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전당대회] '문자 무시' '배신자'…아무리 흔들어도 당심은 '어대한'

김건희 문자·패스트트랙 사건 폭로전으로 진흙탕 공방
'최악 자폭' 오명에도 굳건한 당심…尹·韓 당정 동행 관건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23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당선되자 꽃다발을 들고 인사하고 있다. 2024.7.23/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고양=뉴스1) 이비슬 기자 = 22대 총선 참패 후 치른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후보가 새 당대표에 선출됐다. 김건희 여사와의 문자 공방, 총선 백서, 패스트트랙 사건 폭로전 중심에 섰던 한 후보는 최악의 자폭이란 오명까지 쓴 이번 전당대회에서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타이틀 수성에 성공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불편한 동행에 나서게 된 한 후보는 당내 친윤·비한계 단합을 도모해 여소야대 국회를 이끌고 다음 지방선거와 차기 대선 승리 발판을 만들어야 할 중대 과제를 안고 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국민의힘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하기 위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으로 향하고 있다. 2024.6.23/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총선 참패 사퇴 73일 만에 정치 복귀

한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며 "지금 시기의 국민의힘 당대표는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죽기 딱 좋은 자리라고들 한다. 저는 용기 내어 헌신하기로 결심했고, 결심했으니 주저하지 않겠다"고 했다.

22대 총선 다음 날인 지난 4월11일 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비상대책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난 지 73일 만이었다. 같은 날 나경원·원희룡 후보도 1시간 간격으로 잇달아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이보다 앞서 출마를 선언한 윤상현 후보까지 4파전으로 확정된 이번 전당대회는 '해병대원 특검법' 수용 여부를 두고 한 대표(수정안 찬성) 대 나·원·윤 후보(반대)가 대립각을 이루며 출발했다.

전당대회 선거운동은 친윤(친윤석열)·친한(친한동훈)으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최고위원 도전자들이 속속 출사표를 던지며 열기가 달아올랐다. 친한계 핵심인 장동혁·박정훈·진종오 의원은 한 후보 러닝메이트로, 인요한 의원은 원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합류했다.

전당대회 분열의 싹은 친윤·친한계 네거티브 공방을 벌이면서 본격화했다. 일부 현역 의원들이 한 후보 캠프에 전당대회 지원을 위해 보좌 인력을 파견하는 문제로 논란이 일자 친윤계 핵심인 권성동 의원은 당규 위반 여부를 검토해달라고 지도부에 공개 요청하기도 했다.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보좌진이 후보 캠프에 참여하는 것과 러닝메이트 방식 선거운동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전대 뒤흔든 김건희 여사 메시지 읽씹 논란

김건희 여사가 지난 총선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대표에게 보낸 문자가 공개되자 전당대회는 격랑 속에 빠졌다. 김 여사가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사과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음에도 한 후보가 '읽씹'했다는 의혹이 총선 참패 책임론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나·원·윤 후보가 한 대표의 배신자 프레임부터 총선 책임론까지 재부각하며 집중 공세에 나서자 총선 패배 원인을 분석하는 당 총선백서 특별위원회는 전당대회 이후 발간할 백서에 한 대표와 김 여사의 문자 읽씹 논란을 반영하기로 했다. 한 대표는 이미 사과 불가 입장을 여러 경로로 전해 들었고, 공적 업무를 사적으로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맞섰다.

당권 주자 간 비방전이 격화하자 충남 천안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는 각 후보 지지자의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가 발언을 시작하자 일부 청중 사이에서 "배신자, 꺼지라"는 야유가 시작된 것이 발단이었다. 한 참석자는 의자를 집어던지려다 경호원에 제지당했다.

나경원·원희룡·한동훈·윤상현(왼쪽부터)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11일 서울 중구 MBN 스튜디오에서 열리는 2차 당대표 후보 방송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2024.7.11/뉴스1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폭로전 파장

총 6차까지 이어진 방송토론에서는 후보 간 치열한 공방이 논란으로 번졌다. 한 대표는 전당대회를 엿새 앞둔 지난 17일 토론 도중 나 후보에게 "본인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를 부탁한 적 있지 않느냐"고 폭로했다. 나 후보는 "피아 구분 못하고 동지 의식이 전혀 없는 걸 보면서 정말 더 배워야겠다"고 꼬집었다.

한 대표는 당시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재판받는 의원들까지 비판에 가세하자 "저도 말하고 아차 했다. 죄송하다"고 사과했지만, 당내 후유증은 쉽게 아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대표는 이날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진행한 전당대회에서 득표율 62.84%로 18.85%, 14.58%에 그친 원희룡·나경원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모바일과 ARS 투표 80%에 일반 국민 여론조사 20%를 합산한 결과에서 한 대표는 과반 득표에 성공해 결선투표 없이 당선을 확정지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맞붙은 경선을 뛰어넘는 '최악' 평가를 받는 이번 7·23 전당대회 당원 선거인단 투표율은 최종 48.51%로 집계됐다. 지난해 3·8 전당대회 때보다 6.59%포인트(p) 낮은 수치다.

b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