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동' 한동훈, 등판은 기정사실…보폭 넓히는 경쟁자들
홍준표 거친 말, 윤상현 김어준 방송 출연, 안철수 특검 찬성
당권 주자 '중진들' 적극 행보에 한동훈 조기등판 임박설
- 한상희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국민의힘 새 당대표를 뽑는 7~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여권의 대선 잠룡들과 유력 당권 주자로 꼽히는 중진들의 행보가 활발해 지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한동훈 때리기'를 이어가고 있고, 나경원·윤상현·안철수 의원도 대외 공개일정을 소화하며 소신 발언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공식 정치행보를 하지 않고 있지만 여당내 당권을 둘러싼 경쟁과 견제가 본격화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권 잠룡 홍 시장은 한 전 위원장을 '총선 말아먹은 애' '문재인 사냥개' '정체불명의 갑툭튀' '윤석열 정권 폐세자' '철부지 정치 초년생' 등으로 지칭하며 날 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홍 시장은 29일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열린 포럼 새미준(새로운미래를준비하는 모임) 정기 세미나에서 기자들과 만나 '총선백서 특별위원회에서 한 전 위원장 면담을 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나는 걔를 자꾸 들먹이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깎아내렸다.
유력 당권주자로 꼽히는 5선의 나경원 의원은 임기 단축 개헌과 관련 지난 28일 페이스북에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이다. 5년의 임기는 원칙이고 기본이며 국민 공동체의 약속"이라며 "대통령과 현 정권을 흔들기 위한, 정략적 의도의 개헌 논의는 저 역시 반대한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 대통령 임기 단축을 전제로 한 개헌론을 제기하는데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힘으로써 보수 지지층에 호소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다른 당권 주자인 5선의 윤상현 의원은 대표적 야권 성향의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지난 28일 방송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을 한 데 묶어 "검사 출신 정치인"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국민의힘 내에도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정치는 정치인에게'라는 보이지 않는 공감대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또 한 위원장에 대해 "정치나 선거를 모르는 분"이라고 했다. 윤 의원은 김어준씨와 "말이 너무 잘통하는 것 같다" "케미가 잘 맞는 것 같다"고 덕담을 주고 받기도 했다.
대권 잠룡이자 당권 주자인 4선의 안철수 의원은 '해병대원 특검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상황에서 공개 찬성표를 던져 국민의힘 지지자들과 당 주류의 비난을 받았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30일 MBC 라디오에서 안 의원을 향해 "관심을 받고 싶어서 폼생폼사의 정치를 한다"며 "(또 찬성표를 던지면) 당을 나가야 한다"고 했다.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안 의원 외에 특검에 찬성 입장을 밝힌 4명(김근태·김웅·유의동·최재형 의원)은 모두 21대 국회를 떠난 이들이었다.
이 와중에 여권 내 대권·당권 주자 여론조사에서 한 전 위원장이 꾸준히 선두를 달리는 상황이 한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에 명분을 만들어주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30일 발표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의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한 전 위원장의 당대표 선거 출마가 '적절하다'는 의견이 37%, '부적절하다'는 응답은 47%로 나타났다. 하지만 국민의힘 지지층(304명)에선 '적절하다'는 의견이 70%에 달했다.
인기도 여전히 상승세다. 한 전 위원장 팬카페 '위드후니'의 회원 수도 총선 전 1만8000명 규모에서 7만8522명(30일 기준)으로 4배 넘게 늘었다. 국민의힘 지지층 사이에선 22대 총선 결과에 대해 "한 전 위원장 덕에 최후의 방어선은 지켰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조국혁신당이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한 것도 지지층이 결집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여기에 '식사 정치' '목격담 정치'로 물밑 행보를 이어 온 한 전 위원장이 최근 각종 현안에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도 전당대회 등판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은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은 기득권의 벽을 깨고 정치 신인과 청년들에게 현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지구당을 부활하는 것이 '정치개혁'"이라고 밝혔다. 최근 당선·낙선인과 만나 지구당 부활 필요성을 언급한 데 이어 공개적으로 당 현안에 관해 목소리를 낸 것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CBS 라디오에서 "한 전 위원장이 왜 불씨를 지폈을까. 전당대회에 나오겠다. 이제는 서서히 기지개 차원에서 워밍업 단계 다음으로 (지구당을 얘기한 것)"이라며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한 포석으로 읽어야 한다고 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조사는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은 16.3%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angela0204@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