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만 동의' 불 붙은 탄핵론…'중대 법위반' 아직은 신중한 野
"尹 향한 국민 분노 드러난 것"…탄핵 추진 여부엔 '원칙론'
노무현 '역풍' 사례, 박근혜 때도 신중…특검·국조로 명분 쌓기
- 구교운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표정관리'를 하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일 국회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게시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이란 제목의 청원 글에 오전 10시 15분 현재 80만 명이 넘는 국민이 동의 의사를 밝혔다.
이 글은 지난달 20일 게시됐는데 3일 만인 23일 5만명을 돌파했다. 이에 따라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법사위에 회부되면 법사위 청원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되며, 심사 결과 청원의 타당성이 인정되면 본회의에 해당 안건을 부의할 수 있다.
청원이 상임위에 회부되더라도 동의 기간이 남으면 계속 동의를 받는 만큼 이 청원 동의 기간(오는 20일)까지 동의 의사를 밝힌 국민 수는 100만 명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들어 장관과 검사, 판사 등 총 6건의 탄핵안을 발의했지만 현직 대통령을 향한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당 지도부는 윤 대통령 탄핵 청원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탄핵 청원으로 드러난 민심을 윤 대통령이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탄핵 추진엔 선을 긋고 있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윤석열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면서도 "(법사위) 청원심사소위원회 위원들이 답을 낼 것이다. 당이 어떤 것을 제시하는 것 자체가 옳지 않다"며 탄핵 추진 여부에 관한 언급은 피했다.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탄핵 청원) 추이를 잘 지켜보고 있다. 국회 법사위 청원심사소위원회에서 다루게 돼 있어서 관련 법령에 따라 다뤄 나간다"라며 원칙적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 탄핵 추진이 조심스러운 것은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추진했다가 역풍을 맞고 그해 치러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현 민주당)에 152석을 내주며 참패했다.
민주당은 2016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당시에도 처음 국정농단 의혹이 제기된 10월부터 2달 가까이 국민 여론과 검찰 수사 상황을 지켜보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탄핵소추안 발의 전 박 전 대통령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며 명분도 쌓았다.
헌법재판소는 노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이 있어야 한다는 기준을 세웠다. 윤 대통령의 경우 제기된 의혹이 아직 공식적·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이 없기 때문에 당장 탄핵을 추진하기는 섣부르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구체적이고 공식적으로 밝혀내며 탄핵의 근거를 쌓아가는 게 순서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해병대원 사망 사고,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등 각종 의혹에 관련 특검과 국정조사 '투트랙'으로 윤 대통령의 각종 위법 사실을 확인해 부각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소속 법사위 청원심사소위 의원들은 탄핵 청원의 타당성을 철저히 따져보겠다는 계획이다. 국회청원심사규칙에 따르면 소위는 필요한 경우 직원을 현지에 파견해 사실확인 및 자료수집을 하게 할 수 있다.
청원심사소위원장인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 탄핵 국회청원에 불이 붙고 있다"며 "국회는 절차대로 청원을 심의할 것이다. 국민의 뜨거운 분노를 잘 받들겠다"고 밝혔다.
소위 소속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아직 법사위 숙려기간(20일)인 만큼 구체적인 심사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회부되면 타당성을 따져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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