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람 "개혁신당 다수당이길 바라는 국민 마음 키울 것"

"합리적 중간지점 정확히 찔러야…대선·지선으로 연결될 것"
"한동훈, 尹이 싫어하는 尹 아바타…이재명, 피해자 코스프레"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6.17/뉴스1 ⓒ News1 박기현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현 기자 = "영남과 호남 모두가 천하람은 우리 사람이라고 자랑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천하람(비례·초선) 개혁신당 원내대표에게 '정치를 왜 하느냐'고 묻자, 시종일관 미소를 머금고 있었던 그의 얼굴은 사뭇 진지해졌다. 천 원내대표는 너무 늦지 않게 영남과 호남에서 지지받을 수 있다면 비수도권의 현실을 잘 아는 정치인으로서 지방 소멸 문제에 열정을 쏟고 싶은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구 출신으로 전남에 터전을 잡은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지난 21대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소속으로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에 출마했으나 3.02%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선거에서 예상을 넘어선 파란을 일으킨 적도 있다. 지난해 친이준석계의 대표주자로서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해 14.98%로 무려 3위에 올랐다.

이후 크고 작은 정치적 격랑에 휩싸인 끝에 도달한 곳은 개혁신당이다. 전남 지역구에 다시 나가고자 했으나 비례대표로 당선돼 원내대표라는 중책도 맡게 됐다. 그에게 주어진 소명은 보수 정치인으로서 호남에 뿌리내리려고 했던 도전정신을, 3석에 불과한 개혁신당이 여의도에 자리 잡게 하는 데 쓰는 것이다. 당선인 신분을 벗은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지난 17일 천 원내대표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6.7/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그의 목표는 개혁신당이 '다수당'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국민들이 가지는 것이다. 이를 위한 전략으로 천 원내대표는 "합리적인 중간 지점을 정확하게 찔러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야의 극한 대립이 반복되면 개혁신당이 얘기하는 것처럼 국회가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생기지 않을까요. 그런 마음이 결국 다음 대선이나 지선에서 표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할 거예요."

일례로 그는 여야의 원 구성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협상안을 만들어 제시하기도 했다. 해병대원 특검법의 합의 처리를 전제로 국민의힘에 법사위를 다시 배정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이었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이 반복되는 상황이 국회의 극한 대립을 부른 데 따른 것이다. 그는 "국회 전통을 깡그리 무시하고 신속 처리를 밀어붙이는 더불어민주당의 명분인 거부권을 겨냥한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어엿한 원내정당의 원내대표지만 의석수가 3석에 불과해 비교섭단체라는 한계도 무시할 수 없다. 이에 조국혁신당·새로운미래 등이 참여해 공동교섭단체를 만드는 제3교섭단체론이 제기되자 "비교섭단체라고 해서 저희의 역량이 그렇게까지 제약받는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제3교섭단체론'이라는 칼은 칼집에 둘 생각이다. 그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필요한 지점이 생길 수 있는데, 가능성을 굳이 배제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이낙연 전 대표와의 성급한 합당 트라우마를 의식한 듯 "당원이나 지지자들이 놀라지 않도록 갑작스럽게 결정하진 않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와 천하람 원내대표를 비롯한 소속 의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해병대 예비역 연대와 면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6.13/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아직 대중들에겐 정치인보단 정치평론가로 더 익숙한 그는 거대 양당의 문제를 지적할 땐 과감한 표현을 구사하며 날카로운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에 대해서는 "대통령 하기 싫은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선배 격인 그는 "당대표에 출마하려면 본인이 이루고자 하는 성과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뭔지 안 보인다"라며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도 자기 마음대로 임명하는 무소불위의 권한이 있는데, 그때도 성과를 못 내놓고 당의 개혁도 속도를 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저렇게 많은 재판을 받고 약점을 노출하는데 지표상으로도 이기지 못하고 있다"며 "또 '윤석열이 싫어하는 윤석열 아바타'처럼 돼 있어서, 이도 저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에 대해서는 '피해자 코스프레'라고 잘라 말했다. 그가 보기에 민주당이 더는 언론 지형이나 검찰의 수사와 관련해 불리한 위치에 있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이들이 탄압받는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천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표도 모르지 않는 데도 '개딸 달래기용'으로 언론과 검찰을 악마화 해서 본인 문제를 감추려는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개혁신당이 경계를 넘어선 여야 간 협력의 마중물이 되겠다는 계획도 언급했다. 천 원내대표는 각 당에 상대적으로 젊은 정치인들과 소신을 바탕에 둔 협력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요즘은 수박이니 내부 총질이니 정치문화 자체가 소신을 발휘하기 어려운 환경인 건 알아요. 그렇지만 저희 개혁신당이 각 당에서 말이 통하는 젊은 정치인들과 초당적 협력을 끌어내는 마중물이 됐으면 좋겠어요. 꾸준히 옆구리 찔러봐야죠."

정치적 포부에 관해 질문하자 "굉장히 큰 질문"이라며 멋쩍은 웃음을 지은 그는 "장례식에서 천하람 정치 하이라이트를 틀었을 때 사람들이 천하람이 있어서 그래도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잘 왔다고 평가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masterk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