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37분' 필리버스터 첫타자 최형두 "괴물과 싸우며 괴물 돼선 안 돼"

25일 오후 5시29분 필리버스터 시작, 날 넘겨 12시6분 마무리
이상인 직무대행 탄핵소추안 두고는 "민주당 '탄핵병' 걸렸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6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반대하는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 2024.7.25/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박소은 기자 =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방송4법 본회의 표결 저지를 위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첫 번째 발언자로 나서 총 6시간 37분 동안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방송4법의 위헌성을 지적했다. 최 의원은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에게 우호적이었던 공영방송 간부와 이사진을 지키기 위해 무법적이고 초법적인 발상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이날 오후 5시29분쯤 방송4법 본회의 상정에 반발해 시작된 필리버스터의 첫 주자로 나섰다. 그는 날을 넘겨 26일 0시 6분경 필리버스터 종료까지 6시간 37분간 토론을 이어 나갔다.

최 의원은 민주당이 추진 중인 방송4법에 관해 "평등의 원칙에 어긋난다"라고 했다. 방송4법은 KBS·MBC·EBS 이사회의 이사 수를 21명으로 늘리고, 이사 추천 권한을 관련 학회와 시청자위원회 등 외부로 확대하도록 규정했다.

최 의원은 "KBS는 국민의 것인데 시청자위원회는 전체 방송을 대표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이른바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의 영향력 하에 있거나 관계가 깊은 사람들로 의심받고 있다"라며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에서 일종의 청부입법 비슷한 걸 하다 보니 무심결에 지금 따라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공영방송은 거의 내전 상태다. 한쪽에서는 개딸(이재명 전 대표의 강성 지지자), 다른 쪽에서도 이런 식으로 서로를 용납하지 않는다"라며 "강준만 교수의 글을 인용하겠다. 괴물과 싸우겠다면서 더 큰 괴물이 되는 그런 사태를 우리가 막아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방송 4법 중 하나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해서도 무리한 입법을 추진하지 않아도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앞서 민주당은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의 탄핵을 추진하며 방통위원회가 5인 협의 체제인데, 2인 체제로 운영하면서 민주적 절차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현행 1인 체제를 막겠다는 취지로 방통위 의결 정족수를 현행 2명에서 4명으로 늘리는 방통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최 의원은 "2인 체제가 정말로 위헌적인지 헌법재판소 결정을 받아봤으면 좋겠다. 다만 헌법재판소가 민의의 정당인 국회에서 하는 모든 일을 재단한다면 그것 또한 참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방통위원 중 야당 몫인 두 명을 추천하고, 우리가 한명을 추천해 (2인 체제에서) 5인으로 만들면 된다. 그리고 민주당이 얘기하는 것처럼 4명 이상이 모여서 과반수로 의결하면 되는 일이다. 방통위원을 추천만 하면 바로 해소될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인제공을 한 민주당은 (방통위원을) 추천하지 않은 채 적반하장격으로 그것이 마치 전 방통위원장, 현 방통위 부위원장이 자의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인 양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방송통신위원장을 그때그때 탄핵하고, 오늘은 또 방통위 부위원장은 탄핵 대상이 아닌데 권한 대행이라는 이유로 탄핵한다"라며 "민주당이 지금 '탄핵 병'에 걸렸다"라고 비판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오후 10시께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방통위법(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반대하는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5시간 가까이 이어가고 있다. 2024.7.25/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필리버스터 도중 야당 의원들과 충돌하기도 했다. 최 의원이 공영방송의 편파 보도를 주장하며 "MBC의 흑역사"라고 언급하자 전 MBC 앵커였던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한 의원은 "무슨 소리에요 왜 MBC만 (지적)하세요. 조중동도 (지적)하세요"라고 비판했고, 여당 의원들이 "조용히 좀 하세요", "최형두 화이팅"이라고 답하며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최 의원은 "조중동은 방송법에 포함된 대상이 아니다. 나중에 한 의원님도 (문제가 있으면) 무제한 토론하시면 된다"라고 맞받았다.

MBC가 지난 대선을 이틀 앞둔 2022년 3월 7일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의 김만배 인터뷰를 허위조작 방송으로 꼽기도 했다. 최 의원이 "그래서 김만배, 신학림은 허위 조작 뉴스였다. 김만배, 신학림의 녹취록을 확인도 안 했습니다"라고 지적하자 민주당 측의 반발이 나왔다.

최 의원이 "나중에 우리 끝나고 우리 의원님이랑 만나서 나랑 밤새 한번 술 마시면서 토론합시다. 내가 보니까 느끼는 게 이런 오해 때문에 지금 한쪽은 악마화하고 그렇다. 우리도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닙니다"라고 답하자 장내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필리버스터를 마무리하며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하루 더 이어져 사흘째 진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본회의장에 배석해 있던 정청래 법사위원장에게 과방위가 무효 아니냐는 질문을 건네기도 했다. 최 의원은 정 위원장의 답을 들은 후 "과방위 무효다. 우리 국회 인사청문회가 도덕성 검증 또는 정책 검증이 아니라 드디어 체력 검증 단계로 넘어간 것 같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sos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