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선 가면 '어대한' 장담 못해…나경원·원희룡 '2위 싸움'더 치열

뉴스1 여론조사, 국힘지지+무당층서 한동훈 44% 그쳐
결선투표는 1 대 1 대결…'반한' 단일화 효과로 '예측 불허'

17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43차 기독실업인회(CBMC) 한국대회'에 참석한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2016.8.17/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서울=뉴스1) 박소은 기자 =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유력 후보들이 속속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2위 싸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당대회가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기류 속에 치러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결선투표에서 반전을 노려볼 수 있는 선거구조 때문이다.

당선된 후보의 임기가 조기종료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2위 싸움의 정치적 의미를 높이는 대목이다. 이번 전대의 성적표는 1년 2개월 후 치러질 가능성이 있는 '차차기 당권'에 한발 다가설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21일 이번 전당대표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은 오는 23일, 나경원 의원도 조만간 출마를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날(20일) 당 대표 선거 출마의사를 밝혔다.

현재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은 '어대한'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뉴스1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14~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8명을 대상으로 차기 당 대표 선호도를 물은 결과 한동훈 전 위원장의 지지율은 44%에 달했다. 나 의원(10%)과 원 전 장관(9%)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전당대회에 적용되는 역선택 방지조항에 따라 국민의힘 지지자와 무당층만을 대상으로 뽑은 수치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 여론조사 결과는 실제 국민의힘 전당대회 투표권자와 구성이 다르지만 시사하는 바는 크다. 한 전 위원장이 절반에 훨씬 못 미치는 지지율을 기록한 점이다. 이는 결선투표까지 갈 가능성이 예상보다 높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결선투표로 '반한'(반 한동훈) 표심을 결집하면 승산이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원희룡 전 장관의 경우 이번 전대에서 선전할 경우 차기 대권 주자의 입지를 다지기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전 위원장은 총선 국면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두 차례 부딪히며 '윤·한 갈등'이 불거졌고, 이후 원만한 갈등 봉합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친윤'(친 윤석열)계 의원들의 직간접적인 지원 하에 출마를 결심한 원 전 장관이 차기 대권 주자이자 윤 대통령의 적자임을 강조할 수 있는 기회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현재 윤석열 정권 3년 차인데 대통령과 대척점에 선 한 전 위원장이 차기 권력 창출을 다지는 모습에 부담을 느끼는 당원들도 많을 것"이라며 "지난 총선 참패 직후라 정부와 여당의 관계가 공고하다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당내 뚜렷한 계파가 없는 나 의원 또한 이번 출마는 당심(黨心)을 다질 수 있는 기회다.

지난해 1월 나 의원은 윤심(尹心) 압박에 당대표에 불출마하기도 했다. 나 의원은 당시 당권 주자 후보군으로 꼽히며 여권 내 지지율 1위를 달렸지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사퇴를 두고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었다.

올해 3월에도 친윤계 의원들이 연판장을 돌리며 나 의원을 압박하기도 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반 한동훈'을 내세우는 친윤계 의원이 나 의원에게 힘을 실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간 대통령실과 조성됐던 긴장 관계를 청산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여권은 총선 후 여러 세력이 분화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이번 전당대회를 치르는 과정에서 원 전 장관과 나 의원을 지지하는 세력도 모습을 갖춰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범친윤계도 이합집산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sos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