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일극 철옹성' 균열 열쇠는 사법부…기지개 펴는 비명계
연임 성공하며 당 완전 장악…'사법리스크' 유일한 족쇄
비명계 세 결집 물밑 움직임…김부겸·김동연·김경수 변수
- 한병찬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이재명 일극체제'에서 숨죽이던 비명(비이재명)계 인사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 향방에 따라 비명계가 다시 목소리를 내며 결집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8·18 전당대회를 통해 85.4%라는 역대 최고 득표율로 연임하며 범야권 차기 대권주자의 위상을 견고히 다졌다. '이재명 2기 지도부'도 친명(친이재명)계로 채우며 대선 가도 장애물도 모두 제거했다.
당내 철옹성 기반을 구축한 이 대표에게 남은 과제는 사법리스크 뿐이다. 이 대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되며 공직선거법·위증교사 혐의 재판은 약 2주 정도 연기됐지만 1심 선고는 10월 중 또는 11월 초쯤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7개 사건에 11개 혐의로 총 4개의 재판을 받는 이 대표의 첫 1심 선고인 만큼 정치권은 재판부 판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내 불만들이 한 번에 터져 나올 가능성도 제기돼 결과에 따른 당내 혼선을 예상하는 관측이 적지 않다.
벌금 100만 원 이상 형이 확정될 경우 이 대표는 의원직은 물론 피선거권 상실로 대권의 꿈을 접어야 한다. 비록 1심이긴 하지만 유죄 판결 시엔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하고, 민주당도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수세에 몰려 위축됐던 여권의 파상 공세도 불 보듯 뻔하다.
법조계에선 지난해 이 대표의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했던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구속 영장을 기각하며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것에 주목한다. 이같은 사법부 인식이 그대로 이어질 경우 이 대표의 1심 선고 결과는 긍정적이지 않다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야권 내 차기 대권 잠룡들은 공고하던 이 대표 체제에 빈틈 조짐이 보이자, 이에 발맞춘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먼저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오는 9월 여의도 정치권 전면에 재등판할 전망이다. 김 전 총리 측은 "그동안 '대통령, 여야의 정치 난맥 현실에 침묵하는 것이 옳지 않으니 바른 정치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는 국가 원로와 후배 정치인들로부터 질책성 권유와 요청을 받았다"고 복귀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내달 광화문에 사무실을 내고 방송 인터뷰와 강연 등을 통해 정치 활동을 재개할 계획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계 인사들을 경기도로 불러들이며 세 불리기에 착수한 상태이다. 당헌·당규 개정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이 대표와 각을 세우기도 했다. 특히 김 지사는 이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대표적 복지정책인 '기본소득'을 '기회소득'으로 바꿔 추진하는 등 차별화에 나서는 모습을 보인다.
'친노·친문 적자'로 불리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역시 최근 광복절 특사를 통해 복권되며 정계 복귀 길이 열렸다. 비명계는 김 전 지사가 범진보 진영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에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에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에 크게 고무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쿠키뉴스 의뢰로 한길리서치가 지난 17~19일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10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야권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6.0%의 지지율로 3위에 오르며 5.8%의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제쳤다. 범진보 진영 1위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43.2%), 2위는 김동연 경기지사(7.7%)였다.
비명계 인사들의 물밑 세 결집 움직임도 감지된다. 친문(친문재인)계 싱크탱크인 '민주주의 4.0'은 오는 28일 총회를 열고 활동 방향을 설정하기로 했다. 4·10 총선 공천 과정에서 탈락한 전직 비명계 의원들은 '초일회'를 구성해 조직화에 나섰다. 내달 회동을 하고 대표를 뽑을 것으로 보이는 초일회가 비명계 야권 주자들과 연대할지도 주목된다.
다만 친명계는 물론 정치권 안팎에선 1심 선고 결과와 무관하게 이 대표 체제가 굳건할 것이란 전망이 상당하다. 김우영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은 전날 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표가 1심 유죄를 받더라도 "이재명 현상은 이재명 개인에 대한 선호 현상이 아니다"며 "안티나 아닐 비(非), 이것은 정치를 주도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 조사는 유선 전화면접(10%), 무선 ARS(90%)를 병행해 진행됐다. 응답률은 2.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 3.1%p다. 자세한 결과는 한길리서치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bc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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