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외 표심 잡기'…국힘 당권주자들 "지구당 후원금 허용"
당권 주자, 한동훈·윤상현·안철수·나경원 '찬성'…유승민 '반대'
총선 패배로 다수된 수도권 원외인사 표심 겨냥…지역 갈등 우려도
- 박기범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주요 당권주자들은 원외 인사들의 핵심 민원인 '지구당 부활'을 외치고 있다. 총선 패배로 당내 다수가 된 원외인사 표심을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2일 여권에 따르면 최근 한동훈·윤상현·안철수·나경원 등 주요 당권 주자들은 지구당 부활에 동의하고 있다.
앞서 원외 인사들과 모임에서 공감대를 표현한 것으로 알려진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은 기득권의 벽을 깨고 정치 신인과 청년들에게 현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지구당을 부활하는 것이 '정치개혁'"이라고 지구당 부활을 주장했다.
윤상현 의원은 22대 국회 출범과 함께 지구당 부활을 골자로 한 '지역정치 활성화'법을 입법했고, 안철수 의원은 윤상현 의원 법안에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리며 지구당 부활에 힘을 실었다. 나경원 의원도 "당연히 부활해야 한다"며 지구당 부활에 동의했다.
당권 주자 가운데 지구당 부활에 반대하는 것은 유승민 전 의원이 유일하다.
유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원외 당협(지역)위원장을 위해 지구당을 부활하고 이들이 정치후원금을 받아 그 돈으로 사무실과 직원을 두고 정치활동을 하도록 해주자? 그렇게 하면 당협위원장이 아닌 정치인들은 무슨 수로 정치활동을 하는가"라고 지적했다.
지구당이 만들어지면 현역 의원에게만 허용됐던 후원금 모집, 지역 사무실 운영 등을 원외 정치인도 할 수 있어, 원외 인사들의 정치적 활동 영역이 넓혀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통해 청년 등의 정치신인 등용이 가능하고, 지역 민심을 다양하게 수렴해 풀뿌리민주주의를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국민의힘 원외 조직위원장들은 지난달 30일 성명을 통해 "지구당은 정당의 풀뿌리 조직으로서 대의 민주주의 첨병이자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민주주의 구현의 토대가 되는 중요한 정치 조직"이라며 지구당 부활을 주장했다.
이는 달라진 당내 권력 구조도 보여준다는 평가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로 표현되는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 경쟁이 벌어졌던 것과 달리, 이번 전대를 앞두고는 원외 인사들의 표심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원외 인사들 다수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이들은 '정권심판'으로 치러진 지난 총선 패배를 극복하기 위해 당정 관계 재정립 등을 요구하며 비윤(비윤석열)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선 현역 의원들과 원외 인사 간 긴장감도 감지된다. 현역 의원의 경우 지구당 부활이 잠재적 경쟁 상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윤심이 강한 영남권에 현역 의원 다수가 포진하고 있어 '수도권 대 영남'이란 지역 간 경쟁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구당 부활을 두고 당권 주자와 잠룡 간 신경전도 감지된다. 당권 주자들은 찬성하는 반면, 홍준표 대구시장·오세훈 서울시장 등 원외에 있는 이들은 ‘정치개혁에 반하는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과거 지구당 폐지의 원인이 됐던 금권선거 등의 폐해가 재현할 수 있다는 우려다.
오는 3일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의 발족과 함께 관련 논의는 더욱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추경호 원내대표는 "원내대표단, 더 큰 틀에선 사무총장이 비상대책위원장을 중심으로 의견 수렴 검토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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