살리는 생명보듬정치'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1) 필자는 광양 금호(金湖)도라는 섬에서 태어났다. 옛 어른들은 이 섬을 '쇠섬'이라 불렀다. 그 이름 때문인지 금호도는 광양만의 갯벌을 메우면서 사라진 섬이 되었고, 지금은 산업의 쌀인 '철'을 만드는 광양제철소가 자리 잡고 있다. 그렇게 광양제철소는 광양 시민들의 새로운 삶의 터전이 됐다. 철강 산업은 대한민국 산업화 발전에 지대한 공을 세웠고, 지금도 지역 경제에 든든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철강 산업은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탄소중립이라는 커다란 숙제를 안고 있다.
(#2) 작년 우리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56.4㎏이다. 30년 전인 1994년 110.2㎏의 절반 수준이다. 하루 소비량으로 하면 154.5g, 시중에 판매되는 즉석밥 210g보다도 작다. 한국 사람은 '밥심'으로 산다고 했는데, 이제는 쌀이 아닌 가공식품이 밥심이 되어가고 있다. 줄어든 쌀 소비량만큼 농민들의 삶의 터전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우리 삶의 먹거리 터전이 누군가에게 조금씩 빼앗기는 것 같다.
(#3) 전국의 89개 시군구가 인구감소위험지역으로 지정됐다.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를 제외하면 대부분 지역이 인구감소지역이다. 내 지역구 중 곡성군과 구례군도 인구감소지역에 속해 있다. 학령인구는 점점 줄어가고, 50대가 청년인 곳이 허다하다. 지난 7월 곡성군에 쌍둥이가 태어났다. 인구소멸지역에서 태어난 쌍둥이는 지역의 많은 축하 인사와 함께 기사로도 소개가 됐다. 2024년 7월 기준 전라남도의 주민등록 인구통계는 179만3747 명이다. 1995년 206만6842 명보다 27만3095 명이 줄었다. 전라남도 22개 시군 중 가장 인구가 많은 순천시 인구가 27만6801 명, 그다음인 여수시 인구가 26만9593 명임을 감안하면, 1세대인 30년 만에 순천시나 여수시 인구가 증발한 셈이다. 내 삶의 이웃이 사라졌다.
22대 국회가, 그리고 대한민국이 더욱 경쟁력 있고 미래 지향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우리의 터전을 살려야 한다. "철, 쌀, 사람 그리고 삶의 터전을 살리는 생명보듬정치"가 있어야 한다. 하나씩 설명을 해보겠다.
2021년 1월 출범한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중국의 부상을 강력하게 경계했다. 첨단산업 기술력이 해당 산업의 경쟁력을 넘어 세계 경제와 안보패권까지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바이오를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지정해 연구개발 지원과 함께 기업의 민간 투자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세액공제, 빠른 인허가 등의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철강도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지정이 필요하다. 철강의 경쟁력이 대한민국의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철강은 국가 제조 인프라의 필수 기초 소재로 사용되어 각종 산업, 건설, 건축, 선박, 자동차, 생필품, 심지어 악기의 현(絃)까지 그 활용도가 다양하다. 이제는 다른 대체제도 없다.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통해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철강 제조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필자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국가첨단전략산업법)'개정안을 제1호 법안으로 대표발의 했다.
'백세미'라는 쌀이 있다. 아마 처음 들어보셨을 것이다. 백세미는 전통적 육종방식으로 유기농 재배를 하는 프리미엄 쌀이다. 육묘, 벼 보관, 도정 과정을 자동화하여 최적의 조건에서 쌀과 제품의 품질관리를 하고 있어 그 맛이 일반 쌀과 비교하면 훨씬 고소하고 쫄깃한 식감이 특징이다. 이에 미국 유기농 인증도 취득했고, 호주로 수출을 하고 있다. 우리 쌀도 충분히 고급 브랜드로의 이미지 변신이 가능하다. 내수를 넘어 해외로의 판촉을 위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농업 선진화가 적극 추진되어야 한다. 그 기반을 다지기 위한 '농민·농업·농촌정책기본법(농민기본법)', '양곡관리법', '필수 농자재 및 에너지의 지원에 관한 법률(필수농자재지원법)'등 '농민 3법' 개정이 필요하다.
순광곡구, 속인고양, 남장임순... 신조어나 사자성어가 아니다. 바로 국회의원 선거구 중 4개의 시군의 앞 글자만 줄여 부르는 말이다. 순천시·광양시·곡성군·구례군, 속초시·인제군·고성군·양양군, 남원시·장수군·임실군·순창군이다. 이런 지역이 총 12곳이 있고, 일부 지역은 갑과 을로 구분되어 총 14개의 선거구가 있다. 이렇게 4개의 시군이 복잡하게 묶여 있는 지역일수록 상생 클러스터 구축을 통한 지역 협력 모델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내 지역구인 순천·광양·곡성·구례(을)의 경우 순천은 명품주거, 광양은 미래산업, 구례는 생태문화, 곡성은 관광특구를 만들어 상호 보완적인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내가 22대 국회에 바라는 정치는 나 혼자가 아닌 '우리'가 함께 하는 정치이다. 국민 지키고 지역 살리는, 우리의 삶의 터전이 살아나고 대한민국의 생명이 살아나는 정치이다. 문제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때로는 희생도 필요하다. 하지만, 분명히 이뤄질 것이라 믿는다.
국회의원 선서문이 있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초선 의원인 나는 아직 이 선서를 하지 못했다. 여소야대의 혼란한 정국으로 인해 22대 국회가 개원식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는 지역민들이 내게 주신 민의를 따라 열심히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 9월 2일이면 정기국회도 개회한다. 여야 정치인들 모두가 '삶의 터전을 살리는 생명보듬정치'를 하기를 원한다. 우리 산업을 살리고, 우리 먹거리를 보호하고, 우리 지역을 지키는 생명보듬정치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요즘이다.
/권향엽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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