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일만 석유' 팩트체크 벼르는 野…제2 부산 엑스포 될라

이재명 "밑 빠진 독 물 붓기 우려"…'국면 전환용' 의심도
'천공 연루' '주가조작' 의혹에 산자위서 송곳 검증 예고

4일 오전 경북 포항 영일만에 검푸른 파도가 일렁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3일 이곳(영일만) 심해에 140억 배럴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다고 밝표했다. 2024.6.4/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경북 포항 영일만의 석유 매장 가능성에 대해 철저한 검증을 예고했다. 정부와 여당으로서는 사업상의 난관과 함께 야당 설득도 병행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5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영일만 석유 매장 가능성에 대해 "기본적으로 이런 개발사업은 민간 자본을 유치해서 하는 게 맞다"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지 모르는데 정부 예산을 전적으로 들이는 것은 심각하게 고려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불필요한 예산 낭비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이다.

이 대표는 또한 "일설에 의하면 20% 확률이니까 1000억원씩 들여 5번 뚫으면 확실하다고 얘기하는데 이런 소리 하면 안 된다"며 "부산 엑스포에 들어간 돈과 비슷해지고 있다. 엑스포 유치 실패와 같은 충격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한 국정 운영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석유 매장 가능성을 직접 발표한 것을 두고도 '국면 전환용'이라는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았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박정희 정권 때 한 번 우려먹은 아이템이라 지지율 방어, 땜방용 아닌가 하는 의심이 많다"고, 서영교 최고위원은 "해병대원과 관련해 전화는 왜 했는지 대통령이 사과하고 해명하는 브리핑을 해야 하는데 영일만 석유를 얘기했다"고 각각 비판했다.

정부는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 심해에 35억~140억 배럴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최대 추정량 기준 2000조원 상당의 경제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되지만 개발 성공률이 20%로 낮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시추공을 한 번 뚫을 때마다 소요되는 비용은 1000억원가량으로 정부는 최소 5회 이상의 시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시추에만 50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셈이다.

석유 시추가 세계적 추세이자 정부의 기조이기도 한 탄소중립과 배치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시추 성공 시 2060년 이후에도 석유와 천연가스를 채굴하게 되는데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계획과 어긋난다는 것이다.

여기에 야권은 '천공 연루'나 '주가조작 의도' 의혹도 제기하고 있어 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선 야권 설득이 필수적이란 분석이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국정을 이렇게 대충대충 운에 맡겨도 되느냐. 시추 작업을 정권 지지율 상승 도구로 이용하려고 일단 찔러 본 것이냐"며 "오죽하면 대통령이 중요 발표를 할 때마다 네티즌들이 천공이란 해괴한 자가 비슷한 말을 했는지 찾아보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영일만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 및 사업 추진에 대한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한민수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나 "22대 국회 원 구성이 이뤄지는 대로 즉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를 가동하겠다"며 "수천억 원의 국가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에 소관 상임위에서 팩트체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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