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복권에 여권 분열…'윤한 갈등' 진화, 뒤끝 남겼다

한동훈, 언급 않겠다면서도 "공감하기 어렵단 분 많아"
추경호 "통합 위한 용단"…친한 "韓 입장 남겨둘 필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2024.6.14/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국민의힘 내에선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을 두고 제기된 당정 갈등에 대한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목소리가 나왔다. 한동훈 대표는 김 전 지사 복권 결정에 말을 아끼면서도 "공감하기 어렵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고 날을 세웠다.

한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당 소속 의원들과 오찬을 한 뒤 김 전 지사 복권 관련 입장을 묻는 말에 "알려진 바와 같이 공감하기 어렵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면서도 "다만 이미 결정된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어 '대통령의 고유권한을 존중한다는 의미냐'는 질문을 받고는 "제가 말씀드린 대로 해석하면 된다"고 말했다.

사면과 복권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는 대통령실 입장을 인정하면서 당정 갈등의 비화를 막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이에 앞서 윤 대통령 결정을 존중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중구에서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를 마친 뒤 "국민 통합과 정치화합 차원에서 필요한 용단이었다"며 "대통령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친한동훈계 장동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SBS 유튜브 스토브리그에 출연해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입장을 가지고 있었고 이런 입장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는 것은 메시지로 남겨둘 필요가 있다"며 "공식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은 (사면·복권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것도 맞고 이 사안의 성격상 굳이 갈등이나 충돌로 비치는 것이 바람직하지도 않고,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한 대표는 광복절 특별 사면·복권을 앞두고 측근을 통해 김 전 지사의 복권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후 "사면·복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는 입장을 발표해 당정이 재충돌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장 최고위원은 '(한 대표 입장은) 일종의 기록용이냐'는 질문에 "기록용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받아들여지면 좋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정치적 사안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었는지 밝힐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여당 대표가 대통령의 사면·복권에 반기를 든 것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당원들도 온라인에 김 전 지사 복권 반대 글을 게시하면서 여당 내 내홍 우려가 커졌다.

국민의힘 소속 유정복 인천시장은 이날 KBS와 인터뷰에서 "사면복권은 헌법이 부여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고 고도의 정치 행위일 수도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존중을 해야한다"면서도 "당정간 갈등으로 비치는 부분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사전에 협의가 돼서 결정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유 시장은 이어 "김 전 지사가 아직도 뉘우침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 비추어 볼 때 복권이 맞냐는 것이 한 대표의 생각으로 이해한다"면서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당정이) 조율해 국민이 걱정하지 않도록 하는 모습이 좋지 않겠나. 통일된 내용이 아닌 부분이 있기 때문에 뭔가 어색한 느낌은 든다"고 말했다.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 "저도 개인적으로는 김 전 지사의 복권이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왜 이런 판단이 내려졌는지에 이해하기 어렵다"면서도 "사면과 복권이 대통령 고유의 권한인 것도 부인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정치적 행위에 대해서는 여당과 상의가 있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결과적으로 김 전 지사 복권을 놓고 우리 내부가 분열되고 대통령에 대한 실망도 당원들이 많이 표출하고 있다. 이것이 대통령실에 도움이 될까 우려도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한 대표가 김 전 지사 사면을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로 알려진 사과 여부를 놓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와 비교해 여권의 태도 변화가 생긴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박상수 대변인은 이날 MBC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한 대표가 박 전 대통령을 예우를 다해 만난 적 있지 않나. 박 전 대통령을 대하는 태도와 김 전 지사의 복권을 대하는 태도는 이중적이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고 "만난 태도나 자세가 아니라 사면이나 복권 제도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답했다.

박 대변인은 그러면서 "이제는 '왜 정치인들이 이러한 특혜를 누려야 하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야권의 대권 잠룡으로 거론되는 김 전 지사를 포함한 광복절 특별 사면·복권안을 재가했다. 김 전 지사는 '드루킹 사건'으로 2021년 7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확정받고 이듬해인 2022년 12월 윤석열 정부의 신년 특별사면에서 5개월여의 잔여 형기 집행을 면제받았지만 복권되지는 않았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때까지 당 내외 의견이나 여론이 충분히 전달됐으니 (윤 대통령이) 이를 감안한 결정을 하실 것으로 보인다"며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이것이 당정 갈등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서 대통령께서 결정하셨다고 보시면 될 것 같다"고 했다.

b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