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또 필리버스터…역대 최장 윤희숙 '12시간 47분'
2012년 국회 선진화법 도입 후 여섯번째 필리버스터 시작
'준연동형 의결' 세계최초 찬성파 참여…김대중 기네스북 등재
- 이비슬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국민의힘은 '해병대원 특검법'이 3일 본회의에 상정되자 야권 주도 표결을 저지하기 위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본회의에 부의된 해병대원 특검법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섰다.
오후 3시40분쯤 시작한 유 의원 발언은 이날 오후 5시10분 기준 1시간30분째 진행 중이다. 뒤이어 박주민 민주당 의원,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 등이 토론을 이어갈 예정이다.
필리버스터는 본회의에서 의원이 시간제한을 받지 않고 토론할 수 있는 제도다. 다수당이 쟁점 법안을 강행 처리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합법, 의도적으로 의사 진행을 저지할 수 있다.
국회법상 무제한 토론을 실시한 본회의는 1일 1차 회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자정이 되더라도 산회하지 않고 회의를 계속한다.
토론은 재적 의원 3분의 1이 동의서를 제출할 경우 제출 시점부터 24시간 후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종결할 수 있다. 무제한 토론이 종결되면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은 다음 회기에서 표결에 부쳐진다.
유상범 의원 토론 개시 직후인 이날 오후 3시45분 박성준 민주당 의원을 포함한 169명이 토론종결 동의안을 제출했다. 24시간 뒤 토론 종결 여부를 결정할 무기명 투표가 이뤄질 전망이다.
국회에서의 무제한 토론은 지난 2022년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일부개정안) 처리 시도에 맞서 실시한 지 약 2년 만에 부활했다. 당시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2시간51분간 토론을 진행해 필리버스터에 나선 여야 4인 중 최장 시간을 기록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1월에도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저지를 위해 필리버스터를 예고했지만, 이동관 당시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이 본회의 표결에 오르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표결 직전 전격 철회했다. 대신 약 15시간 분량의 온라인 필리버스터를 통해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부당성을 호소했다.
무제한 토론은 제헌의회 때 규정됐다가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73년 사라졌다. 이후 2012년 국회선진화법이 도입되면서 39년 만에 부활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필리버스터 기록은 고(故) 김대중 대통령이 가지고 있다. 1964년 4월20일 야당 의원이던 김 전 대통령은 김준연 자유민주당 의원에 대한 구속동의안 통과를 막기 위해 국회 본회의에서 319분(5시간19분) 동안 연설해 기네스북에 국회 최장 발언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역대 최장 필리버스터 발언 기록은 지난해 12월 국정원법·남북관계발전법 등 개정안 표결처리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 주자로 나선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이다. 윤 의원은 당시 12시간47분 동안 발언을 했다.
2012년 국회 선진화법 도입 이후 첫 필리버스터는 2016년 2월23일부터 3월2일까지 192시간27분동안 진행된 테러방지법 반대 필리버스터다. 당시 야당인 민주당·정의당·국민의당 의원 38명이 참여했다. 마지막 주자로 단상에 오른 이종걸 전 민주당 의원은 12시간31분 발언을 기록했다.
두 번째는 2019년 12월23일부터 25일 자정까지 50시간10분동안 여야 의원 15명이 참여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공직선거법) 의결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다. 이 필리버스터는 세계 최초로 의결 찬성파가 참여해 토론을 진행했다는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회기 종료에 의해 토론이 종료된 첫 사례로도 꼽힌다.
곧이어 같은 해 12월27일부터 28일 자정까지 26시간34분동안 여야 의원 13명이 공수처법 의결 저지를 위해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
네 번째는 2020년 12월9일부터 14일까지 89시간5분(코로나19 상황으로 정회 16시간 제외)동안 제1야당인 국민의힘과 민주당 21명의 의원이 공수처법·국정원법·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 의결을 막기 위해 참여한 필리버스터다.
다섯번째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검수완박법 처리 시도에 맞서 실시한 필리버스터로 기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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