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재명 회담 날짜 정했지만…'의정갈등' 의제 충돌
野 "주요의제 다뤄야" 與 "갈라치기, 의제 불가"…李, 韓 유예안 지지
해병대원 특검법·민생회복지원금 등 민감 의제…막판 기싸움 불가피
- 이비슬 기자, 박소은 기자, 박기현 기자, 임윤지 기자
(서울·인천=뉴스1) 이비슬 박소은 박기현 임윤지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회담이 오는 1일로 확정됐다. 한 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당시 상견례차 이 대표와 회동한 일정을 제외하고 두 사람이 정책 안건을 논의하기 위해 만나는 자리는 이번이 처음이다. 논의 테이블에 의대정원 문제를 올릴지를 두고 신경전이 최고조에 달했다.
29일 박정하·이해식 여야 당대표 비서실장은 오는 1일 오후 2시 국회에서 양당 대표 회담을 열기로 했다고 각각 발표했다. 한 대표가 제안했던 회담 생중계는 모두발언까지만 공개하며 양당 정책위의장과 수석대변인이 배석하는 방식으로 정했다.
박정하 비서실장은 이날 국민의힘 1박2일 연찬회가 진행 중인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브리핑을 열고 "회담이 답보 상태인 정치를 풀어나갈 수 있도록 충실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민주당의 1박2일 워크숍이 열린 인천 중구의 한 호텔에서는 이해식 비서실장이 브리핑을 통해 회담 계획을 발표했다.
이 비서실장은 "회담의 성과가 매우 회의적일 것이라는 당내 여론에도 불구 정치 회복이 긴요하다는 측면에서 회담 개최에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8일 이 대표가 전국당원대회에서 연임을 확정하며 한 대표에게 대표회담을 제안한 지 2주 만에 양당 대표가 마주 앉게 되는 셈이다. 양당은 앞서 대표회담 일정을 지난 25일로 확정했지만 이 대표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며 일정이 조정됐다.
회담일은 확정했지만 두 대표가 논의할 안건을 둘러싼 기싸움은 여전히 팽팽하다. 당장 의정갈등을 의제로 올릴 지를 두고 상반된 입장을 드러냈다.
이해식 비서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료대란과 의정갈등은 주요 의제로 확실하게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지만, 박정하 비서실장은 "의정갈등 문제는 여야 간 법과 예산을 통해 해결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저희 당은 의제로 다루지 않을 예정"이라고 못박았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의정갈등 해법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가 불협화음을 내고 있어, 이를 여야 회담 의제로 올릴 경우 당정 갈등의 화력만 보탤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이 전형적으로 갈라치기 하는 것인데 뭐 하러 (의제 제안을) 받겠느냐"고 말했다.
앞서 이재명 대표는 한동훈 대표가 정부에 '2026년 의대 증원 유예'를 조정안으로 제안한 데 대해 "의료 공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불가피한 대안 중 하나"라고 말했다. 표면상 한 대표 주장에 힘을 실은 발언이지만 당정 갈등을 지렛대 삼아 여권 내분을 꾀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날 오후 국민의힘 연찬회 일정상 예정된 '의료개혁 관련 정부보고'와 관련해서도 여당 내 여론 분열의 긴장감이 감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해 정부 측 관계자가 윤 대통령의 의대 정원 증원 계획을 공유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 대표는 개인 일정을 사유로 해당 보고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의제 협상의 돌연 결렬 배경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정치권에서도 의대 정원 증원 계획 관련 타협점을 찾자는 주장에 대해 "의사단체들과 소통해왔지만 통일된 의견 도출이 안 된다"며 "도출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강경 입장을 고수하겠단 뜻을 밝혔다.
이해식 비서실장은 이날 브리핑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이) 국정 브리핑에서의 대통령 기류를 읽고 도망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며 "(의정갈등은 당 대표) 두 분이 만나서 (협상)할 수 있는 아주 핵심적인 현안이다.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회담까지 남은 기간 의정갈등 논란과 함께 해병대원 특검법, 민생회복지원금과 같이 여당에 민감한 의제 상정을 추진하며 막판까지 기싸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민의힘은 △정쟁 중단 선언 △민생 회복 지원 △정치 개혁 협의체 상설화를 의제로 제시했다. 민주당은 △해병대원 특검법 △민생회복 지원금법 △지구당 부활 등 사안을 회담에서 다루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정치 개혁 협의체나 연금개혁 관련 논의는 이번 여야 대표 회담 의제로 다루지 않거나 협의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알려졌다.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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