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블랙홀'이 삼킨 민생법안 1만6천개…이틀 뒤 자동폐기

고준위 특별법·구하라법 등 계류 법안 처리 불투명
폐기 법안들, 22대 국회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마치고 회동 결과에 대해 말한뒤 이동하고 있다. 2024.5.27/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조현기 기자 = 국회 본회의가 28일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여야의 극한 대치로 민생 법안 1만 6000여 건이 폐기될 상황에 처했다. 여당은 거대야당의 일방적인 국회 운영을, 야당은 대통령 거부권 및 연금개혁안 거부를 핑계로 민생법안 처리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통상 총선 직후에 열리는 마지막 국회 본회의에서는 의견차가 적거나 합의를 이룬 민생법안을 처리하는 것이 관례다. 그러나 21대 국회에서는 채상병 특검법 등을 두고 마지막까지 대치하면서 민생법안의 통과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나마 민생법안 중 야당이 밀어붙이는 전세사기특별법 등 일부 법안은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 법안 역시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거론되고 있어 사실상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전세사기특별법에 대해 "28일 본회의 표결을 통해 최종 마무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의장이 의지를 보이면서 전세사기특별법은 본회의가 열리면 상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다만 정부∙여당이 재원 마련이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반대하고 있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올린 것에 받을 수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 특별법과 예금자보호법 개정안, '구하라법'(민법 개정안), 위기임산부 지원 법안(한부모가족지원법 개정안) 등 국회에서 계류 중인 법안 1만 6384건은 29일 21대 국회 폐원과 함께 자동 폐기된다. 폐기 법안들은 22대 국회 개원 이후 법안 제·개정안 발의부터 상임위 심사·의결까지 원점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은 본인들이 하고 싶은 것은 다 하고, 우리 당이 추진하고 여야가 합의한 법안에 대해서는 말을 바꾸고 아무것도 안 해주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여야 원내 지도부는 전날 회동에서 이날 열리는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안건을 논의했지만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chohk@news1.kr