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원·윤, '배신자' 프레임 더 높게…한동훈 무대응 일관
유승민 낙인 찍은 박근혜 '배신의 정치'…2024년에 소환
한동훈 "네거티브 공세에 대응하지 않으려 한다…참겠다"
- 신윤하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에 대한 '배신자' 공세가 가열되고 있다.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기류가 이어지자 다른 후보들이 협공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배신자' 프레임이 전통적 지지층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이같은 공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원희룡 당대표 후보는 3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한 후보는) 총선 이후에 70일 동안 과연 (윤석열 대통령과) 어떤 소통이 있었기에 관계가 이 상태까지 악화된 것인지, 그 부분에 대해 명확한 워딩과 자신의 책임, 또는 대통령과의 관계에 어떤 원인이 있는 건지 모두가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야 앞으로 잘하겠다는 걸 믿을 수 있는 것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나경원 후보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 후보는 소신껏 용산에 쓴소리도 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며 "배신 프레임의 늪에 이미 빠졌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후보 개인은 진정성을 갖고 용산을 비판해도,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매번 갈등, 충돌, 개인 욕심, 차별화, 선 긋기로 다뤄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윤상현 후보는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후보가 왜 윤 대통령과 절연하게 됐는지 알 것 같다. 한 후보는 자기애가 너무 강한 듯하다"고 적었다. 윤 후보는 전날(2일)에는 "어감이 드센 단어들 때문에 비전이 묻혀버려 되도록 그런 말씀을 안 드리려 하는데 당을 위해 하는 말"이라고 말했다.
한 후보는 이들의 공격을 '네거티브'라고 규정하고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 후보는 전날 비전 발표회를 끝내고 기자들과 만나 네거티브 정치 공세에 웬만하면 대응하지 않으려 한다"면서 "제가 참겠다"고 밝혔다.
세 후보가 연일 한 후보를 겨냥해 '배신'을 꺼내든 것은 한 후보의 대세론을 저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전당대회의 4파전 구도가 확정된 이후에도 한 후보가 여론조사에선 압도적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6월 25~27일 국민의힘 지지층 30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55%가 한 후보를, 19%가 원 후보를, 14%가 나 후보를 지지했다.
'배신'은 보수 지지층의 표심을 흔들만한 키워드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향해 '배신의 정치'란 표현을 사용했던 게 시초다. 박 전 대통령이 반대한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유 전 대표에 대한 비난의 의미가 담겼다.
당시 '배신의 정치'로 상징되는 당정갈등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이어졌고, 이로 인해 보수의 분열이 일어났단 게 정치권의 평가다. 이후 유 전 대표는 수년 동안 대구·경북의 전통적인 강성 지지층에게 배신자로 낙인찍혔다.
'배신'이 보수 지지층의 탄핵 트라우마까지 자극하는 만큼, 나경원·원희룡·윤상현 의원은 배신 프레임을 전당대회를 마칠 때까지 끌고 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 후보는 한 후보가 해병대원 특검법에 대해 '선 수사·후 특검'의 정부 입장이 아닌, 제3자가 추천하는 방식의 특검법을 제안한 것을 지속적으로 공격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 후보가 지난 총선 국면에서 윤 대통령과 몇차례 갈등을 노출했고 총선 이후 윤 대통령과의 식사에 응하지 않은 점도 '약한 고리'로 꼽힌다.
아직 당내 기반이 탄탄하지 않은 한 후보가 핵심 당원들이 몰린 PK(부산·경남), TK(대구·경북)에서 지지세가 약하단 주장도 이어질 전망이다. 당심 80%, 민심 20%가 반영되는 전당대회에서 '배신 프레임'으로 강성 보수 당원들의 표심을 흔들고 '어대한' 기류도 꺾겠단 것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뉴스1에 "한 후보의 지지율은 TK, PK에서도 여전히 1위이고 '어대한'은 쉽게 안 깨질 분위기"라며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 이같은 배신자 프레임이 과거 우리 당에서만큼 영향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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