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한동훈, '자제령'에 한숨 골랐지만…첫 합동연설회 '냉랭'

韓 "내부총질 않겠다", 元 "선관위 미운털 박힐라"
'문자 읽씹' 직접 공방 자제…韓 반대-지지자 충돌도

한동훈(왼쪽부터), 윤상현, 나경원, 원희룡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8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정견 발표를 마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4.7.8/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광주=뉴스1) 박소은 기자 =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이 8일 광주에서 첫 지방 순회 일정을 시작했다. 지난 총선 과정에서 비례대표 배분을 받지 못한 것에 반발해 일부 당원들은 한동훈 후보 입장 전 침묵 시위를 벌였고, 그 과정에서 한 후보의 지지자들과 몸씨름을 벌이기도 했다.

최근 김건희 여사의 문자를 '읽씹'(읽고 무시)했다며 공격받은 한 후보는 "내부총질하지 않겠다"고 그간의 논란과 거리를 유지했고, 원 후보는 "팀 화합 이끌지 못하는 당대표 맡겨서 실험하기에는 위험하다"라고 각을 세웠다.

국민의힘은 8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당대표 후보 및 최고위원·청년최고위원 후보자 합동토론회를 진행했다. 행사 시작인 오후 2시를 한참 남겨둔 시간부터 지지자들이 컨벤션 앞에 모여 각 후보의 이름을 연호하는 등 열띤 응원전을 펼치기도 했다.

전당대회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각 후보 지지자간 소규모 충돌 사태도 빚어졌다. 합동토론회장 입구 앞에서 국민의힘 광주광역시당 대학생 청년위원회 소속은 "광주 대학생 청년은 광주를 소외시키는 한동훈 후보를 보고 싶지 않습니다", "총선 끝나고 광주에 언제 왔습니까", "필요할 때만 선택적으로 광주 언급하는 한동훈 사퇴하십시오"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침묵 시위를 벌였다.

당헌·당규에 따르면 비례대표 20위 내에 취약지역의 인재 5명(4분의 1)을 배분하도록 돼있는데, 한 후보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후보의 지지자들이 이에 항의하면서 물리적 충돌도 발생했다. 현장을 중계하던 일부 유튜버들이 한 후보 비난 현수막과 피켓을 찢기 위해 달려들며 마찰을 빚었다. 한 후보의 지지자들은 "이러면 안 된다", "피켓 내려라"를 비롯해 욕설을 이어갔고, 일부는 퇴장 조치를 받기도 했다.

냉랭한 분위기는 후보자들 사이에서도 이어졌다. 합동토론회 시작 전 선거관리위원회가 당대표 후보자들과 가진 면담 자리에서 한 후보와 원 후보는 일체 눈을 맞추거나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양 후보의 사이에 배석한 나경원 후보는 "얼음이야 얼음", "두분이 싸우지 말라고 내가 지금 가운데 앉아있는거야"라고 꼬집기도 했다.

김 여사 문자 논란을 두고 '당무 개입', '해당 행위'라고 대립했던 한 후보와 원 후보가 연단에 오르자 지지자들의 응원과 야유가 엇갈렸다.

한 후보가 "우리가 호남에서 보수 정치를 살리기 위해 그동안 무엇을 했습니까"라고 운을 떼자 당원 사이에서 "그런데 아무것도 안하잖아"라는 성토가 나오기도 했다. 원 후보가 입장할 때는 "페어플레이 해라", "갈라치기가 문제다"라는 고성이 터져나왔다.

당 지도부의 강력한 자제령이 떨어진 영향 탓인지, 이날 합동토론회에서는 '문자 읽씹' 논란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한 후보는 토론 후 기자들과 만나 "어떤 부분을 사과해야 하나"라며 "저는 당대표가 돼도 영부인과 당무 관련해 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원 후보 또한 "새로운 공격하는 건 자제해달라고 선관위가 오늘 얘기했다"라며 "하루도 안 지났는데 브리핑에서 정면으로 위배하면 미운털 박힐지 어떻게 아나"라고 했다.

윤상현 후보는 "(한 후보가) 자기가 리스크 다 정리하면서 한마디로 사과를 하든지 그런 입장을 당한 당원·국민 마음을 헤아리는 입장을 정하신 다음 끝내는 게 좋겠다"고 했다.

sos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