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원·윤, '배신자' 프레임 더 높게…한동훈 무대응 일관

유승민 낙인 찍은 박근혜 '배신의 정치'…2024년에 소환
한동훈 "네거티브 공세에 대응하지 않으려 한다…참겠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3일 오전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열린 서울지역 구청장협의회 연구모임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7.3/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에 대한 '배신자' 공세가 가열되고 있다.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기류가 이어지자 다른 후보들이 협공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배신자' 프레임이 전통적 지지층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이같은 공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원희룡 당대표 후보는 3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한 후보는) 총선 이후에 70일 동안 과연 (윤석열 대통령과) 어떤 소통이 있었기에 관계가 이 상태까지 악화된 것인지, 그 부분에 대해 명확한 워딩과 자신의 책임, 또는 대통령과의 관계에 어떤 원인이 있는 건지 모두가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야 앞으로 잘하겠다는 걸 믿을 수 있는 것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나경원 후보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 후보는 소신껏 용산에 쓴소리도 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며 "배신 프레임의 늪에 이미 빠졌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후보 개인은 진정성을 갖고 용산을 비판해도,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매번 갈등, 충돌, 개인 욕심, 차별화, 선 긋기로 다뤄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윤상현 후보는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후보가 왜 윤 대통령과 절연하게 됐는지 알 것 같다. 한 후보는 자기애가 너무 강한 듯하다"고 적었다. 윤 후보는 전날(2일)에는 "어감이 드센 단어들 때문에 비전이 묻혀버려 되도록 그런 말씀을 안 드리려 하는데 당을 위해 하는 말"이라고 말했다.

한 후보는 이들의 공격을 '네거티브'라고 규정하고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 후보는 전날 비전 발표회를 끝내고 기자들과 만나 네거티브 정치 공세에 웬만하면 대응하지 않으려 한다"면서 "제가 참겠다"고 밝혔다.

세 후보가 연일 한 후보를 겨냥해 '배신'을 꺼내든 것은 한 후보의 대세론을 저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전당대회의 4파전 구도가 확정된 이후에도 한 후보가 여론조사에선 압도적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6월 25~27일 국민의힘 지지층 30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55%가 한 후보를, 19%가 원 후보를, 14%가 나 후보를 지지했다.

'배신'은 보수 지지층의 표심을 흔들만한 키워드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향해 '배신의 정치'란 표현을 사용했던 게 시초다. 박 전 대통령이 반대한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유 전 대표에 대한 비난의 의미가 담겼다.

당시 '배신의 정치'로 상징되는 당정갈등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이어졌고, 이로 인해 보수의 분열이 일어났단 게 정치권의 평가다. 이후 유 전 대표는 수년 동안 대구·경북의 전통적인 강성 지지층에게 배신자로 낙인찍혔다.

'배신'이 보수 지지층의 탄핵 트라우마까지 자극하는 만큼, 나경원·원희룡·윤상현 의원은 배신 프레임을 전당대회를 마칠 때까지 끌고 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 후보는 한 후보가 해병대원 특검법에 대해 '선 수사·후 특검'의 정부 입장이 아닌, 제3자가 추천하는 방식의 특검법을 제안한 것을 지속적으로 공격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 후보가 지난 총선 국면에서 윤 대통령과 몇차례 갈등을 노출했고 총선 이후 윤 대통령과의 식사에 응하지 않은 점도 '약한 고리'로 꼽힌다.

아직 당내 기반이 탄탄하지 않은 한 후보가 핵심 당원들이 몰린 PK(부산·경남), TK(대구·경북)에서 지지세가 약하단 주장도 이어질 전망이다. 당심 80%, 민심 20%가 반영되는 전당대회에서 '배신 프레임'으로 강성 보수 당원들의 표심을 흔들고 '어대한' 기류도 꺾겠단 것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뉴스1에 "한 후보의 지지율은 TK, PK에서도 여전히 1위이고 '어대한'은 쉽게 안 깨질 분위기"라며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 이같은 배신자 프레임이 과거 우리 당에서만큼 영향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