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력 시험대 오른 한동훈…친윤과 공존 속 차별화 난제 줄타기

"계파 싸움으론 이길 수 없고 당 우스워져"…'느슨한 협력' 방점
'정점식→김상훈' 교체 갈등 봉합 과제…'제3자 특검법' 뇌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비대위원, 대변인단 등과 오찬을 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왼쪽은 곽규택 의원. 2024.8.2/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현 기자 = 전당대회에서 숱한 견제를 딛고 과반을 훌쩍 넘는 지지율로 당선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비주류로서 당내 갈등을 봉합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점식 전 정책위의장이 사퇴하면서 친윤(친윤석열)계와 갈등이 일단락됐지만, 당장 김상훈 정책위의장 내정자 추인부터 제3자 특검법까지 충돌의 요소가 산적하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대표는 전날(3일)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폐쇄적으로 사람을 모은다? 그렇게 싸워선 제가 이길 수 없다"며 "우리 당이 우스워질 것이다. 그러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는 한 대표가 당내에서 친한(친한동훈)계 세력을 불려 친윤계와 주도권 다툼을 벌이기보단 느슨한 협력을 통해 공존을 모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당 상황은 한 대표에게 녹록지 않다. 한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관계가 틀어진 시점부터 아군이었던 친윤계가 한 대표에게 파상 공세를 퍼붓고 있어서다. 전당대회에서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한 대표와 친윤계의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한 대표가 법무부 장관 시절 나 의원이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를 부탁했다는 사실을 폭로했을 땐, 친윤계 중심으로 공개 반발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한 대표 취임 직후에도 정 전 정책위의장 교체를 둘러싼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한 대표가 자진 사퇴를 요구했지만, 정 정책위의장은 만 하루를 버텼다. 정 전 정책위의장은 지난 1일 사퇴 기자회견에서 "당헌상으로 당대표는 정책위의장 면직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해 불씨를 남겼다. 친한계 내부에선 정책위의장 교체 과정에 필요한 의원총회에서 역풍이 불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친윤 재선 의원은 "의원총회 추인 과정을 거치게 될 텐데, 김상훈 의원에 대한 비토가 아니라 정점식 의원을 교체하는 것에 대한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특히 한 대표가 추진하는 '제3자 특검법'은 향후 여권 분열의 뇌관으로 지목된다. 해병대원 특검법에 대한 당론을 '원천 반대'에서 '제3자 특검법'으로 선회할 경우 상당한 반발이 예상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 주류는 여전히 친윤계"라며 "당권을 잡기는 했지만, 원외 소장파라는 한계가 있어 앞으로 굉장히 어려운 형국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대표는 인사권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주요 보직에 친한계 인사들을 배치하는 한편, 사무총장에 서범수 의원, 정책위의장에 김상훈 의원을 지명하며 계파색이 옅은 중진 의원들을 기용하고 있다. 과거 한 대표가 비대위원장에 오를 당시 반대 입장을 밝혔던 장동혁 의원과 유의동 전 의원이 지도부에서 손발을 맞추며 한 대표의 우군이 된 만큼, 인사권을 통해 당 장악력을 키우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중진 의원들과 스킨십을 늘리며 당내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그는 오는 5일부터 중진 의원들과 릴레이 회동을 가지며 다양한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전망이다. 오는 5일에는 조경태·권성동 의원, 6일에는 주호영·권영세·윤상현·조배숙 의원과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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