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읽기] '창어 6호'가 쏘아 올린 미중 우주외교 경쟁
중국 탐사선 '창어(嫦娥) 6호'가 세계 최초로 달 뒷면 토양 샘플 채취에 성공했다. 창어 6호는 달 뒷면에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게양하며, 중국이 선점한 '최초'의 우주 성취를 전 세계에 알렸다. 이러한 달 뒷면 최초 탐사 이외에 창어 6호가 지닌 또 하나의 중요한 임무는 국제협력이었다. 창어 6호에는 유럽우주국의 음이온분석기, 프랑스의 달 라돈 탐지기, 이탈리아의 레이저 각반사기, 파키스탄의 큐브위성 등이 실렸다. 중국 인민일보(人民日报)에 따르면 2026년경 발사될 '창어 7호'에는 러시아, 이집트, 바레인, 태국 등의 탑재물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2030년까지 인간을 달에 보내고, 2036년까지 달 남극에 영구적인 연구기지를 건설하겠다는 중국의 '우주몽'은 우주기술 주도와 함께 글로벌 우주 외교 주도를 중요한 요소로 하고 있다.
냉전 시대 우주가 미소 간 체제 우위 경쟁의 주요한 공간이었다면, 탈냉전 시대 우주는 탈진영적 국제협력의 외교 자원으로 부각됐다. 그러나 미·중 경쟁과 함께 다시 우주는 강대국 리더십 경쟁의 핵심 공간으로 부상하고 있다. 냉전 시기 과학은 강력한 지정학적 위상을 보여주는 요소였고, 미소 체제 경쟁 속에서 우주기술은 특정 정치체제가 다른 체제에 대해 우월함을 보여주는 무기였다. 1961년 세계 최초로 유인 우주비행에 성공한 소련의 유리 가가린은 소련의 얼굴, 후르시초프의 자부심이 되었고, 자본주의에 대한 공산주의 승리의 상징이 됐다. 이후 가가린은 폴란드, 동독, 스리랑카, 쿠바 등 세계 투어에 나섰다. 이러한 소련의 우세 속에서 미국은 달착륙을 목표로 대규모 투자에 나섰고, 1969년 닐 암스트롱의 아폴로 11호가 달 착륙에 성공했다. 당시 닐 암스트롱도 닉슨 대통령의 요청으로 두 달간의 글로벌 투어에 나섰고 공산 진영 정상들과 접견하는 등 대외관계에서 상징적 성과들을 거두었다. 1960년대 유리 가가린과 닐 암스트롱의 글로벌 투어는 냉전기 우주 프로그램이 가졌던 전략적 외교적 함의를 보여주는 대표적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미·중 강대국 경쟁의 부활과 함께 이러한 과학과 외교의 공생관계가 다시 강력하게 조명받고 있다. 과거 냉전기 미소 간 패권 경쟁, 진영경쟁이 우주 시대를 열었다면 오늘날 미·중 경쟁은 새로운 단계의 우주 시대를 열고 있다. 기술의 발전과 상업화의 추세가 맞물린 21세기 미·중 우주 경쟁은 미래 경제와 글로벌 리더십 주도 경쟁이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달 탐사 및 심우주 탐사 분야에서 우주 외교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경쟁자로 간주되는 중국 국제달연구기지(ILRS) 프로젝트에는 2024년 4월 태국, 니카라과가 참여하면서 러시아, 베네수엘라, 남아프리카공화국, 아제르바이잔, 파키스탄, 벨라루스 등과 함께 총 10여개국의 글로벌 남반구 국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터키는 4월에 나토 회원국 최초로 ILRS 참여를 신청한 바 있다.
서구의 디리스킹, 남남협력 강화라는 외교적 배경 속에서 중국의 우주 협력은 글로벌 남반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22년 중국은 '브릭스우주협력위원회'를 공식 출범시켰고, 제1차 중국-걸프만 아랍국가협력협의회 정상회담에서도 우주는 향후 3~5년 내 우선 발전분야 중 하나로 선정됐다. 중국우주과기공사는 일대일로 협력국에게 우주 인재 양성과 우주선 개발 인프라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우주기술 우위를 소프트파워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2023년 중국유인우주공정실이 상하이협력기구와 공동으로 '선저우 15호 우주비행사와 상하이협력기구 청소년과의 우주대화'를 개최하는 모습은 우주 소프트파워 외교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우주는 이제 선진국을 넘어 개발도상국들에게도 미래 비전의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70개 이상의 국가가 우주 담당 정부조직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 중 절반 이상이 글로벌 남반구에 위치하고 있다. 글로벌 남반구의 부상과 중국 우주 외교의 확대 속에서 미국도 2022년 'US-Africa 우주포럼'을 신설하는 등 우주 외교 범위를 적극 확대하고 있다. 우주 협력은 이제 외교경쟁의 주요한 어젠다로 부상하고 있다. 강대국간 우주 외교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우주공간은 국제공조의 공간에서 경쟁과 진영화된 협력의 공간으로 전환되는 추세에 있다.
오늘날 지구의 국제질서, 국제관계 변화가 우주 정치에 투영되면서 '우주 정치의 양극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들도 부상하고 있다. 한국과 같은 중견국들에게 미중 경쟁이 초래하는 우주질서의 진영화는 기회와 도전을 동시에 주고 있다. 강대국 경쟁과 지정학적 충돌이라는 불안정한 지구의 질서가 우주에 투영되고 있는 환경 속에서 한국의 우주 전략은 과학기술과 산업전략을 넘어 외교전략과 안보전략을 포괄하는 종합적 중장기적 관점과 비전을 가져야 할 때이다.
/차정미 국회미래연구원 국제전략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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