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너무 착해, 그냥 욕먹으시라 했다"…민주 '고무줄 임기' 의결

장시간 토론 끝에 원안 가결…박찬대 "李, 너무 착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김경민 임세원 기자 = '당대표 사퇴시한' 예외규정 신설이 12일 더불어민주당 내 반발에도 당무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이재명 대표는 특혜 논란을 의식해 해당 조항을 빼자고 재차 제안했지만, 장시간 토론을 거친 결과 원안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민주당 당무위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당대표 사퇴시한 예외 등 당헌·당규 개정안 6건을 원안대로 가결 처리했다.

당무위에선 '당대표와 최고위원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경우 선거일 1년 전까지 사퇴해야 한다'는 당헌 제25조 2항을 두고 또다시 논쟁이 붙었다.

민주당은 여기에 '다만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땐 당무위 의결로 사퇴시한을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다는 개정안을 이날 당무위에 부의했다.

현행대로라면 오는 8월 선출되는 당대표는 2026년 6월 제9회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3월에 사퇴해야 한다.

당 안팎에선 이재명 대표의 연임 시나리오에 맞춘 개정이라는 의심이 여전하다. 예외규정이 생기면, 차기 당대표는 2026년 6월로 예정된 지방선거까지 마치고 대표직에서 물러나 대선을 준비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즉답을 피하고 있으나,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 대표는 이날 당무위에서 예외규정을 제외하자고 제안했다고 전해진다. 이에 격론이 벌어지며 이날 오전 10시쯤 시작한 당무위는 2시간 넘게 진행됐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회의가 길어진 이유에 대해 "대표가 너무 착하다. 나보다 더 착하다"라며 이 대표가 너무 반대를 많이 해 설득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최고위원회의에서 반대하고 (그날) 밤에 반대하고 오늘 또 반대했다"고 전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번 개정은 이 대표를 위한 게 아니다. 해당 조항에는 예외가 없기에 보완이 필요한 것"이라며 "이 대표가 너무 반대하길래 '그냥 욕먹으시라, 욕을 먹더라도 일찍 먹는 게 낫다'고 이야기했다. 매를 맞더라도 일찍 맞는 게 낫지 않나. 그래서 그냥 욕을 먹으시라고 이 대표를 설득하느라 한참 걸렸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당무위원이 원안대로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면서 이 대표도 뜻을 접고 이날 당무위에서 원안대로 가결됐다. 이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가 '전당대회 출마 사퇴 시한과 관련한 조항을 빼고 가면 어떠냐'고 다시 한 번 제안했다"며 "상당한 시간 최고위원들의 의견 개진이 있었고 그 결과 당무위에 부의한 대로 의결하자고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이견이 있었으나, '부정부패 연루자에 대한 자동 직무정지' 폐지와 '민주당 귀책사유로 재·보궐선거 발생시 무공천 규정' 폐지도 당무위에서 원안으로 의결됐다. 이 밖에 경선시 온라인·ARS 등의 방식으로 권리당원이 투표해 이 결과를 20% 반영하는 '당원권 강화' 조항도 원안 가결됐다.

당규는 이날 당무위 의결로 개정이 확정된다. 당헌 개정은 중앙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민주당은 오는 17일 오전 10시 제4차 중앙위를 소집할 예정이다.

km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