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전당대회] '문자 무시' '배신자'…아무리 흔들어도 당심은 '어대한'
김건희 문자·패스트트랙 사건 폭로전으로 진흙탕 공방
'최악 자폭' 오명에도 굳건한 당심…尹·韓 당정 동행 관건
- 이비슬 기자
(고양=뉴스1) 이비슬 기자 = 22대 총선 참패 후 치른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후보가 새 당대표에 선출됐다. 김건희 여사와의 문자 공방, 총선 백서, 패스트트랙 사건 폭로전 중심에 섰던 한 후보는 최악의 자폭이란 오명까지 쓴 이번 전당대회에서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타이틀 수성에 성공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불편한 동행에 나서게 된 한 후보는 당내 친윤·비한계 단합을 도모해 여소야대 국회를 이끌고 다음 지방선거와 차기 대선 승리 발판을 만들어야 할 중대 과제를 안고 있다.
◇총선 참패 사퇴 73일 만에 정치 복귀
한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며 "지금 시기의 국민의힘 당대표는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죽기 딱 좋은 자리라고들 한다. 저는 용기 내어 헌신하기로 결심했고, 결심했으니 주저하지 않겠다"고 했다.
22대 총선 다음 날인 지난 4월11일 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비상대책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난 지 73일 만이었다. 같은 날 나경원·원희룡 후보도 1시간 간격으로 잇달아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이보다 앞서 출마를 선언한 윤상현 후보까지 4파전으로 확정된 이번 전당대회는 '해병대원 특검법' 수용 여부를 두고 한 대표(수정안 찬성) 대 나·원·윤 후보(반대)가 대립각을 이루며 출발했다.
전당대회 선거운동은 친윤(친윤석열)·친한(친한동훈)으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최고위원 도전자들이 속속 출사표를 던지며 열기가 달아올랐다. 친한계 핵심인 장동혁·박정훈·진종오 의원은 한 후보 러닝메이트로, 인요한 의원은 원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합류했다.
전당대회 분열의 싹은 친윤·친한계 네거티브 공방을 벌이면서 본격화했다. 일부 현역 의원들이 한 후보 캠프에 전당대회 지원을 위해 보좌 인력을 파견하는 문제로 논란이 일자 친윤계 핵심인 권성동 의원은 당규 위반 여부를 검토해달라고 지도부에 공개 요청하기도 했다.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보좌진이 후보 캠프에 참여하는 것과 러닝메이트 방식 선거운동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전대 뒤흔든 김건희 여사 메시지 읽씹 논란
김건희 여사가 지난 총선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대표에게 보낸 문자가 공개되자 전당대회는 격랑 속에 빠졌다. 김 여사가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사과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음에도 한 후보가 '읽씹'했다는 의혹이 총선 참패 책임론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나·원·윤 후보가 한 대표의 배신자 프레임부터 총선 책임론까지 재부각하며 집중 공세에 나서자 총선 패배 원인을 분석하는 당 총선백서 특별위원회는 전당대회 이후 발간할 백서에 한 대표와 김 여사의 문자 읽씹 논란을 반영하기로 했다. 한 대표는 이미 사과 불가 입장을 여러 경로로 전해 들었고, 공적 업무를 사적으로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맞섰다.
당권 주자 간 비방전이 격화하자 충남 천안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는 각 후보 지지자의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가 발언을 시작하자 일부 청중 사이에서 "배신자, 꺼지라"는 야유가 시작된 것이 발단이었다. 한 참석자는 의자를 집어던지려다 경호원에 제지당했다.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폭로전 파장
총 6차까지 이어진 방송토론에서는 후보 간 치열한 공방이 논란으로 번졌다. 한 대표는 전당대회를 엿새 앞둔 지난 17일 토론 도중 나 후보에게 "본인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를 부탁한 적 있지 않느냐"고 폭로했다. 나 후보는 "피아 구분 못하고 동지 의식이 전혀 없는 걸 보면서 정말 더 배워야겠다"고 꼬집었다.
한 대표는 당시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재판받는 의원들까지 비판에 가세하자 "저도 말하고 아차 했다. 죄송하다"고 사과했지만, 당내 후유증은 쉽게 아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대표는 이날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진행한 전당대회에서 득표율 62.84%로 18.85%, 14.58%에 그친 원희룡·나경원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모바일과 ARS 투표 80%에 일반 국민 여론조사 20%를 합산한 결과에서 한 대표는 과반 득표에 성공해 결선투표 없이 당선을 확정지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맞붙은 경선을 뛰어넘는 '최악' 평가를 받는 이번 7·23 전당대회 당원 선거인단 투표율은 최종 48.51%로 집계됐다. 지난해 3·8 전당대회 때보다 6.59%포인트(p) 낮은 수치다.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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